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57% “영업비밀 새나갈 위험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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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특허변리 중기 57% “영업비밀 새나갈 위험 노출” 10곳 중 1곳은 피해 경험…설계도 평균 피해액 13억원

기사입력2014-01-25 06:00

김창훈 기자 (ckim2014@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영업비밀 유출 피해 현황

©중기이코노미

유산균 제조업체에서 이사 겸 공장장으로 근무하던 A씨는 재직중 알게된 유산균 배합비율 등의 영업비밀을 유출해 자신의 회사를 차렸다가 적발됐다. 대법원은 업무상배임, 영업비밀누설로 징역 1년6월형을 선고했다.

중국에서 보안카메라를 생산하는 한 회사의 현지 고용인은 제품 회로도를 절취해 다른 도시에서 유사제품을 만들고 저가에 공급시켜 피해를 야기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 열곳 중 한곳은 이처럼 영업비밀 누출로 피해를 봤으며, 과반수 넘는 기업은 자사가 영업비밀 관리에 취약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허청은 최근 ‘우리 기업의 영업비밀 피해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조사기업 과반수(57.3%)가 “영업비밀 유출에 취약하고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응답했다. 특허청은 이를 “높은 영업비밀 유출 위험뿐 아니라 유출시 비밀관리성 입증의 난관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경법)이 정한 ‘통상적 습득이 어려운 절도로 상당한 노력으로 비밀이 유지’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기청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소기업 기술보호 수준은 ‘취약·위험’(71.8%)이 대부분이었다. 당시 ‘보통’은 20.1%, ‘양호·우수’는 8.2%였다.

특히 조사기업의 9.4%에서 영업비밀 유출을 경험했으며, 대부분이 영업정보(38.7%)와 개발제품 설계도(37.3%) 유출인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피해액은 개발제품 설계도 등(13.2억원), 생산제조방법(11.3억원)에서 가장 컸다. 한편 해외 소재 기업의 경우 이 수치가 14.6%로 올라갔다.

<자료=특허청>

유출을 당한 업체들의 대응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31.1%로 가장 높았고, 경고장 발송과 시스템 정비가 뒤를 이었다. 조치를 취하지 않는 이유는 절반에 가까운 경우가 ‘유출사실 입증 어려움’(47.8%)을 들었다. ‘현재 거래관계 유지를 위해’(13.0%) 대응을 하지 않는다는 응답도 있었다.

영업비밀을 유출한 사람은 위에 든 사례와 같았다. 국내의 경우 퇴직직원(78.7%)이, 해외의 경우 협력 및 경쟁업체 종사자(76.7%)와 고용외국인(60.0%)이 가장 많았다. 이처럼 퇴직자에 의한 위험이 높은 반면, 조사기업의 60.9%가 퇴직자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아 이에 대한 대책도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조사기업의 67.2%는 영업비밀을 보유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보유하고 있는 영업비밀 종류로는 연구개발 노트·신제품 아이디어(52.8%)와 생산·제조방법(51.9%)이 가장 많았다. 기업들이 영업비밀 보호에 느끼는 애로사항은 법률숙지 어려움(27.6%), 전문인력 부족(20.1%), 관리방법 모름(19.6%)의 순이었다.

이번 실태조사는 특허청이 우리나라 기업 1000개사를 표본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와 2010~2012년 3년간 영업비밀 관련 판례 538개를 분석한 결과다.

이어진 자료에 따르면 영업비밀 민사사건의 가처분 결정 비율(36%)은 일반사건(5%)에 비해 높게 나타나고 있다. 특허청은 이 원인으로 전직금지 관련사건(88건)이 대부분 가처분 사건으로 처리되는 경향과 신속한 권리구제가 필요한 사건의 특성을 꼽았다. 형사사건의 유죄율(76.9%)은 일반사건(2011년 80.6%)에 비해 다소 낮으나, 2012년 83.5%로 2010년 71.6%에 비해 높아졌다.

<자료=특허청>

한편 영업비밀 사건의 벌금형 비율(16.0%)은 일반사건(44.0%)보다 낮았다. 특허청은 이를 “부경법상 재산상 이득액이 없는 경우 벌금형을 부과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 현행 부경법 조항 때문”으로 해석했다. 특허청은 이번달 31일 부경법이 개정(‘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재산상 이득액의 2배이상 10배이하’ →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되면서 벌금형 비율이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