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악 분노 그리고 상실감 이젠 잊힐까 불행하다

프린트

오피니언 ㅣ 칼럼 경악 분노 그리고 상실감 이젠 잊힐까 불행하다 이번엔 부디 제대로 죗값 치르길…박 대통령도 예외 아니다

기사입력2016-11-11 16:20

최순실씨의 국정개입 파문이 불거진 지도 어느덧 한 달이다. 더 나올게 있나 싶은데도 연일 보도가 쏟아진다. 시작은 박근혜 대통령과 40년 인연을 맺은 최순실씨와 그의 딸 정유라씨였다. 최씨는 대통령 연설문을 수정하는 등 국정에 개입했고 정유라씨는 특혜를 받아 이화여대에 입학한 뒤 학점도 거저 받았다고 한다.

이후 광고감독 차은택씨가 ‘문화계의 황태자’로 인사권을 휘둘렀다는 소식이 나왔고, 펜싱선수 고영태씨는 대통령 가방을 만들었다며 수면 위로 떠올랐다. 두 사람 모두 최씨의 심복이다. 최순실씨는 행동대장일뿐 진짜 실세는 언니인 최순득씨라는 보도도 나왔다. 순득씨의 딸 장시호씨도 정유라씨와 마찬가지로 연세대 입학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하도 많은 이름들이 등장하니 이제 기억하기도 어려울 지경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의혹이 터져 나왔고, 하나하나 사실로 밝혀지면서 처음엔 경악하고 분노했다. 어느 샌가 그 감정은 상실감으로 바뀌었다. 그동안 신뢰해온 대한민국과 그 시스템에 대한 붕괴다. 최순실씨와 측근들은 대통령과의 연줄을 이용해 국정을 휘두르고 국가 예산을 주머니 쌈짓돈 쓰듯 집행했다. 어디 최씨뿐인가. 차은택씨는 자신의 은사인 김종덕씨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외삼촌인 김상률씨를 대통령 교육문화수석으로, 친분이 있던 송성각씨를 한국콘텐츠진흥원장으로 만들었다. 하나같이 무거운 직책들인데 소꿉놀이하듯 인사권을 휘두른 것을 보니 어안이 벙벙할 지경이다. 인사 검증과 청문회 같은 절차들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최순실씨의 단골 성형외과 원장이 대통령 순방에 동행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특혜 대상은 원장에 그치지 않았다. 원장의 처남이 화장품 회사를 경영하는데, 이 회사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한류 행사에서 전시 기회를 얻었다. 박 대통령이 부스를 방문해 격려하기도 했다. 이 회사는 신세계와 신라면세점 입점에 성공했고, 청와대 설날 선물세트로 화장품을 납품하기도 했다. 유망 중소기업 육성 차원에서 이 업체를 선정했다는 것이 청와대의 해명이다. 제품을 알려보려 해외박람회에 나가고 정부조달 위해 고군분투하는 중소기업엔 허탈한 얘기다.

더 절망적인 것은 이렇게 지탄 받는 국정농단의 주인공들도 얼마 후면 잊힐 것이라는 불행한 예감이다. 국정개입의 중심에 있는 최순실씨는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대기업들에 기부를 강요한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은? 세월호사고 때 그러했듯 누군가는 “이제 그만하고 일상으로 돌아가자”는 여론을 만들어낼지 모른다. 이게 바로 그들이 바라는 바다. 쉽지 않겠지만 관심의 끈을 놓지 말고 따끔하게 죗값을 치르는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 처벌 대상은 박근혜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