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과 다른 ‘중소기업 정책’ 이대론 미래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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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독일과 다른 ‘중소기업 정책’ 이대론 미래없다 구호만 요란…임금격차 해소, 자금지원 활성화부터

기사입력2014-02-25 12:52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로지역 재정위기 확대에도 불구하고 가장 빠른 회복세와 함께 꾸준한 플러스 성장세를 보인 독일 경제정책에 대한 관심이 높다. 흔들리는 유로경제에도 불구하고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간 독일 배우기가 마치 열풍처럼 번진 것이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유로지역은 2010년 2.0% 성장에서 지난해 마이너스 0.4%로 하락한 반면 독일은 같은 기간 3.9%에서 0.5%로 플러스 성장을 이어갔다. 이같은 배경에는 제조업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보이고 있는 독일의 중소기업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 세계에서 시장점유율이 세 번째로 꼽히거나 각 대륙에서 1위를 차지하는 히든 챔피언(강소기업)이 독일은 2012년 기준으로 1307개에 이른다. 전 세계 강소기업이 2734곳임을 감안하면 절반에 가까운 수치다. 우리나라가 23개를 보유하고 있는 것과도 대조적이다. 이 보고서에서 유독 눈에 띄는 것은 독일의 전문 기술인력 양성 시스템과 주거래은행을 통한 안정적인 자금지원 등 우호적인 기업환경이다.

우리나라도 중소기업으로의 전문인력 유입을 위해 다양한 유인책을 내놓았지만 재미를 보지 못했다. 원인은 아주 간단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임금 격차 때문이다. 같은 능력이라면 좀 더 많은 급여를 받는 직장을 선호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이를 바꾸라 할 수 없다. 독일 중소기업의 평균임금 수준은 대기업의 85%~90%로 그 격차가 크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60% 초반에 불과하다. 대기업의 임금을 100으로 보면 중소기업은 60이라는 얘기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1월 발표한 ‘사업체노동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동안 5~300인미만(상용기준) 사업체의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총액은 273만4000원이었고 300인 이상 사업체의 그것은 436만원으로, 중소기업의 임금수준은 대기업의 62.7%에 그쳤다.

문제는 다양한 중소기업 육성 정책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임금격차가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2011년 1~11월 동안에는 대기업의 61.1%, 2012년에는 대기업의 62.6%로 제자리걸음이다. 어느 누가 임금을 60%밖에 주지 않는 중소기업을 선택할지 의문이 든다. 지금처럼 중소기업 고용인력에 대한 임금지원 방안도 필요하겠지만 근본적으로 경제성장에 따른 결실과 성과가 제대로 돌아가지 못한다면 중소기업 육성정책은 결국 한계에 부딪칠 수 밖에 없다.

두 번째는 지역은행 중심의 주거래은행을 통해 자금을 안정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독일 중소기업은 지역을 기반으로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가족기업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주거래은행들은 대출에 상대적으로 유연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게 우리금융경영연구소의 해석이다. 이에 따르면 지역은행인 주립·저축은행·신협이 중소기업 및 소매상 대출의 각 58%, 91%를 차지한다. 반면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은행에서 자금을 융통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또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필요한 자금을 어떻게든 확보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일반시중은행들은 어려울 때 제일 먼저 중기 자금부터 회수하기 일쑤다. 심지어 그나마 있는 지역은행을 대형은행에 통합하려는 우를 범하고 있는 실정이다.

독일의 중소기업 정책은 대기업 위주의 성장이 한계에 부딪힌 우리 경제에 여러 시사점을 던져준다. 경제성장의 시작은 사람이고 그런 인재들이 중소기업에서 당당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우리는 지금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이다. 지금처럼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이 우선인 현 산업구조의 틀이 바뀌지 않는다면 저성장의 늪을 빠져나오기 어렵다.

취임 1주년을 맞는 박근혜정부는 백화점식 나열의 경제정책과 요란한 구호만 내세우지 말고 기존의 동반성장 프로그램을 다시 짜고, 중소기업에 필요한 인재가 모이도록 임금체계를 개선하며, 정책자금 등 자금이 중소기업 곳곳에 스며들 수 있는 묘안부터 짜야 한다. 그것이 경제민주화이고 경제활성화다.

아울러 중소기업 역시 현재 구조를 벗어나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당부하고 싶다. 고도의 특화된 제품개발은 물론 하청구조를 넘어서 세계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려는 자체 노력도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