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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미진한 일처리’로 노동자를 사지로 내모나?
중노위, 전주 신성여객 진기승 씨 사건 진상규명해야
- 기사입력2014-05-20 09:10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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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4시부터 전라북도 전주시 신성여객 노동조합원들이 승무에 복귀했다. 지난달 말 조합원 진기승 씨가 자살을 시도한 뒤 이달 6일부터 돌입한 승무거부 투쟁을 마치는 셈이다. 이날 조합원들은 가면을 쓴 채로 업무에 복귀했다는 전언이다. 해고노동자 진 씨는 중앙노동위원회에서 구제신청을 기각당한 뒤 노동절 전날 밤 회사 옥상에서 목을 맸다. 다행히 생명은 구했지만 아직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민주노조 활동 과정에서 해고된 진 씨는 지난해 5월 전북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다. 회사와 노조가 체결한 단협 부속합의서의 ‘면책조항’이 근거였다. 그러나 지난해 8월 중앙노동위원회는 다시 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보도에 의하자면 중노위 결정 과정에 부속합의서의 면책조항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더욱 기막힌 노릇은 진 씨가 자살을 시도한 바로 다음날인 노동절, 법원이 진 씨의 손을 들어줬다는 것이다. 부속합의서의 면책조항이 “노사분쟁 과정에서 발생한 일체의 책임추궁이나 근로관계 불이익을 하지 않기로” 규정했기 때문이었다. 진 씨는 동료들에게 “중노위에서 졌는데 법원에서 이길 수 있겠느냐”며 불안증세를 보였다고 전해진다. 결국 이를 견디지 못하고 모진 선택을 감행한 것이다.
중노위 공익위원과 조사관들은 구제신청을 기각한 것에 ‘사용자 봐주기’ 같은 고의성은 없었으며, 당시 조사보고서를 작성한 조사관이 이후 해당 사건의 주심이 소속된 법률사무소로 자리를 옮긴 것도 사건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돼 있다.
이를 그대로 믿는다고 해도, 1심인 전북노동위원회 판정의 핵심근거인 면책조항이 조사보고서에도 누락되고 주심도 질의를 하지 않은 것은 여전히 의혹으로 남는다. 무엇보다 중노위가 표명한대로 ‘미진한 업무’나 ‘과도한 업무량’이 원인이라면 더더욱 통탄할 노릇이다. 굳이 노동권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대다수 사람들에게 일터는 생명줄과 같다. 진 씨는 해고 이후 자살시도까지 3년간 관광버스·트럭 운전으로 생계를 이어야 했다. 가정생활에도 문제가 생겼다고 전해진다. 한 사람의 노동자와 그 가족의 생존이 걸린 문제를 ‘미진한 일처리’ 따위로 처리해 결국 사지로 내몬 것은 두고두고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대오각성과 철저한 진상규명, 엄정한 재발방지책 마련을 중앙노동위원회에 촉구한다.<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