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책임은 ‘감정을 요구’하는 관계여야 추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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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감정책임은 ‘감정을 요구’하는 관계여야 추궁 미술품 감정과 감정인의 책임 下

기사입력2015-09-16 16:36

김별다비 객원 기자 (curatorstudy@gmail.com) ㅣ다른기사보기

감정하는 사람이 만약 감정을 잘못한 경우 어떤 책임을 져야 할까요? 가장 중요한 책임은 전문가의 과실책임이 있습니다. 감정을 잘못한 과실은 감정가가 전문가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전문가로서의 주의의무 위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전문가로서의 주의의무를 다 했는지가 key point입니다.

전문가의 주의의무란 무엇일까요? 바로 전문가로서 평균적으로 요구되는 전문지식이나 능력에 따라 주의를 기울여서 일을 할 의무입니다(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 그리고 그 기대되는 전문가 능력에 비해서 주의를 다하지 못하고 태만하게 일을 한 것을 두고 전문가로서의 주의의무를 해태했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미술의 분야는 광범위하므로 감정인에게 요구되는 전문지식이나 능력을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으므로, 어떠한 전문지식이나 능력이 없다고 해서 주의의무위반(과실)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다만, 최소한의 감정인으로 요구되는 필요한 지식이 부족한 경우는 주의의무위반(과실)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감정인의 전문지식과 능력을 어느 정도로 행하여야 주의의무를 다 한 것일까요? 감정인의 전문지식이나 기술이 완벽하지 않았다고 바로 주의의무위반(과실)이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감정 당시의 판단이 이후에 잘못된 것으로 반박된다고 해서 반드시 주의의무위반은 아닙니다. 다만, 유사한 상황에서 다른 감정인이 기울였을 통상적인 주의나 기술을 다하지 못하여 오류를 행한 경우에는 과실이 인정되는 편입니다. 예를 들어 안목감정 할 때 감정대상에 속하는 아주 일반적인 양식상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행위 등이 과실로 볼 수 있지요.

감정가는 감정의견을 분명히 말하고, 이유도 적절하게 설명해야 합니다. 감정가는 작가의 명성, 작품의 희소성, 작품의 주제, 화폭의 재질, 물감의 용액, 물리적 형상, 작품 혹은 비슷한 작품의 가격이나 이전 가격, 작품의 상태, 파괴여부, 복구여부, 미적가치, 전시횟수, 미술시장의 경향 등을 비교하여 말해 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감정책임은 매매나 경매 의뢰를 하는 정도의 관계에서 부수적으로 감정에 관련된 말을 한 것 가지고 책임을 추궁할 수 없고, 정확하게 “감정을 요구”하는 관계인 경우에나 물을 수 있습니다.

감정에 따라 5만달러 작품이 5백만달러가 되기도

1999년 한 프랑스 딜러는 크리스티 경매에 팔기 위해서라며 Ravenna라는 사람에게 피에타

주제의 그림을 5만달러에 팔 것을 제의하였고, 레베나는 정확히 작가나 작품가치는 모르고 있어 부인을 통해 작품이 거래될 크리스티 경매회사에 어느 정도 가치인지 상담하도록 했습니다.

크리스티 고전그림 전문가 Gardney는 17세기 이탈리아 화가 Nuvolone의 작품이며 1만~1만5000달러의 가치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레베나는 딜러에게 5만달러에 팔았지요. 그러나 사실 그 작품은 바로크 거장 Carracci의 것으로 6개월 후 같은 크리스티 경매에서 522만7500달러에 팔렸습니다. 원고는 크리스티를 상대로 과실책임을 물어 그 차액인 518만 7500달러를 청구하는 소송을 뉴욕 법원에 제기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과실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양 당사자 간의 신뢰가 통상의 판매자와 구매자관계보다 더 가까운 신뢰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예를 들면 단순 매매관계가 아닌, 특별히 감정을 의뢰하는 등의 감정위탁관계가 있어야만 하며 원고와 크리스티사이에는 그만한 신뢰관계가 있었던 것이 아니므로 크리스티의 책임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감정사가 얼마나 유명한 회사인지, 또는 유명한 감정사인지에 따라 기대되는 책임이 다르다고 합니다. 영국에서 있었던 1989년 판결에 따르면, Messenger May Baverstock 이라는 경매회사는 Luxmoore-May가 의뢰한 여우사냥개 그림 2점이 가치가 크지 않다고 말하였고, 룩스모어는 이를 믿고 2점을 840파운드에 판매하였습니다. 알고 보니 저명한 동물화가가 그린 것으로 5개월 후 소더비에서 8만8000파운드에 팔렸습니다.

룩스모어는 Messenger May Baverstock 경매회사를 상대로 전문가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심 법원은 “자격있는 감정인은 이 그림의 가치를 알아봤어야 하며, 더 조사할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며 원고의 손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항소심에서는 Messenger May Baverstock 경매회사는 지방의 규모 작은 경매회사이므로, 미술품에 대한 일반적 감정은 가능했을지라도 동물화에 대한 전문적 감정을 할 능력은 없었을 것이라며 손해배상책임에서 경매회사의 규모를 고려했습니다.

만약 감정가가 작품을 직접 보지 않고 의뢰인이 준 사진만 가지고 감정했을 때는 어떻게 될까요? 법원은 일률적으로 판단하지는 않고, 작품의 성질, 감정의 목적, 사진의 질 등을 감안하여 과실여부를 판정한다고 합니다.

그 밖에 계약책임이 있습니다. 감정을 의뢰하는 일도 일종의 민사적 계약이기 때문에 계약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손해가 난 경우 손해배상 소송 또는 계약파기 소송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계약상 감정 결과에 대해 책임이 없다는 면책조항이 있는 경우가 많아 계약책임이 성립하는 일은 실무상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만약 감정인이 처음부터 의뢰인을 속일 의도로 잘못 감정한 경우는 형사적으로는 사기죄로 고소할 수도 있습니다.[엘지전자 스마트비즈니스센터 김별다비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