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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경제 볼모로 담합기업 면죄부 줄텐가?
“담합 업체 입찰제한은 과하다”는 노 공정위원장, 앞뒤가 틀렸다
- 기사입력2014-06-27 09:38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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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이 주요 대형 건설회사 8곳의 대표와 가진 간담회에서 “공정위로부터 담합으로 제재를 받으면 입찰 참가자격도 제한을 받는 국가계약법령에 대해 기재부 등 소관부처에 제도개선을 요청하겠다”고 말한 것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담합사건이 연이어 처리되면서 국책사업 발주와 건설업계 발전에 지장이 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발언이다. ‘경제 검찰’이라는 공정위 수장의 입에서 나온 발언이 맞는지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법이 담합을 엄정하게 다루는 것이 이유 없이 기업을 옥죄자는 것은 아니다. 담합은 해당 소비자와 국가경제 전반에 큰 피해를 끼칠 수 있고, 시장에서의 자유로운 경쟁을 가로막아 산업 발전에도 위해를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논란이 된 건설업계의 경우 담합은 고질병이 된지 오래다. 업체들은 정부가 발주한 주요 공사마다 자신들만의 합의를 통해 낙찰업체와 들러리 업체를 정하고 이를 실행하는가 하면, 서로 뒤를 봐주며 나눠먹기를 자행해 왔다. 4대강사업, 경인운하, 주요 도시의 도시철도, 하수처리장, 재생시설, 인조잔디 등 건설회사의 손이 필요한 분야 어디서건 담합 사건이 줄줄이 터져 나오는 형국이다. 특히 대부분의 대형 건설업체들은 죄질로 치자면 비열하고 불량하다고밖에 할 수 없는 수준이다. 실수나 과욕으로 한 두 번 가담한 것이 아니라, 용의주도하고도 지속적으로 법망을 피해 담합을 해 왔다.
이제 와서 이들 업체들이 “과징금 처분으로 담합 적발로 인한 제재의 목적은 달성됐으므로, 입찰참가 자격을 제한하는 것은 과도한 처벌”이라고 볼멘소리를 하는 것은 볼썽사납다. 제재의 종류와 수위를 정한 법의 정신을 모욕하는 처사이자, 진지한 반성 없이 용서만을 구하는 천박함과 뻔뻔함의 또 다른 표현이다.
노대래 위원장의 “요즘 같이 담합사건이 연이어 처리되고 있는 경우 대규모 국책사업 발주에 지장을 초래하고 건설업계의 미래발전을 제약할 수 있다”는 발언도 본말이 전도됐다. 한 업체가 정부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불공정한 행위를 지속적으로 자행한다면, 그 업체를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것이 순리다. 진작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해 불공정행위를 줄였어야 했다. 불법에 대한 제재로 인해 국책사업에 차질을 빚는다고 걱정하는 것은, 국가경제를 볼모로 불공정행위에 면죄부를 주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담합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으니 담합에 대한 반성과 근절을 위한 노력을 하라”는 노 위원장의 당부는 비굴하게까지 들린다. 반복적이고도 악의적으로 법을 위반하는 경우라면, 법의 엄정함을 보이는 것이 먼저다. 국민의 시선 때문이 아니라, 치명적이고도 실질적인 제재가 두려워서라도 담합은 꿈도 꾸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제재가 미칠 영향을 이유로 해당 기업과 경제의 입장을 다독이는 것은 법의 엄정함을 보인 다음에 할 수 있는 일이다.
건설업계 담합은 해묵은 적폐다. 그대로 방치할 경우 경제는 물론 사회 전반에 치유 불가능한 폐해를 불러올 수 있다. 불공정한 방법으로 일감을 따내는 기업들에게 도덕심과 책임감을 기대할 수도 없다. 건설산업의 건전한 발전은 고사하고, 자칫 심각한 안전 문제를 여기할 수도 있다. 제2, 제3의 세월호 참사의 진원지가 될 수도 있다.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은 국책사업 차질을 걱정하기 전에, 담합과 같은 불공정행위를 뿌리까지 도려낼 방안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