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이 일상화된 사회…그 피해는 결국 당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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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갈등’이 일상화된 사회…그 피해는 결국 당사자 극단화 범죄화 우려…더 큰 갈등 막아야 한다

기사입력2016-06-28 15:08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이번엔 스타벅스 커피가 발단이었다. 스타벅스가 지난해 10월1일부터 대통령 특별휴가를 받아 나온 국군장병을 대상으로 커피 1잔을 무료로 제공한 것에 대해 여성차별 논란이 일었다. 이 문제는 온라인 상에서 남성과 여성의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달 발생한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에서 경찰이 내린 결론은 ‘피의자 김씨의 정신병, 즉 조현병에 의한 범죄’였다. 하지만 이 사건은 남성과 여성 사이에서 ‘여혐(여성혐오)’·‘남혐(남성혐오)’ 논쟁으로 번졌다.

이 뿐만 아니다. 올초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촉구를 두고 맞붙은 ‘어버이연합’과 ‘효녀연합’의 의견차이는 이후 ‘엄마부대’·‘후레자식연합’ 등이 잇달아 출현하며 부모세대와 자식세대의 갈등으로 확대됐다. 7월 시행을 앞둔 맞춤형 보육제도는 만 48개월 이하 영아반을 부모의 직업유무에 따라 종일반과 맞춤반으로 나눠 운영한다는 내용인데, 당장 지원금이 줄게 되는 어린이집의 반발도 거세지만 이 제도로 인해 온라인상에서는 ‘워킹맘’과 ‘전업맘’이 다툼중이다.

갈등이 일상화된 사회에 살고 있다. (사)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가 지난해 말 실시한 ‘한국인 공공갈등 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사회에서 집단 간 갈등이 ‘심각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92.6%다. 국민 10명 중 9명 이상이 집단 간 갈등이 심각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사회 갈등이 진보 vs 보수, 못사는 사람 vs 잘사는 사람, 남성 vs 여성, 경영자 vs 노동자, 정규직 vs 비정규직, 젊은 사람 vs 나이든 사람, 영남 vs 호남 등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난, 취업난, 주택난 등 전쟁의 틈바구니 속에서 불평등·불합리·부조리를 각자의 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언론도 갈등을 부추기고 있는 모양새다. 건전한 갈등은 사회진보를 위한 촉진제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요즘의 갈등은 점점 극단화되고 범죄 등 사회문제를 일으킨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누가 옳고 누가 그르다를 딱 잘라 말할 수 없는 문제일 수 있겠으나, 갈등의 피해자는 결국 갈등 당사자들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갈등의 끝에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더 큰 전쟁이 도사리고 있는 것 같아 불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