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기사 배치, 원칙과 기준을 지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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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네이버의 기사 배치, 원칙과 기준을 지켜야 자의적 기사배치 반복되면 제2의 MBC·KBS 사태 재현은 불가피

기사입력2017-10-25 19:28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대한민국 언론사는 네이버에 입점한 언론사와 입점못한 언론사로 나뉜다” 한 중견기업 홍보팀 간부의 말이다. 국내외 주요 뉴스제공 서비스를 하고 있는 대형포털 네이버의 언론시장 지배력을 보여주는 얘기다. 이 때문에 네이버와의 뉴스 서비스제휴를 위해 ‘입점못한’ 언론사들은 매년 입점 신청을 통해 네이버의 문을 두드린다. 외부 전문가들의 평가과정을 거치지만, 어쨌든 네이버의 심사를 뚫은 10% 내외 언론사만이 네이버에 뉴스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

지난 20일 스포츠 전문매체인 ‘엠스플뉴스’는 한국프로축구연맹 홍보팀장이 네이버 이사에게 청탁해 축구연맹에 불리한 기사를 이용자들 눈에 보이지 않는 곳으로 재배치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파문이 커지자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는 같은 날 오후 “자체 감사에서 네이버 스포츠 담당자가 외부의 기사 재배열 요청을 일부 받아들인 적이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시인했다.

결국 외부의 압력이나 요청이 있으면 기사를 내리고 올리는 것이 가능했고, 실제 그런 행위가 있었음을 자인한 것이다. 네이버 대표의 사과문 발표 후 엠스플뉴스는 “네이버의 사과문에는 스포츠 총책임자인 ‘이사’를 ‘담당자’로 표현하고, ‘일부’ 뉴스일 뿐이라며 해당사건을 축소하려한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네이버의 언론 영향력이 막강해지면서 네이버가 뉴스를 자의적으로 배치한다는 의혹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지난 7월에는 2015년 삼성의 요청을 받아 경영권 승계 관련기사를 네이버가 축소 배치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전 의원은 25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본인 또한 3년 전 국감에서 고 유병언 세모그룹 회장과 관련된 내용을 경찰이 카카오톡과 네이버밴드를 사찰하고, 또 내비게이션으로 유 회장이 나타났다고 알려진 지역을 검색한 이용자들을 사찰했다는 의혹을 제기해 200개 이상의 기사가 쏟아졌지만, 네이버는 이들 기사를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재배치한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정 전 의원은 “이번 축구연맹 기사 재배치도 똑같은 방식”이라며 네이버의 상습적인 기사배치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네이버의 인위적인 여론조작은 범죄행위”라고 맹비난했다.

정 전 의원의 주장에 대해 네이버 관계자는 “언론사에서 분야를 지정해주면 그 안에서 기사배열이 이뤄진다”며 “해당 기사는 사이버 사찰과 관련된 내용이기에 대부분 IT과학 분야로 언론사가 직접 지정해 기사를 보내줬다”는 입장을 밝혔다.

네이버 등 포털의 영향력은 광고시장 규모에서도 드러난다. 지난해 지상파TV 광고시장은 2015년 대비 15.9% 감소한 1조6576억원이었다. 반면 디지털 광고시장은 2015년 처음 3조원을 돌파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3조3825억원으로 전년대비 12.7% 증가했다.

네이버의 시장지배력이 일반 상업뿐만 아니라 광고, 언론 등 전 분야에서 막강해지고 있다.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이 네이버와의 관계를 돈독히 유지하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국내 포털을 장악하고 있는 네이버, 다음 등이 뉴스를 다루는 방식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여론 형성에 절대적인 플랫폼 역할을 하는 대형포털이 자사 혹은 이해관계자들의 입맛에 맞는 뉴스를 재배치해 여론을 이끌어 간다고 생각해보자. 제2의 MBC·KBS 사태 재현은 시간이 문제일뿐 당연한 수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