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그리고 경제피해 직결된 ‘기상오보’ 줄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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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생명 그리고 경제피해 직결된 ‘기상오보’ 줄여라 기상청 폭염연구센터 구축 발표에 ‘학습된’ 불신과 조롱 표출

기사입력2017-07-05 17:09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몇해 전부터 ‘미세먼지’는 일상용어가 됐다. 미세먼지 예보가 있는 날이면 등굣길에, 출근길에 마스크를 휴대하는 것이 당연해졌다. 최근에는 대기 중 ‘오존’ 수치에 대한 정보도 예보한다. ‘비가 올지 말지’ 정도의 정보만 알려줬던 것이 예전의 일기예보였다면, 최근 날씨정보는 기상예보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패션, 건강, 음식 등 날씨와 관련된 모든 분야의 정보를 다룬다. 일례로 2012년 국내 최초의 날씨 관련 전문채널인 ‘YTN웨더’가 개국했는데 날씨와 경제, 패션, 문화 등 여러 컨텐츠를 접목시킨 날씨종합방송이다.

날씨는 이제 산업전반에 영향을 주는 지표로 활용될 만큼 중요한 정보가 됐다.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다는 예보는 겨울철 감기 바이러스 차단용에서 미세먼지 방지용으로 마스크의 존재가치를 바꿨다. 마스크 관련 업체는 호황을 맞았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의 마스크 매출을 보면, 올해 3월 기준 전년 동기간 대비 77.4%의 증가율을 보였다. 이 뿐만 아니라 공기청정기 판매 역시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반면 미세먼지로 인한 야외 활동 위축은 경제활동 위축으로 이어져 경제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통계청의 분석이다.

이처럼 날씨정보를 일상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게 된 것은 날씨예보 때문이다. 날씨정보가 단지 정보를 전달하는 차원을 넘어 사회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면, 날씨예보의 정확성은 매우 중요해진다. 하지만 아쉽게도 국민 상당수는 기상청의 예보를 믿지 못한다. 온라인 상에서는 기상청이 일기예보를 ‘생방송’ 한다고 조롱하고, 기상청을 ‘구라청’, ‘오보청’이라고 비웃기까지 한다.

기상청의 오보는 실생활에서 느끼는 불편이나 불만의 차원을 넘어 산업현장에서의 안전과 경제적 피해와 직결된다.

일례로 지난해 9월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이다. 당시는 말 그대로 속수무책이었다. 기상청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한반도에서 지진이 흔히 일어나지 않은 자연현상이라 그렇다’라는 변명은 무책임하다. 지난해 기상청은 장맛비와 폭염 등을 두고도 연일 오보를 내, 여름 휴양지 주변의 숙소와 교통편 예약 취소 등으로 인해 소상공인에게 큰 피해를 주기도 했다.

하루 단위의 예보조차 정확하지 않아 발생하는 피해도 심각하다. 염전의 경우 비가 올 것이라는 예보가 나오면 소금이 섞인 물을 ‘해주’ 즉 안전하게 소금을 가두는 곳으로 이동시켜야 한다. 그런데 예보와 다르게 비가 오지 않으면 염전농민은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신뢰를 잃은 예보로 인해 염전 생산공정을 종잡을 수 없게 되는 상황도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 안전보건공단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5월 하순부터 8월23일까지 3개월 동안 전국에서 2029명이 온열 질환으로 병원에 실려갔다. 이들의 질환은 열탈진, 열사병, 열경련 등인데 모두 폭염에 노출돼 생긴 것이다. 특히 폭염 노출에 의한 위험이 높은 현장 노동자들에게 정확한 예보는 생존과 관련된다. 이 뿐만 아니라 예보에 없던 비가 내릴 경우 공사 일정에 맞춰야 하는 현장 여건상 ‘공사 중단’보다는 ‘서둘러’를 선택하는 경우도 많아 위험은 더 커진다.

얼마 전 기상청은 반복되는 폭염에 대비한 폭염연구센터를 구축해 본격적인 폭염 연구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2025년까지 매년 5억원의 연구비를 지원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그런데 일기예보는?’이라는 댓글이 달린다. 수백억짜리 슈퍼컴퓨터를 들이고도 기상 생중계를 한다는 오명을 받고 있는 기상청이 조직을 또 하나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학습된 불신의 결과다. 일기예보는 산업전반과 그 산업 종사자의 생존권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시대다. 정확한 진단과 정보가 전해지지 않으면, 기상사고는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일기예보 오보는 ‘잘못’을 인정하고 주워 담을 수 있는 차원이 아니다. 기상청은 투입된 예산이 헛되지 않게 신뢰할 수 있는 성과를 먼저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