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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반짝 성과에 목맨 SOC 처방전 자제하라
일방적 ‘선순환’ 논리 전에 장기적 청사진 살펴보길
- 기사입력2014-09-19 09:26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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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올해보다 5.7%(20조원) 늘어난 376조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을 18일 내놨다. 이에 따르면 내년 나라빚은 사상 최대인 570조원으로 늘어나 GDP의 35.7%에 달하게 된다. 물론 정부는 재정지출을 늘리면 경제가 살아나고 성장률도 높아져 세수가 늘어나고 최종적으로 재정건전성도 회복될 것이라고 목놓아 강조하지만, 이런 선순환 논리는 유행가 가사 속의 ‘희망사항’보다 더 화석화된 느낌이다.
이렇듯 나라곳간을 활짝 열면서, 정부는 살을 불린 사회간접자본(SOC) 예산도 슬그머니 꺼워 넣었다. 애초 정부는 SOC 예산을 매년 5.7%씩 줄이겠다고 공언한 바 있지만, 내년도 SOC 예산은 올해보다 7000억원이나 늘어난 24조4000억원을 배정했다. 1년만에 얼굴을 바꾼 꼴이다.
일단 ‘투자와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라는 정부의 설명에 동의한다 하더라도 ‘대증요법’적 측면이 강한 민자 고속도로 관련 예산이 올해보다 20% 이상 늘어난 1조7000여억원이 배정된 것에는 의문이 인다. 더욱이 정부가 건설비까지 모두 투자하는 도로 관련 예산은 올해보다 3500억원 넘게 줄었다. 민자사업이 단기적으로 경기부양의 효과를 줄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경제에 부담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반짝 눈에 뜨일 경기부양 효과에만 집착해 초단기 처방전을 남발하는 것은 아닌지 정부는 진지하게 살펴봐야 한다.
전임 정권의 적폐인 4대강사업 빚 예산은 또 다른 측면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한국수자원공사의 4대강 빚 약 8조원에 대한 이자로 3170억원의 내년도 예산이 배정됐는데, 지난해 예결특위에서 선결조건으로 제시된 수자원공사의 자구대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예산만 올렸기 때문이다. 적어도 국민의 호주머니를 털어 빚잔치를 하려거든 책임자 문책과 자구책·재발방지책 마련 같은 기초적인 선결조건을 먼저 이행해야 할 일이다.
일부 개발론자들은 내년도 SOC 예산이 ‘마중물’로는 턱없이 적다고 아우성이다. ‘경기 활성화’ 효과가 가장 큰 토건사업 등에 집중투자해야 할 판에 보건복지와 같은 예산을 더 많이 늘렸다는 볼멘소리다. 그러나 정부 주도의 토건사업이 경기부양에 아직도 유효한 전략인지는 진지하게 검토해봐야 한다. 장기적으로 경제에 짐이 되지는 않을지, 기회비용으로 더 중요한 기회를 잃지는 않을지, 무엇보다 그 과실이 누구에게 돌아갈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지고지순한 정책은 없다’는 최경환 부총리의 표현에는 동의하지만, 단기 성과에 목맨 일관성 없는 정책은 국가를 다시 한번 위기로 몰고 갈 수 있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전임 정권에 의하자면, 4대강 사업도 21세기 대한민국을 짊어질 ‘창조적’ 토건사업이었다.<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