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 계획 없다” 임금피크제 이쯤되면 無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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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도입 계획 없다” 임금피크제 이쯤되면 無用 90% 사업장에서 임금피크제 외면…미도입 업체 72% “향후 도입 안해”

기사입력2015-03-19 19:00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국내 10개 사업장 가운데 9곳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를 도입하지 않은 사업장 가운데 도입할 계획이 있는 곳은 27.8%에 불과, 나머지 70%가 넘는 사업장이 계획 자체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결과는 고용노동부가 19일 발표한 ‘2014년도 임금결정 현황조사’에서 나왔다. 9034개 업체를 대상으로 한 임금피크제 도입 현황을 세부적으로 보면, 상시근로자 1000인 이상의 업체는 전체 566곳 가운데 445곳(78.6%)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않았다. 300인 이상 1000인 미만은 전체 1934곳 중 단 213곳이 도입했을 뿐 1721곳(89.0%)이 이를 도입하지 않았다. 300인 미만은 6534곳 가운데 6019곳(92.1%)이 임금피크제를 외면했다. 향후에도 이를 도입할 계획이 없다는 기업은 미도입 업체(90.6%) 8185곳 가운데 5912곳으로 72.2%를 차지했다.

고용노동부는 임금피크제 도입 효과와 관련, 미도입한 사업장의 경우 전체 근로자 중 퇴직자 비율이 39.1%에 이르나, 도입한 사업장은 16.1%에 불과해 고용안정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또 사업장별 퇴직자수와 신규 채용자수를 비교한 결과 미도입 사업장은 퇴직자수가, 도입 사업장은 신규채용자수가 많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정년을 연장하거나 재고용하면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사업장에 대해 최대 1080만원까지 감액된 임금의 일부를 지원한다고 했다. 이유는 내년부터 60세 정년연장이 의무화되는 상황에서 청년과 장년이 공존하는 일자리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임금피크제를 적극 도입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에 대한 사업주와 노동계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사업주 입장에선 정년이 보장된 가운데 어느 근로자가 임금피크제를 희망하겠느냐는 얘기다. 임금피크제란 일정 연령이 되면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정년은 보장하는 제도인데, 정년이 보장된 경우 제도도입에 대한 근로자 동의를 얻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노동계는 기업 인건비 감소 차원만 강조됐다는 주장이다. 중기이코노미 보도에 따르면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유정엽 정책실장은 “정년 60세 연장 등의 장년고용대책은 국민의 노후소득보장, 생산가능인구 유지 등 국가적 차원의 과제로 접근해야한다.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덜어주자는 차원에서 국가적 캠페인 하듯 진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정년이 60세여도 50세를 넘어서면 실제 이를 지키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사업장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정년까지 버틸 수 없는데 단지 기업 부담만을 덜어준다는 명목으로 장년층 임금을 줄이는 게 옳은지 되돌아 봐야 한다. 현실적으로 임금피크제 도입이 어렵고 실제 도입률이 낮아 무용(無用)하다면 이를 반드시 고집할 필요는 없다. 각 기업의 특성에 맞는 임금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원점에서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임금체계 개편 등과 관련된 논의를 다시 시작하는게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