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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고정관념을 바꾼 ‘ARTIST’S SHIT’ 피에로 만초니
곤혹스럽지만 미지의 영역 개념미술
- 기사입력2016-02-01 17:17
김현성 객원 기자 (artbrunch@naver.com)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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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이 난해하다고 느낀 적이 있다면 이는 개념미술 덕분이다. 칠하고 자르고 붙이는 일련의 과정들은 생략한 채 작가 자신의 생각을 구현하는데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생각이 에너지다”라는 말처럼 “생각이 예술이다”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김현성 아트브런치 대표개념미술의 등장은 예술창작의 영역을 무한대로 확장시켰다는데 의미가 있다. 관람자들에게 곤혹스러운 경험을 선사하는 건 사실이지만, 미지의 영역으로 남을 수도 있었던 인류의 숨은 미의식을 활성화시키는데 기여했다는 측면도 빼놓을 수 없겠다.
그 중 선두그룹에는 피에로 만초니(Piero Manzoni, 1933~1963)가 있다. 29세라는 젊은 나이에 생애를 마쳤고 작품 활동기간도 짧았지만 사람들이 예술에 대해 갖고 있던 고정관념을 바꾸어놓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의 작품 중 화제가 됐던 건 단연 ‘예술가의 똥(Artist’s shit)이다. 그는 캔 속에 자신의 대변 30g을 밀봉해 넣고 같은 무게의 금값과 같은 가격을 책정했다. 캔 전면에는 ‘정량 30g, 신선하게 저장됨, 1961년 5월 생산’이란 문구를 써놓았다. 이 작품은 캔당 5만달러 정도로 거래가 된다고 한다.
Piero Manzoni, Artist’s shit이 작품과 관련해 충분히 있을 법한 에피소드 하나. 1994년, 덴마크의 컬렉터가 라네르스 미술관에 이 작품의 보관을 맡겼는데 미술관 측이 따뜻한 곳에 캔을 두었다가 표면에 녹이 슬어서 내용물이 새는 일이 벌어지고 만 것이다. 그러자 컬렉터는 소송을 걸어 미술관으로부터 한화로 5000만원 가량을 보상받았다고 한다.
유럽 미술계의 이슈메이커였던 만초니의 작품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던 비평가는 스위스의 게르마노 셀란트다. 그는 만초니의 작품을 “예술을 기호와 상징적인 내용으로부터 해방시킨 것과 예술과 삶의 연관성을 찾은 것”을 강조하면서 그의 예술적 실험을 옹호했다. 나아가 만초니를 1955년 이후 미국과 유럽을 통틀어 가장 매력적이고 수수께끼 같은 인물 중 한 사람으로 격상시켰다.
1960년대 초 미국과 유럽에서는 다양한 예술적 실험이 시도되던 시기였다. 만초니는 생애 마지막 무렵, 세상을 놀라게 할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의 마지막 글인 ‘몇 가지 실현들, 몇 가지 실험들, 몇 가지 계획들’에는 많은 창작 계획들이 있었지만 결국 기획으로만 남을 수밖에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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