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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금융 규제, ‘당근’만큼 ‘채찍’도 고민했나?
자율성 키우되 ‘나쁜 금융사’ 방지·제재책도 나와야
- 기사입력2014-07-11 11:37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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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는 10일 금융규제 개혁방안을 내놓으면서 711개의 규제를 손보겠다고 밝혔다. 짧게 줄이면 “좋은 규제 강화하고 나쁜 규제 없앤다”는 것이다. 그 중 벤처 및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의 물꼬를 넓히고, ‘피터팬 증후군’을 줄여 중소기업의 성장을 장려하겠다는 실물 지원 확대방침이 반갑다. 커진 덩치에 걸맞지 않은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체질을 개선하고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방침도 시의적절하다. 금융산업 위기는 세계적 현상이지만, 유독 우리나라에서 그 정도가 심각하다. 세계 1천개 은행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007년 20%에서 2012년 12%로 급락했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은행의 ROE는 15%에서 3%로 추락했고, 총이익 대비 이자이익 비중은 72%에서 90%로 치솟았다. 순이자마진이 야금야금 좁아지는 동안에도 손쉬운 돈벌이에만 매달려온 셈이다. 자율과 경쟁의 원칙을 도입하고 해외시장 진출을 장려하자는 이번 개혁방안은 더는 늦출 수 없는 절실함의 산물로 보인다.
그러나 이른바 ‘나쁜 규제’ 폐지에 대한 세세한 각론에 비해 소비자 보호, 개인정보 보호, 금융회사 건전성 강화 등을 위한 ‘좋은 규제’에 대한 밑그림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 것은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번 개혁방안만으로는 자율과 경쟁 그리고 시장 문턱 낮추기라는 당근 뒤에 어떤 채찍을 준비하고 있는지 읽어낼 수 없다. 규제를 풀어 경쟁을 촉진하면 반작용 발생의 가능성은 필연적으로 높아지는데, 감독과 제재 강화에 대한 언급은 이에 필적하지 못한다. 준법감시인 및 내부고발제, 업무정지와 과징금의 ‘실효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고작이다. 사전차단을 위한 예방책과 발생 후 제재의 정밀함과 엄정함에 대한 논리도 의지도 엿보기 힘들다. 비은행 금융사의 해외 은행 소유 허용도 마찬가지다. 해외 발생 위험의 국내 전이, 형평성 논리에 의한 불필요한 선례 제공, 비은행 금융사 소비자의 피해 가능성 등 추후 다양한 부작용을 유도할 수도 있다. ‘내 집 앞’ 일이 아니라고 허투루 볼 수 없는 문제지만, 그에 대한 고민의 흔적은 읽어낼 수 없다.
자율과 경쟁을 통해 우리나라 금융회사들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도록 장려하는 정책은 환영할 일이다. 이는 국가경제 전반에도 결정적인 추동력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금융산업이 해당 소비자뿐 아니라 국가경제 전반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안기는 ‘흉기’로 돌변할 수 있다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이번에 도출된 과제의 시행을 위한 후속작업에는, 개혁 효율성 제고만큼이나 반작용 최소화 방안이 심각하게 다뤄지기를 기대한다. 궁극적으로 금융개혁의 수혜자도 피해자도 모두 ‘금융산업’이 아닌 ‘국민과 국가경제’다.<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