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관대한 퇴직공직자 재취업 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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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너무 관대한 퇴직공직자 재취업 승인 근로자 이사와는 다른 잣대…전문성·공정성 엄격한 기준 적용 필요

기사입력2016-08-14 18:00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퇴직공직자의 재취업 문제가 다시금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관피아 근절 방안 토론회에서다. 개선 노력이 없었던 건 아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퇴직공직자의 재취업 제한기간을 늘리고, 2급 이상 고위직의 업무관련성 판단 기준을 기관 업무로까지 확대했다. 2급 이상 퇴직공직자가 취업심사를 받아야 할 기관도 대폭 늘렸지만 효과는 없었다.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에 따르면 인사혁신처 취업심사에서 퇴직공직자의 재취업 승인률은 6월 기준 91.9%였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국회입법조사처 박영권 조사관의 말처럼 ‘예외 없이’ 대부분 승인됐다.

공직자윤리법이 허술한 이유는 법 시행령에서 명시한 9가지 예외조항 때문이다. 이 조항에 따르면 공공이익에 필요한 경우, 경영개선에 필요한 경우 등이다. 예외가 정말 예외상황에만 적용되느냐도 문제고, 이런 예외가 결국 불공정성으로 이어지는 것도 문제다. 91.9%가 예외조항으로 적용되는데, 어떤 이유로 예외조항에 해당되는지를 공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공정성을 기대하기 힘들다.

한 달 전 열린 ‘근로자 이사제 도입 쟁점과 전망’ 토론회가 떠올랐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사외이사에 근로자 대표 한 명을 넣기도 힘들다는 현실이 그대로 드러났다. 논란은 전문성이나 공정성이 아니었다. 아무런 배경 없는 근로자 대표가 사외이사로 들어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느냐, 기대한 것만큼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였다. 한국노총 이정식 사무처장이 “일단 한 명이라도 근로자 대표가 사외이사로 된다는 것도 의미있다”고 말할 정도다. 전문성이 거론되는 퇴직공직자 재취업과는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공정한 절차로 한 명만 해보자고 해도 반대의견이 만만치 않다.

한쪽에선 발을 들이미는 것조차 힘든데 한쪽에선 유명무실한 법으로 쉽게 접근한다. 더불어민주당 관피아방지특별위원회에 따르면 2014년 12월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낙하산 인사는 149개 기관 246명이었다. 공공이익, 경영개선, 산업발전, 기술발달, 그리고 전문성. 그들이 이 기준들에 의해 공정하게 평가되고 있는 걸까? 정말 그렇다면 낙하산 인사가 지면을 달굴 일도 없을 것이다. 나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엄격한 태도는 그저 욕심으로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