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탕’ 청문회…‘누구를, 무엇을’ 조사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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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맹탕’ 청문회…‘누구를, 무엇을’ 조사한 것인가 전략도 의지도 없이 무기력한 ‘야 3당’ 정치적 무능 드러낸 것

기사입력2016-12-06 19:19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박근혜 대통령 빼고 다 부른다’며 호기롭게 추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였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시작된 청문회 1차 기관보고에서부터 삐끗댔다. 박근혜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검찰의 공소장에서 구멍난 부분을 메워줄 수 있는 검찰총장의 증언이 필요했다. 대통령 본인 또는 최순실에게 뇌물을 제공하도록 재벌총수들에게 압력을 행사했다는 물증을 확인하고자 했지만 실패했다. 검찰총장과 수사팀 관계자들은 기관보고 자리에 출석하지 않았다. 수사중인 사건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훼손한다는 이유였다. 박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 중간수사 결과, 대통령을 피의자로 특정하는 ‘사상 초유’ 수사였다고 자화자찬했지만, 촛불을 등에 업고 떠밀려 수사했던 검찰이었다. 특히 김수남 검찰총장은 지난 2014년 11월 서울중앙지검장 재직시 ‘문고리 3인방의 권력남용 사건’을 ‘청와대 문건유출 사건’으로 은폐 또는 축소했다는 의혹을 받는 당사자다. 대통령 국정농단사건과 같은 맥락의 ‘판박이 사건’을 이미 수사했음에도 이를 밝히지 못한 수사실패의 책임자인 셈이다.

1차 기관보고에 이어 지난 5일 진행된 2차 기관보고에서 상황은 더 나빠졌다. 2차 기관보고 조사대상 중 하나는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의 알 수 없는 7시간’이었다. 희생자 수 304명, 아들·딸 그리고 엄마·아빠가 진도 앞바다 깊은 물에 수장되는 그 순간, 7시간의 근무시간 동안 대통령이 자신의 직무에 충실했는가를 알고자 했다.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을 알려줄 수 있는 증인이 출석하지 않아 진실을 규명하는데 실패했다. 대통령의 안전·경호 등을 이유로 박흥렬 대통령 경호실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대통령의 안위가 중요한 것 이상으로 국민의 안전도 중요하다. 경호실장에게 묻고자 했던 것은 세월호 참사 그 순간인 7시간 동안에 박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겠다는 헌법상의 의무를 준수했는가 여부였다.

6일 국회 국조특위 청문회에 출석한 재벌총수들. 위 왼쪽부터 손경식 CJ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아래 왼쪽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정몽구 현대그룹 회장. ©중기이코노미

1·2차 기관보고에 이어 6일 재벌총수들에 대한 1차 청문회는 더 가관이다. 이들 재벌총수들이 국회에 들어오는 과정에서 벌어진 ‘통과 절차’ 생략, 일부 언론이 제기한 ‘황제출석’ 논란은 애교수준이다. ‘박근혜·최순실 청문회’ 도중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은 같은 당 의원인 김성태 위원장에게 쪽지를 건넸다. 쪽지 내용 자체가 상상할 수 있는 것 그 이상이다. ‘정몽구, 손경식, 김승연 세분 회장이 고령에 병력 관련 의견서도 있고, 앉아있는 모습을 보니 걱정된다. 세분 회장에게 빨리 질문하고, 일찍 보냈으면 한다’는 내용이다. 왜 그들이 청문회 자리에 있어야 하는지 몰라서 그랬을까. 자칭 국민을 대변해 배지를 달고 있는 의원이 이럴 순 없다. 특히 이들 재벌기업 총수들은 대통령 또는 최순실에게 뇌물을 바친 대가로 이권을 챙긴 혐의로 소환돼 조사를 받는 당사자다. 범죄 혐의자라는 얘기다.

‘대가성이 없었다’, ‘청와대의 요청을 거부하기 어려웠다’, ‘정부정책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날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타에 총수들이 한결같이 내놓은 답변이다. 이것 이상은 없고, 판에 박힌 질문과 답변만 있었다.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의 본질에 접근할 수 있는 조사·정책·기획력이 부재해서 JTBC와 한겨레·경향신문 등 개혁성향의 언론에 목을 맨 탓이다. 이들 언론이 밝힌 사실과 의혹을 반복해서 읽는 수준이라면 청문회를 할 이유가 없다.

내일 2차 청문회가 열린다. 역시 핵심증인 대부분이 불출석한다. 재판 중이란 이유로 청문회 불출석 사유서를 이미 제출했다.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최순실, 최순득, 장시호씨 등에게 국회가 할 수 있는 일은 동행명령장을 발부하는 것외에는 없다. 확언할 수 없지만 어차피 감옥에 있거나 그에 다를바 없이 유폐신세인 ‘최씨 일당’이 동행명령에 응할리 없다. 역시 청문회 출석의무조차 없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경우엔 동행명령장도 발송할 수 없다. 본인에게 직접 출석요구서를 기한내에 전달해야 했는데, 이를 못했다는 이유다.

이쯤되면 도대체 누구를 대상으로, 무엇을 조사하겠다는 청문회인지 의구심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청문회를 통해 새로운 ‘한방’은커녕 이미 제기된 의혹조차 해소하지 못한 청문회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여당의 교활함을 깨고 부술 수 있는 전략도, 의지도 없었던 야당의 탓이다. 만약 야당이 최순실씨 등의 불출석을 예상하지 못했다면 정치적 무능을 이유로 정치를 그만둬야 한다. 또 불참할 것을 알면서도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경우에도 역시 결론은 다르지 않다.

만회할 기회는 많지 않고 시간도 없다. 내일 2차 청문회 역시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맹탕 수준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야 3당의 무능을 용인하는 것은 거기까지다. 3차, 4차 청문회가 14일, 15일이기 때문에 일주일 이상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 3차, 4차 청문회를 통해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의 실체에 접근하지 못하고 지금과 같은 모습을 또다시 보인다면 촛불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다. 정권교체를 하고 대권을 잡겠다는 야 3당이 청문회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무기력한 야 3당에 권력을 줄 국민은 없다. 집권을 하겠다면 집권할 수 있다는 실력을 보여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