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부터 고객까지… ‘갑질’이 문화가 된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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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대통령부터 고객까지… ‘갑질’이 문화가 된 사회 갑질과의 전쟁 성역없이 추진되길

기사입력2016-09-07 14:33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대통령은 국회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은 장관후보들을 전자결재로 임명했다. 국회의원은 경호원 멱살을 잡는다. 국회의원 신분을 이용해 친인척을 특별채용하거나 보좌관 월급 떼먹기는 예사다. 대기업 회장은 건물 경호원을 폭행한다. 대기업 하청갑질은 당연지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기업 직원은 스타트업을 도와줄 것처럼 접근해 스타트업의 영업과 기술 노하우를 훔친다. 투자회사는 정부지원을 유치해준다는 명목으로 스타트업과 이중계약을 하거나 지분을 편취한다. 가맹본부는 가맹점주를 수탈해 부를 쌓고, 가맹법을 피한 유사가맹사업의 갑질 횡포도 등장했다. 직장에서는 상사라고 갑질, 백화점·식당에서는 손님이라고 갑질… 나열하자니 한도 끝도 없다.

‘갑질’이 문화가 됐다. 갑질문화 안에는 누군가를 밟고 일어서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숨 막히는 우리사회의 경쟁문화가 배어있다. 어떤 이들은 ‘배려가 잦아지면 권리인 줄 안다’며 배려조차 권력처럼 휘두른다.

경찰이 지난 1일부터 100일간 ‘갑질횡포’ 특별단속에 나섰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불법행위 근절을 위한 특별단속이다. ▲정부기관·지자체·지방의회 등 직권을 이용한 인허가·관급공사비리, 이권개입 등 권력·토착형 부패비리 ▲거래관계 지위를 이용한 사례비 등 계약·하도급·납품관련 부조리 ▲직장·단체 내 지위를 이용한 채용비리·취업사기, (성)폭력·강요·갈취, 명예훼손 ▲악덕소비자(블랙컨슈머)·사이비 기자 등의 폭행·갈취·업무방해 등이 중점 단속대상이다.

갑질근절 선포는 새로 취임한 이철성 경찰청장의 첫 번째 사업이다. 과거 음주운전 전력으로 논란을 빚은 그 이철성이다. 단순히 음주운전 전력이 있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사고처리 과정에서 자신이 경찰공무원이라는 사실을 숨겨 내부 징계를 피한 부도덕한 행위로 비난을 받았다. 청문회 과정에서 당사자의 사과와 반성도 있었지만 어쨌든 대통령으로부터 면죄를 받아 경찰 총책임자의 자리에 올랐다. 대통령만이 아닌 국민으로부터 면죄부를 받기 위해서는 각고의 노력을 보여줘야 할 의무가 있다. 아마도 이번 갑질횡포 특별단속이 그 시험대다.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요구를 하는 갑질 횡포는 인격과 경제권을 침해하는 심각한 범죄다. 반드시 뿌리 뽑아야할 문화다. 지난날 과오에 대한 사과와 반성이 청문회용이 아닌 마음에서 우러난 참회였다고 믿고 싶다. 모쪼록 ‘성역’ 없이 추진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