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믿을 국내 신용평가사의 기업 신용등급

프린트

오피니언 ㅣ 사설 못 믿을 국내 신용평가사의 기업 신용등급 기업에 영향받는 현 구조에선 투명·공정성 기대 어려워

기사입력2014-06-20 10:07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국내 신용평가 시장을 삼분하고 있는 NICE신용평가,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등 3사가 신용평가를 부실하게 해 왔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들 신용평가사들이 수수료 때문에 신용등급을 올려주거나 신용등급 강등 시기를 늦춰주는 등 ‘등급장사’를 해오다 적발됐다. 평가사들이 돈 몇 푼 때문에 본분을 망각한 채 말 그대로 ‘신용’을 무너뜨린 것이다.

굳이 금융감독의 적발이 아니어도 이런 유착관계 때문에 신용평가가 부실했다는 정황은 곳곳에서 나타난다. 신용평가사들이 ‘투자적격’으로 판단한 기업의 부도율이 3년 연속 상승한 것도 그렇다. 금감원이 지난해 신용평가사 평가실적을 분석한 결과, 투자적격으로 평가한 회사의 지난해 부도율은 0.50%였다. 투자적격 기업의 부도율은 2011년 0.23%, 2012년 0.41% 등으로 오름세다.

또 국내 대표기업들에 대한 국내와 국제 신용평가 간극이 무려 8계단까지 차이가 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무디스, S&P, 피치 등 해외 3사가 포스코 GS칼텍스 현대자동차 LG전자 에스오일 롯데쇼핑 SK하이닉스 현대제철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등 국내 대기업들에 대해 Baa1~Ba2(무디스) 혹은 BBB+~BB+(S&P, 피치)로 평가한 반면 국내 3사는 모두 최고등급인 AAA~A+로 고평가했다.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가 올 5월 기준, 국내 100대 기업의 국내외 신용평가 등급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신용등급이 해외보다 24%정도 높게 평가돼 있다.

신용등급은 투자해도 돈 떼일 걱정은 없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지표다. 기업의 회사채나 기업어음 등에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것이다. 신용평가사들이 투자적격 등급을 매겼다면 그만큼 투자손실 위험이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투자부적격 등급이라면 그 반대가 될 것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신용등급이 높으면 시장에서 자금을 더 쉽게 낮은 금리로 조달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신용거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중요 지표인 신용등급이 부실하거나 왜곡돼 있다면 동양그룹 사태에서 경험했듯 투자자들의 대규모 손실은 불보듯 뻔하다. 따라서 투명하고 공정한 신용평가시스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평가 수수료가 국내 신용평가사의 주 수입원이 되고, 기업의 입김이 평가에 영향을 받는 구조를 개선해야 만이 가능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