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안되고 고용노동부 되는 청년지원사업

프린트

오피니언 ㅣ 사설 서울시 안되고 고용노동부 되는 청년지원사업 포퓰리즘vs투자…청년수당 제도에 대한 직권취소 명령 취소해야

기사입력2016-08-15 18:09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보건복지부는 지난 14일 정부서울청사에 ‘일자리, 청년의 내일을 위한 가장 큰 복지’라는 내용의 대형 현수막을 내걸었다. 보건복지부의 청년수당 직권취소 처분에 반발, ‘청년의 삶까지 직권취소할 수 없다’며 서울시가 서울도서관 외벽에 현수막을 게시한 것에 대한 대응이란 것이 대다수 언론의 분석이다. 서울시가 내건 현수막의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보건복지부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시가 내건 현수막에는 보건복지부의 직권취소에 항의하곤 있지만 ‘서울시 청년수당! 미래를 위한 투자’란 내용도 담고 있다. 양 기관 모두 ‘청년의 일자리’를 말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다수 언론이 지적하듯이 ‘현수막 전쟁’ 상황은 아니다. 표면적으론 그렇단 말이다.

고용노동부와 청년희망재단은 지난 12일 청년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기 위해 취업성공 패키지 청년구직자 지원사업을 발표했다. 취업성공 패키지 3단계(취업알선) 참여자중 저소득층이나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하는 청년들 가운데 2만4000명을 선별해 교통비, 면접비, 정장 대여료, 사진 촬영비 등의 실비를 월 20만원씩 최대 60만원까지 지급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지금껏 취업성공 패키지 1단계(취업상담), 2단계(직업훈련) 참여자에겐 수당이 지급된 반면 3단계엔 지원이 없었다. 그 때문에 청년들은 취업교육을 받고도 면접을 포기하는 등 어려움을 겪어 이를 보완하기 위한 제도라는 것이 고용노동부의 설명이다.

이에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4일, 전날(3일) 서울시가 2800명의 청년들에게 월 50만원씩 첫 달 치 청년수당 지원금을 지급한 처분에 대해 직권취소 명령을 내렸다. 지방자치단체가 신규 복지사업을 진행하는 경우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라 중앙부처와 협의를 거쳐야 하는데, 서울시의 청년수당 정책은 보건복지부와의 사전협의가 없었다는 것이 직권취소 이유다.

서울시의 청년수당제도는 19세에서 29세, 중위소득 60% 이하,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 3000명에게 매월 50만원씩 최장 6개월 동안 지급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가구소득, 부양가족 수, 미취업기간 등 경제·사회적 조건 등 1차 정량평가 후 사회활동 참여 의지, 진로계획의 구체성 등 2차 정성평가에 따라 지원대상자를 선정한다. 청년수당의 사용처는 취업이나 자격증 취득을 위한 학원수강, 교재구입, 시험등록 등 실비로 제한되고 활동계획서·보고서, 영수증 등을 통해 사후 관리된다.

서울시의 청년수당제도와 고용노동부의 취업성공 패키지 청년구직자 지원사업은 모두 장기 미취업 저소득층 청년을 대상으로 취업을 촉진하고자 하는 것이다. 또 지원수단은 실비 정산을 원칙으로 청년들에게 현금을 직접 지급한다. 양 기관 사업의 취지나 내용 그리고 수단 역시 사실상 동일하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고용노동부는 되고 서울시는 안되는, 보건복지부가 내세운 유일한 이유가 사전협의다. 서울시의 청년수당제도는 지난해 11월 서울시 발표 이후 9개월 이상 포퓰리즘 논쟁을 불러왔던 핫한 주제였다. 서울시뿐만이 아니라 여당과 야당, 보수·진보 시민단체 그리고 보건복지부도 나서 한마디씩은 거들었던 주제다. 그런데 사전협의가 없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그동안 보건복지부와의 협의를 꾸준히 진행해왔고 사업내용에 대해서도 복지부와 구두합의했다. 나아가 지난 6월말 복지부로부터 유선으로 수용한다는 통보를 받았으나 ‘외부’의 개입으로 뒤집어졌다는 것이 서울시의 주장이다. 사전협의가 없었다는 보건복지부의 주장과 비교하면 서울시 또는 복지부, 양 기관중 하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이다. 청년수당에 대한 포퓰리즘 논쟁 과정을 쭉 지켜봤던 국민들 입장에선 보건복지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설사 서울시 주장이 거짓 또는 과장된 것이라 하더라도 복지업무를 총괄하는 보건복지부의 주장은 궁색하다. 우리 사회 전체를 포퓰리즘 논쟁을 끌고 갔던 주제, 보건복지부의 주요 업무에 대해 ‘나 몰라라’ 했다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정책의 내용과 효과가 동일한데, 서울시가 먼저 하든, 고용노동부가 따라 하든 순서가 뭐 그리 중요한 것인가. 보건복지부는 서울시의 청년수당 제도가 그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직권취소 명령을 취소해야 한다. 서울시가 하면 포퓰리즘이고 정부가 하면 투자, 서울시는 불륜이고 정부는 로맨스라는 조롱섞인 비판을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