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ㅣ 칼럼
담뱃세와 안심대출…그대들의 ‘정책목표’란?
단견을 가장한 국민 간보기, 위태롭고 무상한 날들
- 기사입력2015-03-30 10:25
김창훈 기자 (ckim2014@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
작심삼일이었을까. 담뱃세 인상으로 주춤했던 담배 소비가 되살아나는 모양새다. 연초 50%대까지 곤두박질했던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담배판매량은 지난달 70%대 후반으로 회복됐다가 이번달 들어서는 80%대에서 안정적인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주(週)가 거듭될수록 야금야금 감소폭을 줄여내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판매량은 여전히 떨어져있지만 판매액은 크게 늘어난 형국이다. 이 과정에 ‘대박’이 난 것은 국민건강도 서민들의 호주머니도 아닌 정부의 곳간뿐이다. 뭐, 시차야 있을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이 예상했던 흐름이다. 덕분이다. 한동안 떠돌던 ‘저소득층을 위한 저가담배’ 같은 코미디같은 카드는, 큰 변수가 없는 한, 이제 꺼내들지 않아도 좋게 됐다.
말도 탈도 많은 안심전환대출. 출시된 지 단 며칠만에 월(月) 한도가 아닌 연(年) 한도 20조원을 간단히 소진해버렸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만 300조원을 넘기는 상황에서 2%대 저금리에 갈아타기 수수료까지 면제해주는 ‘매력적’인 상품의 공급 한도를 20조원으로 잡은 게 문제였다. 상품이 시장에 나오기 전부터 이미, 첫날 월 한도가 소진될 것이라는 예상이 빗발친 터였다. 한도를 정할 생각이었다면, 출시를 늦추더라도 좀 더 고민을 기울여 ‘변별력’을 키웠어야 했다. 아니나 다를까, 금융 당국은 부랴부랴 대출 한도를 20조원 추가하겠다는 발표를 내놨다. 출시 5일만인 29일의 일이다. 그러면서 1조1000억원어치 대출을 표본조사한 결과 “소득 6000만원 이하의 대출자가 70%였고, 주택가격 6억원 이하가 90%에 달했다”며 중산층 이하 계층의 부채위험 관리라는 정책목표에 부합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소득 6000만원이라니, 그리고 이 소득을 넘긴 것으로 추정되는 나머지 30%라니… 그러면서도 형평성이나 역차별과 같은 핵심 쟁점은 하나도 해소해내지 못했다.
‘단견’을 가장한 국민 ‘간보기’가 잦아지는 느낌이다. 정부가 취한 담뱃세나 안심전환대출의 진행방식을 보면, 무언가 ‘숨겨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액면의 정책목표를 급조한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완벽한 정책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해도 이건 좀 지나치다 싶다. 올 들어 당국이 취한 방식의 담뱃값 인상과 안심전환대출 출시가 애초부터 국민건강 증진이나 중산층 이하 부채위험 관리라는 정책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최선의 방식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국민 개개인이나 경제·사회 전반에 미칠 도저한 파급효과와 그 과정에 피치못하게 드러난 부작용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일단 밀어붙인 후 이어지는 추이를 봐서 미봉하는 판이니, 처음부터 입 밖으로 내건 정책목표 따위가 있었는지나 모르겠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꼭꼭 숨겨둔 내밀한 목적을 위해 액면의 목표를 재단하는 듯한 하루하루를, 꼭두각시 모양 살아내는 일이 그저 위태롭고 무상해진다.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