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7개 법인 해당, 명목세율 3%p도 못 올린 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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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417개 법인 해당, 명목세율 3%p도 못 올린 야당 조세개편 통해 세수 확보하고 소득재분배 정책 내놔야

기사입력2016-12-05 18:01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국회는 지난 3일 내년 시행예정인 세법개정안을 확정했다. 촛불을 등에 업은 야 3당 공조와 함께 예산부수법안 지정이란 효과적인 무기가 있음에도 법인세율 인상은 누리예산 일부 증액에 막혀 무산됐다. 소득세율 일부 인상안이 확정됐다고 하나, 이 또한 당장 메워야할 복지재정 수요에 사실상 도움이 되지 않는 미미한 수준의 개편일 뿐이다.

세법개정안에 대한 국민적 요구는 대기업과 자산 친화적인 세제를 소득과 능력에 따른 공평한 세제로 바꾸는 것이었다. 공평과세를 통해 자산과 소득의 양극화 진행속도를 늦추고, 세수를 확보해 사회안전망을 확충하자는 게 지난 총선 결과 확인된 민의다. 그럼에도 야당은 광속으로 진행되는 탄핵열차에 정신을 못차려 정신줄을 놓았다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복지재정 확대를 위한 유력한 수단이자 경제민주화, 재벌개혁을 위한 발판마저 부숴버렸다. 박근혜 대통령이 하야를 선언해도 탄핵국면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고, 여야 모두 대권에 눈이 멀어 세제개편 논의는 한동안 방치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이후 줄곧 촛불 뒤만 졸졸 따라다니는 것 이외 어떤 비전도 제시하지 못했던 무대책과 무능함을 야당은 또 다시 보여줬다.

더불어민주당 주류 입장인 윤호중 의원안은 과표기준 500억원의 초과구간을 신설해 최고세율을 현행 22%에서 25%로 3%p 올리자는 것이다. 정의당 김종대 의원에 따르면 윤 의원 안이 입법화돼도 법안 적용을 받는 기업은 2014년 국세청 법인세 신고 기준으로 417개 법인에 불과하다. 법인세율이 인상돼도 이들 417개 법인 이외 나머지 기업의 추가적인 부담은 전혀 없다는 얘기다. 또 윤 의원 안은 연구개발비 등 투자세액공제 등 조세감면정책은 손도 대지 않았고 명목세율만 인상하자는 것이다. 이들 417개 기업이 실제 내는 실효세율은 17~18% 수준이다. 명목세율 3%p 인상 이외 각종 조세감면정책은 건들지도 않았는데, 417개 기업에 법인세 조금 더 부담하라고 법으로 강제하지 못한 야당이다.

소득세율 부분 인상 합의안 역시 극소수 부자와 자산가에게 소소한 부담만 줬을 뿐이다. 소득세율 인상안에 따르면 과세표준이 5억원을 초과한 경우 하나의 구간을 더 늘려 소득세율 40%를 부과한다는 것이다. 1억5000만원을 초과하면 모두 38%의 세율을 적용했던 세율은 1억5000만원~5억원 구간에만 적용하고, 5억원 초과구간에 대해 세율을 2%p 인상했다. 기획재정부 추산에 따르면 소득세율 인상에 따른 추가부담 대상자는 4만6000명이다. 이들 중 2014년 신고기준 근로소득세 과세표준이 5억원 이상인 대상자는 6000명이다. 전체 근로소득세 납부자 1197만명 중 0.05%에 불과하다. 누리예산 협상, 예산부수법안지정 등 야당이 난리법석을 떨면서 합의한 내용이 과세표준 5억원이 넘는 6000명의 근로소득자에게 소득세율 2%p를 더 부담시키자는 것이다. 이들 6000명을 제외하면 소득세율 인상에 따른 추가 부담자는 양도소득세 납부자(2만3000명)와 종합소득세 납부자(1만7000명)가 전부다.

이외에도 이번 조세개편안은 2000만원 이하 임대사업자에 대한 과세 유예기간을 2년 더 연장했다. 연 2000만원이면 월 소득 166만원으로 내년도 최저임금 135만2230원보다 많은 소득이다. 이들에 대한 과세를 포기함으로써 야당은 불로소득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던졌다. 야당은 임대소득 부과 유예사유로 임대소득 부과에 따른 건강보험료 부담이라지만 설득력이 없다. 건강보험료가 문제되면 건보 부담 체계를 개편하면 될 것이지, 소득 특히 불로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부과하지 못할 이유는 전혀 없다.

소득과 자산에 대한 불공정한 과세는 소득의 양극화와 함께 우리 사회를 극단적인 양극화 사회로 고착화시켰다. 조세개편만으로 이미 구조화된 자산 및 소득의 양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조세개편을 통해 확보된 세수로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고 소득재분배 정책을 펴지 않고는 우리사회가 복지사회로 한발도 나아갈 수 없다. 정의로운 조세체계 개편은 복지사회로 가기 위한 최소한의 전제조건이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도 중요하지만 탄핵 이후 새로 설 민주주의공화국을 어떤 내용으로 채워야 할지 야당의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