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하는 아줌마” 노동이 얼마나 고마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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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밥하는 아줌마” 노동이 얼마나 고마운 것인가 국민의당 이언주 의원…노동을 귀천으로 나누는 씁쓸한 인식 표출

기사입력2017-07-12 15:56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국민의당 이언주 의원이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학창시절, 동기가 많았던 우리집 등교시간에는 주방 한 켠에 도시락 여러 개가 차곡차곡 쌓여있었다. 새벽마다 지어지는 고슬고슬한 더운 밥과 어머니의 창의력이 발휘되는 매일의 반찬을 먹고 자랐다. 어머니는 ‘그냥 동네 밥하는 아줌마’였지만 몸이 아파도, 갑자기 일이 생겨도 좀처럼 파업할 수 없었다. 어머니의 노동이 없으면 배를 곯거나 부실한 식사를 해야하는 가족 때문이었다. 공기처럼 당연하게 느껴졌던 어머니의 노동은 비정규직 대우를 받아 마땅한 일이었을까?

최근 파업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국민의당 이언주 의원의 막말이 일파만파다. 한 언론사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파업한 비정규직 노동자를 ‘미친X들’이라고 칭하는가 하면, “(학교 급식 노동자는) 그냥 동네 아줌마들인데 밥하는 아줌마가 왜, 정규직이 돼야 하느냐”고 말한 것이 발단이었다. 이 의원은 같은 통화에서 또 “솔직히 말해서 조리사라는게 아무 것도 아니거든. 그냥 어디 간호조무사보다도 더 못한 그냥 요양사 정도라고 보시면 돼요. 그 따는 진입 장벽 정도가”라고 말해 특정직업을 폄하하기까지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교육부 고위관리가 국민을 개돼지로 비하한 발언이 떠오른다”고 비판했고, 정의당은 “노동자의 노동 가치를 싸잡아 하대했다”고 맹비난했다.

11일 오후 경기도 광명 이언주 의원 사무실 앞에서 경기자주여성연대와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기지부를 비롯한 시민단체가 이언주 의원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 의원은 급식파업에 대해 격분한 엄마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과정에서 잘못 전달된 것이라며, 기자와의 사적인 대화가 보도된 것에 유감을 표했다. 그러나 그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1000만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모욕한 언사’라며 분노를 삭히지 못하고 있다. 말은 생각의 그릇이라는데, 그의 언사에는 노동을 귀천으로 나누는 평소의 생각을 담았음직해 씁쓸하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것이다. ‘어머니의 파업’은 잠시 떠났다 다시 돌아올 자리가 있는 정규직의 파업이었지만, 그들은 어쩌면 다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는 불안한 자리를 걸고 시작한 싸움이다.

물론, 불편하다. 학교에 맡겨두었던 아이들 점심밥 준비를 갑자기 가정에서 하려니 이런저런 문제가 많이 생긴다. 맞벌이부부는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니, 그동안 그들의 노동이 얼마나 고마운 것이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