대기업, 中企 거래 끊고 유사상표 등록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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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특허변리 대기업, 中企 거래 끊고 유사상표 등록 안돼 개정 상표법…‘원조’ 논란 빚는 비슷한 상표 출원도 금지

기사입력2014-07-03 00: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개정 상표법에는 “타인의 상품이나 영업과 혼동을 일으키게 하거나 그 상표의 식별력이나 명성을 손상시킬 염려가 있는 상표”에 대해서 등록을 받지 않도록 명시했다. 이에 따라 원조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유사상표를 등록하고자 할 경우 특허청이 등록을 거절해 저명상표의 보호를 강화할 수 있게 됐다. ©비자트

서울 신사동 간장게장 골목에는 유사한 상표의 간장게장 집들이 서로 자신이 원조라며 명성을 강조하고 있다. 맛집 한 곳이 입소문을 타면 같은 업종의 가게들이 유사한 간판을 내걸고 소비자들의 발길을 잡아끄는 모습은 이 곳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볼 수 있다.

이런 경우 상호를 상표등록 해 피해를 방지할 수 있지만, ‘원조’와 같은 표현을 이용해 상호를 변경한 경우 등록을 막을 수 없다. 오히려 간판에 ‘원조’를 넣은 후발주자가 원조 맛집으로 오인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식당뿐만 아니라 제품의 상표에서도 유사상표 간 분쟁은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대상그룹은 중소기업인 화미제당과 조미료 상표권을 놓고 분쟁 중이다. 특허심판원은 화미제당의 상표가 대상의 상표와 유사하다고 판단했고, 이에 반발한 화미제당이 특허법원에 소를 제기했지만 마찬가지로 대상이 승소했다. 그러나 지난 4월 대법원은 화미제당 승소 취지로 사건을 특허법원에 돌려보냈다.

이같은 상표분쟁을 방지하기 위한 상표법 개정안이 지난 5월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상표의 권리보호가 강화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지난 5월13일 열린 ‘2014 특허제도 통합설명회’에서 특허청 상표심사정책과 이형원 사무관은 상표법 개정 내용을 ▲사용에 의한 식별력 인정요건 완화 ▲저명상표의 희석화 방지규정 신설 ▲신의칙에 반하는 상표등록 및 사용 방지 규정 신설 ▲손해배상청구권 신설로 요약했다.

간장게장 원조 논란과 관련된 개정사항은 저명상표의 희석화 방지규정에 해당된다. 기존 상표법은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는 상표를 “수요자간에 현저하게 인식되어 있는 타인의 상품이나 영업과 혼동을 일으키게 할 염려가 있는 상표”라고 규정해왔다. 하지만 개정 상표법에는 “타인의 상품이나 영업과 혼동을 일으키게 하거나 그 상표의 식별력이나 명성을 손상시킬 염려가 있는 상표”에 대해서도 등록을 받지 않도록 명시했다. 이에 따라 원조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유사상표를 등록하고자 할 경우 특허청이 등록을 거절해 저명상표의 보호를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이 규정은 부정경쟁방지법에 이미 규정된 것이다. 특허청 이형원 사무관은 “부정경쟁방지법은 대인적 효력이며, 상표법은 대세적·독점적 권리”이기 때문에 해당 조항이 상표법에 신설된 결과 상표보호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정 상표법 내용

