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중소기업 소상공인 “안녕들 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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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중견·중소기업 소상공인 “안녕들 하십니까” 경제민주화 잠잠, 창조경제 모호…중소기업 대통령은 어디에

기사입력2013-12-31 10:00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새 정부 첫해를 보낸 2013년 끝무렵. 경제민주화, 창조경제 그리고 중소기업 대통령을 표방한 현 정부의 경제어젠다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박근혜정부는 경제성장의 과실이 일부 계층에 집중되는 것을 경계하는 한편, 중소기업 등 경제적 약자를 비롯한 모든 경제주체들이 그 과실을 골고루 나누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또 개인의 상상력과 창의성 그리고 과학·정보통신 기술에 기반한 경제운용을 통해 새로운 신성장 동력을 만들겠다고도 했다. 그게 창조경제라고 대선공약집에는 설명돼 있다.

그러나 출범 1년을 맞는 지금은 어떤가? 하도급법 강화, 일감 몰아주기 폐해 차단 그리고 공정거래 관련법 집행체계 개선 등 대통령 후보시절부터 목소리 높았던 경제민주화 정책은 대통령 인수위 과정을 거치면서 슬그머니 사라졌다. 마침내 지난 27일 정부가 발표한 ‘2014년 경제정책방향’에서 경제민주화 비중은 2013년 경제정책방향과 비교하면 확연히 줄어 들었다. 이번에 제시된 4대 주요 정책 과제는 내수활력 제고 등 경제활성화에 방점이 찍혀 있지만, 경제민주화는 과제중 하나인 ‘경제체질 개선’ 항목에 포함됐을 뿐이며 새로운 정책도 보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뿐 만 아니다. 각 정부기관마다 발표자료에 빠지지 않고 나온 ‘창조경제’를 이해하는 사람들도 그리 많지 않다. 올 한 해 가장 많이 들었던 용어인 듯 해도 말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우윤근 의원이 제시한 ‘2013년 박근혜정부 중소기업정책 효과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 10곳 가운데 7곳은 창조경제를 잘 모른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을 말하는지 선뜻 얘기하기 애매하고 흐리터분하기 때문일 것이다.

중소기업 대통령도 구호에 그쳤다는 지적이 많다. 중소기업을 위한 제도개혁과 전방위적 지원을 약속했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이와는 사뭇 다르다. ‘한 게 있어야 하는데 없다’는 얘기다. 게다가 손톱 밑 가시를 제거하겠다며 호언장담 했지만 중소기업은 탁상공론을 일삼는 공무원 때문에, 또한 현장과 동떨어진 법규 때문에 여전히 사업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손톱 밑 가시가 빠졌다고 평가한 중소기업인은 38.8%에 불과했다. 중소기업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온도가 미흡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지난 2012년과 비교해 ‘불공정 하도급 거래 행위’ 등도 달라진 게 없다. 오히려 적정 납품단가 반영 수준은 지난해와 비교해 나빠진 것으로 조사됐다.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우윤근 의원이 공공기관·대기업의 1차 협력사 대표 및 임원 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소상공인들 역시 참담했다. 29일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먹고 살기 위해 창업을 했다는 응답이 10명중 8명(82.6%)이다. 창업해서 생존할 수 있는 확률이 높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내몰려 하는 창업이 대부분인 셈이다.

돌이켜 보면 2013년 한 해 동안 중견·중소기업, 소상공인들이 과연 ‘안녕들 하셨는지’ 걱정이 되는 대목이다.

정부는 2014년 경제정책방향을 내수 살리기에 뒀다. 내수가 살아나려면 가계에서 쓸 돈이 많아져야 하고, 대기업과 재벌에 집중된 과실이 기업의 99%를 차지하고 고용률 88%를 책임지는 중소기업에 돌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 정부가 출범 당시 제시했던 경제민주화, 중소기업 육성 등의 경제어젠다들이 구체적으로 정책에 담겨 나와야 하고 현장 곳곳에 스며 들여야 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