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의 성급한 기활법 유공자 포상

프린트

오피니언 ㅣ 칼럼 산업부의 성급한 기활법 유공자 포상 보완·검증할 숙제가 많은 기활법…제도정착 후 칭찬해도 늦지 않다

기사입력2016-12-21 17:15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연말이 되니 정부 각 부처에서 각종 유공자 포상이 이어지고 있다. 행정자치부는 정부 3.0 업무 유공자들을 시상하고 경찰청은 보험범죄방지 유공자를, 서울시는 친환경 경제운전 유공자를 선발해 시상하기도 했다. 다른 정부기관, 관련 협회 등에서도 정부시책 및 산업발전에 공로를 세운 이들을 유공자를 선정해 격려하는 행사들을 준비하고 있다.

20일에는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들이 서울 더프라자호텔에서 ‘기업활력법 성과 및 개선방안 세미나’를 개최하면서 유공자 표창을 진행했다. 그동안 기업활력법을 제정하고 시행하는 과정에서 기여한 사람들에게 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표창이었다. 수상자는 산업은행 지점장부터 신용보증기금 차장, 산업연구원 박사,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등 16명이다.

‘기업활력 제고 촉진을 위한 특별법’은 지난 8월13일 시행돼 이제 4개월이 지났다. 정부는 20일 중소기업 3개사를 포함해 올해 10개 기업을 대상으로 기활법에 따른 지원을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21일에는 5개 기업의 사업재편계획을 승인했다고 추가로 발표해 총 15개사가 기활법에 따른 수혜를 받았다. 15개에 불과한 승인기업 숫자도 그렇고, 사업재편계획 승인 그 자체만으로 기활법이 우리 경제에 어떤 긍정적인 효과를 주었는지 가늠하기는 어렵다.

태생부터 대기업 특혜와 경영권승계 악용우려가 있다는 논란을 빚어왔던 기활법인지라, 시행 4개월만에 산업부의 자화자찬 성과잔치는 왠지 성급하다는 느낌이다. 20일 세미나 유공자 포상행사 당일 산업부가 우수사례로 꼽았고, 사례발표까지 한 A기업의 경우 산업부의 공으로 돌리기에는 어색한 구석이 있다. A기업과 B기업의 기업결합은 8월 기활법 시행일 이전 2월 이미 사실상의 합의가 있었고, 실무적으로 결합작업을 추진하고 있었다는 것이 중기이코노미 취재결과 확인됐다. 기활법에 따른 수혜를 받고 싶은 기업의 요구와 성과를 올리고 싶은 산업부의 이해가 맞물려 6개월 정도 결합시점이 늦춰진 것이다.

정부가 기활법 성과를 늘리려고 기업의 구조조정을 강요하고 있다는 업계의 볼멘소리도 있다. 기업의 활력 제고를 위해 기활법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기활법을 위해 기업이 억지로 동원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한 발표자는 기활법 대상기업이 과잉공급업종에 속하고 조직재편과 사업혁신을 동시에 추진하는 기업으로 적용대상이 지나치게 제한적이어서 특혜로 보여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이와 유사한 제도를 일본에서도 시행하고 있다며 기활법 관련 행사때면 늘 일본의 사례를 들지만, 일본 외에 다른 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다는 근거를 대고 있지도 못한 실정이다. 아직 보완하고 검증해야 할 숙제들이 많이 남아 있는 것이다.

좋은 제도를 시행하고 이에 기여한 이들의 공로를 칭찬하는 일을 나무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이제 겨우 시행 초기단계인 기활법이 제대로 자리잡지 않은 상태에서 연말에 남들 다 한다고 유공자 포상까지 할 필요가 있었는지 묻고자 하는 것이다. 유공자 포상이 그렇게 시급한 일이 아니라면, 기활법이 우리경제에서 충분히 제 역할을 하도록 기반을 다진 이후 해도 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