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에 분노하는 것은 어른·청소년 모두 같다

프린트

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국정농단에 분노하는 것은 어른·청소년 모두 같다 청소년 자유발언 보면서 민주주의 살아 있음을 실감

기사입력2016-12-06 18:21

촛불집회에서 두 아이를 데리고 나온 일가족을 만났다. 많아 봐야 초등학생정도로 보이는 앳된 아이들이 “박근혜는 하야하라!”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고사리 같은 한손에는 ‘박근혜 퇴진’이라는 플래카드를, 다른 한손에는 엄마·아빠의 손을 잡고 있었다. 뭘 알까 싶어 물었더니 “대통령아줌마가 잘못한 일이 있어 우리가족이 말하러 나왔다”고 했다. 똑소리 나는 대답이다.

유난히 어려웠다던 불수능을 끝낸 수험생들도 광화문 일대로 쏟아져 나왔다. 수험표를 보여주면 50% 할인을 해주는 패밀리 레스토랑, 영화관을 돌아다니며 놀기에도 바쁠 나이다. 그런데 집회에 참여하고 행진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핫팩을 나눠주면서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집회에서 만난 한 학생은 “‘돈도 실력. 니네 부모를 원망하라’는 정유라의 발언에 몹시 화가 난다”고 외치기도 했다.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일어나면서 이처럼 함께 목소리를 내는 청소년들이 늘고 있다. 반면 청소년의 정치참여를 두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아이들이 무엇을 알겠냐는 것이다. 미성숙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나이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청소년들이 ‘하야’니 ‘퇴진’이라는 어려운 단어를 제대로 알기는 어렵다. 엄마, 아빠가 외치니까 따라서 외쳐대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TV에서 촛불집회를 보고 호기심에 부모를 졸라 같이 나왔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상황에 분노하고, 화를 참기 어려운 것은 어른이나 청소년이나 같다. 적어도 기자가 현장에서 만난 청소년들은 자신들의 언어로 현 시국을 표현할 줄 알았고, 문제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상황인지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 않고 나와 지치지 않고 끊임없이 자유발언을 이어가는 청소년들.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 땅에 민주주의공화국이 아직 살아 있음을 실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