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에 카지노? 도박공화국을 만들자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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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새만금에 카지노? 도박공화국을 만들자는 것인가 성실·근면함 그리고 두레의 정신 복원이 정치가 해야 할 일

기사입력2016-08-18 17:59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지역구 국회의원이 왜 필요한 것인지 고민했던 기억이 있다. 나라 걱정에. 지역구를 없애고 비례대표만 있어도 입법도 하고, 행정부를 감시 또는 견제하는 기능 또한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을에 다리 놓는 일 쯤이야 기초·광역자치단체 의원이 중앙당을 통해서 대신할 수 있을 것 같고. 그러다 더 이상의 생각을 멈췄다. 국회의원이 헌법기관이란 점에서 헌법도 바꿔야 하고, 민의를 수렴하는 지역구 국회의원의 순기능에 대한 이해 부족 등이 맞물려 내린 포기였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존재 이유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는 ‘사건’이 벌어졌다. 여야간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정치자금·뇌물 수수, 권력남용 등 국회의원 개개인의 일탈로 치부됐던 범죄와 같은 늘 있는 해프닝이 아니다. 국회의원 본연의 직무라면서 행한 입법의 내용이 국회의원의 존재 목적을 근본적으로 부정한 사건을 접했다. 사실 한 두 번도 아니지만. 전북 군산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당 김관영 의원이 17일 발의한 ‘새만금사업 추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안’이 그것이다. 김 의원을 포함 국민의당 31명, 더불어민주당 9명 그리고 새누리당 6명의 의원이 서명했다. 당과 계파를 초월해 발의한 개정안이다. 개정안의 핵심은 새만금에 카지노시설을 짓고 내국인에게 개방하겠다는 것이다. 내국인 입장을 일부 제한하고, 번 돈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한다는 것 등은 모두 사족이다.

헌법 제46조는 제2항은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할 것’을 명하고 있다. 그래서 묻는다. 개정안을 발의한 김 의원과 여야 44명의 의원을 포함 20대 국회 300명의 국회의원에게. 아들과 딸이 하는 주점·숙박업소 옆에 도박장을 세워 자식의 지갑을 채워주는 것이 ‘국가이익’이고 ‘양심에 따른 직무수행’인 것인지. 아들과 딸을 제외한 동네 사람들 그리고 옆 동네까지 피폐하게 만들어 결국 공동체마저 파괴하는 행위를 입법이란 이름으로 행할 수 있는 것인지.

정선의 카지노를 말한다. 정선에 카지노가 있다는 것이 새만금에 카지노를 세울 하등의 이유가 될 수 없다. 강원랜드 스스로도 밝혔다. “수익을 손쉽게 올릴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무형의 폐해가 엄청나게 큰 내국인 카지노를 선택하는 것은 올바른 길이 아니다”라고. 강원랜드가 하고 싶었던 말은 뒷부분이지만, 국민이 주목하는 부분은 수익을 손쉽게 올렸다는 앞 부분이다. 강원랜드가 진정 국가와 국민을 생각했다면 최소한 ‘폐광지역 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 시효가 만료되는 2025년에 카지노를 폐쇄하겠다고 밝혔어야 했다. 내국인 대상 카지노 독점이란 기득권을 고집할 요량이 아니라면.

김관영 의원에 따르면 새만금에 복합카지노리조트 건설을 통해 9조원의 투자유치와 함께 3만명을 고용한다. 과장된 수치지만 인정하더라도 득보다 실이 너무 크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이 형사정책연구원으로터 받은 ‘도박범죄의 사회적 비용 추계 연구’에 따르면 도박에 따른 사회적 총비용이 25조4532억원에 이른다.

도박을 포함 사행산업 확산에 따른 사회적 비용, 도박 중독자를 양산하고 카지노를 허용함으로써 지역이 퇴폐화되는 것은 눈에 보이는 부분이고 계산할 수 있는 것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솔직하게 고백하지 않았지만 강원랜드가 언급한 ‘무형의 폐해’다. 온 나라 곳곳에 카지노, 경마, 경정, 경륜장을 만들었다. 숫자조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복권을 찍어내는 국가정책이 레저·여가활용이란 포장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 정직하고 바르게 살고, 땀흘려 일하면서 이웃을 배려하고 함께 하는 공동체사회와 요행 그리고 한탕주의, 일확천금을 꿈꾸는 사회는 양립할 수 없다.

헬조선이다. 대통령은 젊은이들의 ‘자기비하’라고 폄하했지만 대한민국 젊은이들이 그나마 간직하고 있는 통찰력의 표현이다. 금수저와 흙수저로 고착화된 20세기 대한민국이 양반과 상민·천민으로 구분된 조선의 신분사회보다 희망적이라고 단정할 수 있나. 이십대 태반은 백수라는 이태백은 이미 옛말이다. 3포세대(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젊은이), 5포세대(3포에 취업, 주택 구입을 포기한 젊은이)도 있다. 대한민국을 도박공화국으로 만들어 이 땅의 청년들을 카지노, 경마·경정·경륜장으로 몰아넣을 것이 아니라면 이제 그만해야 한다. 이른바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 냈던 전후 세대가 가졌던 성실과 근면 그리고 어려워도 함께 했던 두레의 정신을 복원하는 것이 정치가 해야 할 일이다. 국가와 국민에 대한 일말의 배려없이 지역구민 일부의 배만 불려주는 행태는 입법이란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 그래도 하겠다면 지역구 국회의원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나설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