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갑질’ 사건 1년반…불공정 사라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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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남양유업 ‘갑질’ 사건 1년반…불공정 사라졌나 서울 유제품업계 폐해 여전…불평등 업계구조 바로 잡아야

기사입력2014-12-08 18:15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지난해 5월초의 일이다. 남양유업의 한 영업사원이 대리점 업주에게 물품 구매를 강요하며 내뱉은 말이 휴일 저녁방송을 탔고, 이를 지켜본 시청자들은 그 섬뜩한 말을 듣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시 이 녹음 파일은 인터넷에서 퍼져 공분을 샀고, 이른바 ‘갑질’ 논란을 불러왔다. 파문에 휩싸이자 남양유업은 해당 직원을 해고하고 대표가 나서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다시는 그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계기로 ‘갑을’간 고질적인 불평등 관행을 뿌리뽑기 위해 ‘대리점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남양유업 방지법) 제정 움직임이 있었지만 해당 부처의 소극적 자세 등으로 지금은 행방이 묘연하다.

1년 6개월여가 지난 지금, 유제품 대리점주 A씨는 판매실적이 저조할 경우 3개월 단기계약을 체결하거나 해지하겠다고 본사가 위협해 손해를 감수하고 불필요한 물품까지 주문했다. 또 B씨는 본사로부터 문자로 주문량을 할당받고 역시 필요가 없었음에도 그만큼의 수량을 주문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본사와 대리점간의 불평등 관행은 여전했다. 서울시가 7일 발표한 ‘유제품 가공본사-대리점 간 불공정거래 현황 실태’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밀어내기’와 ‘떡값제공 같은 부당한 강요’ 등 잘못된 관행이 일부 유제품 본사를 중심으로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지난 10월 서울시가 개최한 대리점주 간담회에서 이같은 불공정이 확인됐다. 실적 등이 낮을 경우 단기계약은 물론 계약해지 위협을 당할 수 있어 손해를 입더라도 물품을 강제로 구입하거나, 달성할 수 없는 판매목표를 수용하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또 비협조적인 대리점에게는 청결 등 사소한 의무위반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거나 경영 포기각서를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서울시는 “여전히 불공정사례가 남아 있는 것이 확인됐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남양유업 방지법’으로 알려진 대리점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정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남양유업 방지법’ 제정에 소극적이었던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이 물러나고 정재찬 신임 위원장이 이를 비롯한 산적한 문제들을 풀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금이라도 “죽여 버리겠다” “…XX야” 등의 발언을 예의를 잃은 개인의 잘못된 인성으로만 왜곡하지 말고, 이런 험악한 발언이 나올 수 밖에 없는 불공정한 업계 구조를 공정위가 바라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