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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주민등록‘증’ 말고 주민‘번호’ 교체 안되나?
반복되는 개인정보 유출 근본 해결 고민할 때
- 기사입력2015-06-07 10: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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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등록증의 일제 교체가 추진된다는 언론보도에 행자부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해명하고 나섰다. 해명이 사실이길 바라며, 지금 교체해야 할 것은 ‘주민등록증’이 아니라 ‘주민등록번호’라는 점을 정부가 인지하길 바란다.
연합뉴스는 행자부가 “보안성 강화 등을 위해” 주민등록증 전체를 새로 발급하는 방안을 수립하고, 추진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지난 2일 보도했다. 주민번호 체계 개편방안은 반영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행자부는 이에 대해 “주민등록증 업무의 소관부처로서 주민등록증의 개선에 대해 검토해 오고있다”면서도, “기사에 보도된 내용은 확정된 사항이 아니다”고 밝혔다.
만 17세 이상에게 발급되는 주민등록증은 현재 4200만장에 달한다고 한다. 16년 전인 1999년 현재의 주민등록증으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든 비용이 460억원이었는데, 새롭게 주민등록증을 교체하면 그 비용은 당시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물론 필요성이 확고하다면 비용과 불편을 감수하고라도 교체를 추진하는 것이 옳다. 하지만 지금 주민등록증 자체를 교체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지난해 1월 국민카드, 롯데카드, NH카드에서 유출된 개인정보는 모두 1억건을 넘어섰다. 신상정보에 결제계좌, 카드 유효기간 등 중요 정보들이 모두 유출됐다. 시스템을 개발하는 용역업체 직원이 개인정보를 빼돌려 대출업자에게 판매한 사건이었는데, 개인정보를 이용하는 내부직원이나 용역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보안시스템이 제대로 마련되지 못한 결과였다.
이 사건 이전에도 여타 기업 등에서 숱하게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발생했고, 그때마다 정부는 개인정보 관리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거나 피해 발생 시 처리방안을 마련했다. 이제 법안이나 규정은 충분히 완비됐으니, 잘 실천할 일만 남았다고 생각할 법하다. 마치 이미 유출된 개인정보로 인한 피해는 더 이상 발생하지 않을 것처럼 말이다.
물론 주소나 계좌번호, 전화번호 등의 개인정보는 개인이 교체할 수 있기 때문에 개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추가 피해를 방지할 수 있다. 그러나 개인이 바꿀 수 없는 주민등록번호의 유출로 인한 피해는 반복해서 발생하지 않는다고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주민번호 수집을 제한하는 개인정보보호법이 시행됐지만, 여전히 금융회사 등지에선 주민번호를 수집할 수 있도록 예외를 두고 있다.
경실련 시민권익센터는 연합뉴스 보도 이후 발표한 성명서에서 “정부가 세금낭비에 불과한 주민등록증 일제교체를 추진하는 것에 반대하며, 무엇보다 시민들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유출된 주민등록번호의 자유로운 변경 허용 등의 주민등록번호 체계 전면개편에 더욱 노력해 줄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개인정보를 포함하지 않은 임의번호 부여 ▲필요할 경우 언제든 변경허용 ▲고유 목적으로만 엄격하게 사용제한 ▲사회 각 영역에서 별도의 식별번호 사용 등의 주민등록번호 체계의 전면개편이라는 대안도 제시했다.
행자부가 주민등록증 교체에 관한 업무를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개인정보 유출을 숱하게 겪은 국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주민번호 체계 개편이라는 점에 유념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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