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에게 부담 떠 넘기는 ‘소액결제 거부’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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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소비자에게 부담 떠 넘기는 ‘소액결제 거부’ 움직임 신용·체크 등 카드결제 55%…신용카드 운용 시스템 정비부터

기사입력2016-02-14 17:56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신용카드, 모바일 뱅킹 등 결제방식이 다양해지면서 현금 사용이 크게 줄었다. 1만원 이하의 금액도 카드 결제가 가능해 휴대전화 케이스에 신용카드 한 장 넣고 다니면 마트, 편의점, 대중교통 등을 이용하면서 현금없이도 일상생활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한국은행이 2020년까지 ‘동전없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목표도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들의 신용카드 이용 비중은 40.7%다. 체크·직불카드 이용률 14.8%를 더하면 카드를 사용한 결제가 55%로 과반 이상을 차지한다. 현금 사용 29% 보다 월등히 많다. 1만원 미만의 소액결제에서도 신용카드 이용비중이 23%에 이른다.

신용카드 사용 비중이 늘면 신용카드사들에게 좋을 것 같지만 정작 신용카드 업계에서는 볼멘소리가 들린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감독원 한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금감원에서 실시한 금융권 초청 업무계획 설명회에 참석한 한 신용카드 업체 대표는 “가맹점들이 신용카드 소액결제에 대한 불만이 많다”며 “소액의 카드결제를 가맹점에서 거부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건의했다고 한다. 가맹점 핑계를 댔지만 속내는 따로 있는 듯하다. 소액다건 형태의 카드사용이 정착됨에 따라 카드사가 밴(VAN)사에 지급하는 수수료도 증가해 소액결제가 많을수록 손해라는 것이다. 밴사는 카드사와 가맹점 사이에서 카드 승인·전표 매입 등의 업무를 대신해주며 결제 금액과 상관없이 건당 120원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신용카드 소액결제에 대한 거부는 여신금융업법에 의해 금지돼있다. 카드사들이 1만원 미만 소액 카드결제를 거부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은 신용카드 결제문화가 이미 정착된 소비자에게 불편함과 부담을 떠넘기려는 행태다. 가맹점에서 신용카드 소액결제를 거부하면 소비자는 동전이용이 증가하고 현금을 소지해야하는 불편함이 따른다. 그 과정에서 발생되는 소비자와 가맹점과의 마찰에 대해 신용카드사가 책임질 리 만무하다. 또 동전 사용이 증가되면 동전 발행비용도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신용카드 소액결제 증가로 인해 신용카드사의 수익발생에 문제가 생긴다면, 소비자의 불편을 발생시키는 방안을 추진할 게 아니라, 기존 밴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재편하고 현재의 수수료 구조를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바꾸는 등 신용카드 운용 시스템을 정비하는 자구책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