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통해 드러난 재벌총수들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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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청문회 통해 드러난 재벌총수들의 민낯 대한민국 리더십의 변화가 시작된 날로 기억될 수 있기를

기사입력2016-12-11 15:40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박근혜·최순실’ 청문회에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더 능력있고 우수한 사람이 나타나면 경영권을 넘기겠다”고 말했다. 삼성과 관련된 최순실 의혹에 대해 “모르겠다”, “사후에 알게 됐다”, “송구스럽다”는 말만 반복하자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모르는게 많고 기억력이 안좋은 듯 한데, 이 기회에 전문경영인에게 경영권을 넘기는 것이 어떠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이 부회장만 그런게 아니다. 이날 청문회에 참석한 재벌총수 9인은 모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의 총수들이다. 이들 재벌총수 상당수는 수십억 이상되는 돈이 최순실 의혹과 관련돼 사용됐음에도 한결같이 ‘실무자가 처리해서 모른다’, ‘내가 결정한 사항이 아니다’라고 발뺌했다. 한두푼도 아니고, 수십억 이상의 회사 돈이 몰래 새나가도 몰랐다면 최고경영자로서 자격이 없다는 것은 명확하다.

재벌총수들만이 아니다. 정부관료들 역시 마찬가지다. 청와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선택적 기억장애도 보였다. 김 전 실장은 지금껏 줄곧 “최순실은 모른다”, “이름도 들어본적이 없다”고 우기다가, 지난 7일 청문회에서 네티즌이 제보한 ‘2007년 한나라당 후보 검증 청문회 영상’을 본 후 ‘이름은 들어봤다’며 말을 바꿨다. 이런 기억력으로 요직을 차지하고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다.

“VIP(박근혜 대통령)의 뜻이니 이미경 부회장이 물러나야 한다”고 CJ그룹 손경식 회장과 통화한 청와대 조원동 전 경제수석비서관은 “대통령이 왜 그런 지시를 내렸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통령과 사적으로 친밀하지 않아 (지시 이유)그런 것까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벌그룹 부회장을 사퇴시키란 대통령의 지시를 ‘사적’인 것으로 받아들였다는 얘기다. 그 이유를 물어보지 못한 것도 문제지만,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한 것은 더 큰 문제다.

이런 사람들이 대한민국 리더라며 국민 ‘위’에 서 있었다. ‘맹탕’청문회라는 평가도 있지만, 이번 청문회를 통해 재벌총수들과 정부 고위관료들의 ‘가짜 리더십’, 민낯이 드러난 것은 하나의 성과라 여기고 싶다. 적어도 이제는 저들을 대한민국 리더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을테니 말이다.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가짜 리더십의 파산은 정점을 찍었다. 국민 스스로가 대통령의 가면을 벗기고 끌어내렸기에 더욱 눈부신 성과다. 대한민국 리더십의 변화가 시작된 날로 기억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