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기’ 자금지원 받는 기업 대부분이 정상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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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재기’ 자금지원 받는 기업 대부분이 정상기업 경영위기 겪거나 워크아웃 기업은 실제 지원 받기 어렵다

기사입력2017-02-28 18:17

이가영 기자 (young@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재도약을 위한 자금이라고 하지만, 실제 경영위기나 워크아웃(회생가능기업) 상태의 기업이 지원대상으로 선정되는 경우는 하늘의 별따기라고 보면 됩니다.”

최근 정부자금지원 세미나에 강사로 나선 회계사 A씨의 말이다. 그는 한번 실패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재도약 자금이나 재기를 위한 보증이 실제 도움이 필요한 기업에 돌아가는 경우가 극히 미미하다고 전했다. 정부부처 입장에서 이들 기업을 지원했다가 돈을 돌려받기도 어렵고, 또 재기 가능성을 평가하기가 난감하다는 이유에서다.

‘자금융자 및 보증지원 정책’ 사업은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시행 중인 재기지원사업 가운데 비교적 경쟁률이 높은 편이다. A씨에 따르면, 이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업체를 찾아 별도의 컨설팅을 받는 기업도 허다하다. 일반 보증에 비해 보증비율과 보증료 등을 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형별로 약간씩 다르나, 최대 100%까지 금액을 보증하고, 보증료도 연 1%대로 저렴하다.

시중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리기 어려운 상태에 놓인 기업에는 반드시 필요한 지원이다. 재기를 위해선 업종을 바꾸거나 신제품을 개발하는 등 수익을 낼 기회가 필요한데, 이때 드는 비용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대상은 경영위기나 워크아웃 등을 겪고 있는 기업으로 제한된다. 현재의 상황이 어렵고, 도움이 절실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객관적인 지표가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실제 자금지원 대상으로 선발된 기업은 정상기업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특히 전체적으로 봤을 때 큰 이상은 없지만 특정 부문의 상황이 좋지 않은 기업의 경우, 정부지원 대상으로 선정되기 쉽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상환 가능성이 높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한 부문이라도 눈에 띌 정도로 사정이 나쁘면 자금을 지원하는 명분은 된다. 다른 부문에서 이상이 없다는 점에서 모든 상황이 나쁜 기업보다 갱생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시중은행과 같은 민간기업이 융자나 보증을 서는 경우 까다로운 심사를 통해 리스크를 줄이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정부기관에서 기업의 재도약을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이라면, 이와는 달리 운영할 필요가 있다. ‘미리 리스크를 발견한 기업만이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사업실패로 힘들어하는 기업을 돕고, 재기를 돕겠다는 정책자금의 당초 목표와 거리가 있다. 아울러 영세한 규모의 기업일수록 스스로 객관적인 평가를 하기 어렵고, 위기 대처능력도 낮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그렇다고 가능성이 없는데 무분별하게 예산을 퍼주라는 얘기가 아니다. 민간기업과는 다른 정부의 공공지원책이어야 한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