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의 객관적 평가보다 투자가치만 집중되면 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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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미술품의 객관적 평가보다 투자가치만 집중되면 곤란 미술품 구매와 가격 결정요소

기사입력2015-06-26 16:24

변종필 객원 기자 (jpdada@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변종필 관장·미술평론가

애당초 시장은 상품들의 경쟁에서 소비자를 독차지하는 사물이 갖게 되는 지위상품의 속성이 강한 곳이다. 소비자가 미술 작품을 구매하는 동기 역시 미술품이 갖는 지위상품(status good)의 속성 때문이다. 현대미술시장에서 스타성을 인정받고, 투자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블루오션 작가의 작품으로 소비가 집중되는 망외부성(networkexternality)도 같은 맥락이다.

컬렉션의 성공은 90% 지식과 정보에 달려

미술품 매매의 가격결정에는 구매 대상작품의 미술사적 가치, 작품성, 예술성, 독창성, 희귀성 등 예술 내적 요소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희귀성은 독창성이나 작품성과 비견되며, 그 자체가 가격을 결정짓는 척도가 되어 작품성을 뛰어넘는 일도 있다. 유명화가의 대표작품이 수백억을 호가하는 이유는 세상에 오직 하나 밖에 없다는 유일성이 지닌 힘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미술품의 진위와 보존상태, 정부의 정책, 시장경제, 컬렉터의 기호, 언론과 학문의 동향 등 훨씬 복합적이고, 다양한 요소들이 가격결정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준다.

그러나 때로는 미술품 가격결정이 훨씬 단순한 기준에서 결정되기도 한다. 상품적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라는 교환가치의 대상으로 선택될 때다. 미술품 가치가 작가의 예술적 등급이나 미적 가치에 의해 결정되지 않고 경기의 흐름 또는 작가나 양식 등이 미술시장에 상응하는 시세에 따라 결정된다.

망외부성(networkexternality)

경제적 관점의 망외부성은 전화나 팩스와 같은 네트워크로 연결된 상대방이 많을수록 더 가치가 늘어나는 효과로서 공급량이 많을수록 더 가치가 높아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소비자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서 그 가치가 증가하는 현상을 말한다. 단, 승자독식현상이 시간적으로 장기성을 갖는다면 망외부성은 상대적으로 단기간의 집중현상에 좀 더 적합하다.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도 시기와 재료, 주제와 소재에 따라 가격 결정이 달라지고, 경매시장에서 가격과 화랑에서 거래가격의 차이도 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최종 결정은 소비자의 선택결과가 반영된 것이지만 그 과정에는 다양한 요소들이 변수로 작용하게 된다. 화상의 역할, 작가의 경력, 비평가의 평가, 투자가치 등이 소비자가 최종 선택하는데 결정요인으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미술품 소장을 원하는 소비자가 어떤 작품을 구입할 때 그 작품에 대한 투자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비평가의 평론이나 다른 소비자들의 구입현황이 반영된 네트워크 정보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일 수 있다. 컬렉션의 성공은 90% 지식과 정보에 달렸다는 말이 있을 만큼 현대 미술시장에서 정보는 곧 성공과 실패를 결정짓는 열쇠가 된다. 성공적인 컬렉터가 되기 위해서 고급정보를 발 빠르게 얻을 수 있는 정보망 확보가 중요하다. 미술시장의 판도를 이끄는 주요 플레이어들이 아닌 이상 일급정보를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많이 의존하게 되는 것이 인맥을 통한 정보 얻기다.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경우 온라인 미술정보 사이트, 국내외 유명 아트페어, 국내외 경매회사의 거래가격, 미술품 거래 및 미술관련 뉴스 등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

미술품 거래는 타이밍이다

정보가 중요해짐에 따라 네트워크의 규모와 영향력은 과거 정보망에 비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광범위하고 강해졌다. 어떤 사회적 현상을 이슈화하거나 담론화하고, 때로는 홍보하는데 언론매체가 갖는 힘과 영향력은 상상이상으로 작용한다.

미술품에 대한 객관적 평가보다 스타성 작가들의 작품 값 변동과 투자가치에 관심을 집중시켜 미술의 상품화를 부추기는 결과가 나올까 우려스럽다.<자료=비자트>

언론매체의 보도내용이 어디에 초점을 두고 있느냐에 따라 미술품에 대한 관심도가 달라지기도 한다. 간단한 예로 관람객의 만원사례를 이끄는 블록버스터 전시들의 경우 언론매체의 집중적인 홍보성 보도가 관객동원에 끼친 영향력이 크다. 사회적 이슈로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유명인이 소장했던 작품이 경매시장에 나올 경우 유명세가 붙어 경매경쟁이 과열되기도 한다.

최근 한국의 단색조(모노톤)에 관한 국내외 관심과 미술시장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베니스로 간 한국의 단색화…국제무대 첫 시험대 오르다’, ‘베니스 비엔날레서 한국 단색화 알린다’, ‘홍콩·베네치아까지 단색화 붐…값 10배 뛰는 등 시장 급성장’ 등등 주요 신문에 단색화의 열기를 전하는 보도기사가 뜨겁다. 한 마디로 ‘단색화 열풍’이다.

지난해부터 불기 시작한 단색화의 열기가 이미 국제무대까지 번졌고, 최근 1년 사이 단색화 그림 값은 평균 5~10배 정도로 폭등했다. 실제 연구조사에 따르면 작년 한해 미술시장 작품거래액이 지난 10년간 총 거래액과 거의 맞먹을 정도로 증가(2001~2013년 총 거래액:59억2700만원, 2014년 거래액:49억1300만원-서진수 미술시장연구소장)했다. 이처럼 단색화에 대한 열광은 ‘한국 미술사에서 단색화의 위상과 재평가’라는 측면에서 보면 의미있는 변화다.

작가의 국적이 작품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볼 때 국제미술시장에서 단색화를 향한 관심이 증폭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미술에 시선이 집중된다면 환영할만한 일이다. 무엇보다 단색화에 대한 미술사적, 미학적 평가와 한국미술을 대표하는 양식으로써 곤곤히 자리매김 할 수 있는 기회로 보면 긍정적 부분이 많다. 국내 미술시장이 아닌 세계 미술시장에서 주목받는 작가와 작품이 된다는 것은 한국 미술의 위상과 국내 미술품의 작품가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예를 들어 지나치게 작품가격에 초점을 맞춰진 언론보도나 미술품 소장을 미래의 가장 안정적인 투자로 인식하게 하는 희망만을 심어주는 경우다. 이 경우 자칫 미술품에 대한 객관적 평가보다 스타성 작가들의 작품 값 변동과 투자가치에 관심을 집중시켜 미술의 상품화를 부추기는 결과에 그칠 수 있다. 국내 미술시장에서 단색화작품이 집중 거래되는 현상도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다. 지금까지 한국미술시장이 ‘깜짝호황 장기불황’이라는 미술품 유통의 악순환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배운 학습효과만으로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궁극에 미술품을 소장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가격결정요인을 이해하고, 미술시장의 유통구조를 나름대로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작가와 작품의 트렌드와 경매동향, 작품의 진위감정, 작품의 가격변동지수 등 미술시장의 흐름과 작가와 작품에 관련된 모든 정보를 꼼꼼히 챙겨가며 눈과 귀를 언제나 미술계를 향해 열어두고 미술품 소장기회를 엿보아야 한다. 미술품거래는 타이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