©중기이코노미

‘사용에 의한 식별력 인정요건 완화’는 일반적으로 상표등록을 받지 않지만, 사용자가 등록을 하지 않은 채 상표를 이미 사용한 경우 예외적으로 상표등록을 받아주는 규정이 완화됐음을 의미한다. 현행 상표법은 “간단하고 흔히 있는 포장만으로 된 상표” 등에 대해서는 상표등록을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상표등록출원 전에 상표를 사용한 결과 수요자간에 그 상표가 누구의 업무에 관련된 상품을 표시하는 것인가 현저하게 인식되어 있는 것”에 대해서는 상표등록을 받아주고 있다. 이 사무관은 이에 대해 “‘현저하게 인식되어 있는 것’이라는 제한규정이 매우 엄격하게 적용돼, 심사과정에서 거의 인정되지 않아 왔다”고 말했다. 개정 상표법에서는 “현저하게 인식되어 있는 것”을 “수요자간에 특정인의 상품에 관한 출처를 표시하는 것으로 인식된 것”으로 개정했다. 특허청은 일본, 미국, 유럽 등과 상표등록 요건을 일치시키기 위해서도 이 규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신의칙에 반하는 상표등록 및 사용 방지규정’은 종업원 등 계약관계에 있던 자가 타인의 상표를 선점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대기업들이 중소기업과 함께 상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거래관계를 파기한 뒤 동일 또는 유사한 상표로 제품을 출시하는 일을 막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신설 규정은 “동업·고용 등 계약관계나 업무상 거래관계 또는 그 밖의 관계를 통하여 타인이 사용하거나 사용을 준비 중인 상표임을 알면서” 유사상표를 등록출원 한 경우 등록을 받을 수 없다고 명시했다.

기존에도 부정경쟁방지법 등에 관련 조항이 있었지만 상표법이 개정되면서 타인의 투자와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를 무단으로 사용하기 위한 상표등록을 거절할 수 있는 규정이 생긴 것이다.

상표권자가 상표권을 침해한 자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규정도 신설됐다.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한 선언적 규정이며, 손해액 산정 등의 원칙은 기존 법안에 명시돼 있다.

소프트웨어도 특허권으로 보호받아

특허청은 이와 함께 7월1일부터 컴퓨터소프트웨어를 특허법 상 보호대상으로 인정하는 발명 심사기준 개정내용도 설명회에서 소개했다. 현재 프로그램에 대한 권리는 저작권만 인정됐다. 특허권을 신청하면서 ‘컴퓨터 프로그램’에 대한 청구를 할 경우에는 “발명의 범주가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거절해왔다. 프로그램이 포함된 장치의 경우 장치 자체에 대한 특허권이 인정됐으며, 프로그램이 들어있는 기록매체에 대한 특허권이 인정되기도 했다. 이는 디스켓이나 CD 등 기록매체를 구입해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시대에는 적합했으나, 스마트폰으로 앱을 다운받는 등 기록매체를 이용하지 않고 프로그램을 판매하거나 이용하는 추세가 확산되면서 시대에 뒤떨어진 규정이 되고 말았다.

상표분쟁을 방지하기 위한 상표법 개정안이 지난 5월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상표의 권리보호가 강화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월13일 열린 ‘2014 특허제도 통합설명회’ ©중기이코노미

미국과 일본, 유럽 등은 프로그램에 대한 특허를 이미 인정하고 있다. 특허청은 이같은 추세에 발맞춰 ‘컴퓨터 소프트웨어 관련 발명 심사기준’을 개정한 것이다. 개정된 심사기준은 ‘컴퓨터 프로그램의 발명’을 ‘물건의 발명’으로 해석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CD등 기록매체를 통하지 않고 온라인 상으로 소프트웨어가 생산, 사용, 판매되더라도 특허권을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특허청구 기재형식도 변경됐다. 기존에는 “컴퓨터에 A기능을 실행시키는 프로그램을 저장한 컴퓨터 판독 가능 기록매체”에 한정됐으나, 앞으로는 “컴퓨터에 A기능을 실행시키는 명령어로 작성된 컴퓨터 프로그램”이라고 기재할 경우에도 발명심사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컴퓨터 소프트웨어의 특허청구가 장치를 포함한 시스템, 방법, 기록매체와 함께 컴퓨터 프로그램 형식으로도 가능해진 것이다.

소프트웨어에 대한 발명의 성립요건은 ▲소프트웨어에 의한 정보처리가 하드웨어 상에 구체적으로 실현될 것 ▲인간의 정신활동(판단행위)이 필수구성요소로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명확히 했다.

특허를 받을 수 없는 컴퓨터 소프트웨어의 유형을 보면 성립 요건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우선 경제법칙이나 프로토콜 등 인위적인 약속, 영업계획이나 교수계획 등 인간의 정신활동은 특허를 받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