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선한 알고리즘 빼고 담백하게 문명의 고독함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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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어수선한 알고리즘 빼고 담백하게 문명의 고독함 표현 영화 ‘셜리에 관한 모든 것’…호퍼 그림속의 장면들 연출

기사입력2016-07-14 20:01

전민지 객원 기자 (artalice.mj@gmail.com) ㅣ다른기사보기

에드워드 호퍼, ‘호텔로비 Hotel Lobby’, 1943, 캔버스에 유채, 81.9x103.5cm, 인디아나폴리스 미술관

신세계쇼핑몰의 ‘SSG’ 광고는 새로운 영상 이미지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특이한 세트 구성, 애니메이션 기법과 같은 영상은 그림자도 없고 단색들로만 채워졌다. 이를 보며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의 그림을 안 떠올릴 수가 없다. 호퍼는 1960년 이후 여러 화가들 그리고 히치콕, 마틴 스콜세지와 같은 영화감독들에게 영향을 주었고 현재도 유행처럼 그의 그림을 오마주로 만든 영상들이 생기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사실주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의 그림을 그대로 재현한 영화 2013년作 ‘셜리에 관한 모든 것’은 호퍼의 작품을 이야기로 묶은 영화다. 영상은 애니메이션처럼 보이지만 실제 세트장에서 찍은 영화로, 보는 이에게 사실적이지 않은 느낌을 준다. 영화는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아는 사람이라면 마치 그의 그림이 움직이는 듯한 환영을 느낄 수 있다. 영화 속 가구 배치, 등장인물들의 몸짓, 의상은 모두 호퍼 그림속의 장면들을 연출하였다.

‘셜리에 관한 모든 것’ 영화포스터

에드워드 호퍼는 20세기 현대인들의 고독을 제일 먼저 그리고 잘 표현해낸 작가라고 할 수 있다. 사진이 발명되고 발전하는 초기에 어쩌면 최초로 스냅사진 같은 회화를 그려낸 작가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는 그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복잡하고 어수선한 알고리즘을 빼고 담백하게 문명의 고독함을 그려냈다. 이야깃거리를 던져주는 그의 그림은 많은 상상을 하게 만든다. 내용을 유추하기보다는 보는 이들 나름의 서사를 만들어갈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그림으로 상상의 여백을 허용한다.

그림 속 등장인물들의 응시점은 관객과 소통하기보다 그들을 무시하는 듯 허공을 바라본다. 그림 자체가 독자적으로 말을 하는 것이다. 그림 속 자주 등장하는 해질녘의 빛은 실내와 야외가 극적으로 분리되는 효과를 내며 작품에서 공간과 빛, 인물이 어우러져 빚어내는 풍경은 현실이라는 표피에 감싸인 내부로의 응시, 이로 인한 감각을 일깨워준다.[2013.12.26/92분/오스트리아/15세 관람가/감독 구스타프 도이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