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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메르스 대처에서도 비켜나는 비정규·외주 인력
생명 다루는 의료까지 범람한 자본의 탐욕, 두렵다
- 기사입력2015-06-18 17:03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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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금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에서조차 우리 사회의 왜곡된 노동현실은 그 민낯을 여과없이 노정하고 있다. ‘비정규직’ 혹은 ‘업무외주화’로 대표되는 자본의 탐욕이 결국 개인의 존엄은 물론 생명과 직결된 건강까지 좀먹고, 마침내는 조직 전체의 생존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익히 알려진대로 삼성서울병원이 취한 메르스 확산방지를 위한 비상조치에서 비정규직, 혹은 외주업체 직원은 제외됐다. 이 바람에 이 병원 응급실에서 환자 이송을 담당하는 용역업체 직원인 메르스 환자는 발병 이후에도 일주일 넘게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고 다른 병원 응급실을 방문하는 등, 200명이 넘는 사람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근무를 못하면 월급이 줄어들 걸 우려해” 사실을 밝히지 않은 것 같다고 말하는 이 병원 관계자의 발언에는 분노조차 들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르스 확산방지라는 ‘대의’를 위한 병원의 의무가 면제되는 것은 아닌데, 모든 문제를 개인의 차원으로 간단히 돌려세우는 속내가 읽혀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메르스 발병 병원을 비롯한 전국의 모든 의료기관이 이러한 ‘투명인간’과 같은 외주 인력들이 없다면 ‘돌아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부산에서 감염된 환자 중 한 사람도 전산 관련 외주업체 직원이었고, 개별고용된 간병인들은 심각한 위험에도 불구하고 ‘마스크 착용 금지’와 같은 비인간적 처우를 감당해내기도 한다. 여기에 간호조무, 청원경찰, 청소, 세탁, 심지어 조리 업무까지 외주 인력 없는 병원은 더 이상 상상하기조차 힘들어진 판이다. 오로지 ‘최대이윤’에만 목을 거는 자본의 탐욕이 생명을 다루는 의료기관까지 굴복시킨 이 현실에서, 작금의 메르스 확산은 언젠가 올 거대한 재앙의 전주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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