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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대형로펌, 사회적책임에 대한 이행을 촉구한다
대기업의 악행이 재발하지 않도록 정의에 부합한 법률조언도 제공해야
- 기사입력2018-05-09 19:21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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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대형 법무법인으로부터 상시적으로 법률자문을 받고 있어 아무런 걱정이 없다. 자율경쟁으로 몰고 가면된다. 법리검토를 다 끝내고, 공정위 제소에 대비해 이미 모든 자료가 준비됐다. 당신은 대리점협의회를 구성하는 등 회사의 이미지를 실추시켜 회사에 찍혔다. 억울하면 당신도 변호사를 선임해 공정위에 신고를 하든지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라. 회사는 법적 준비가 돼 있다”대리점을 운영하는 한 대리점주가 본사로부터 영업권 포기를 강요받으면서, 통화한 본사 담당자의 발언을 녹취한 내용이다.본인이 대기업 등으로부터 부당한 일을 겪는 경우가 아니면, 일반국민들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뭐하는 곳인지조차 모르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가맹점주 또는 대리점주 또한 본사로부터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거래를 강요받아도, 그 행위가 법에 저촉되는지 모르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래서 본사의 요구에 끌려다니다, 종국에는 쏟아부은 재산을 다 잃고 나가떨어지기 일쑤다. 이들에게 법은 멀고, 대형로펌은 다른 세계의 사람들이다.“골프존 측 변호인은 대형로펌 A가 맡았네요”골프존을 공정위에 신고한 전국골프존사업자협동조합 이사장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채념에 가까운 한숨을 쏟아냈다. 중소기업 입장에서 아무리 설명을 하고 항의해봐야, 대형로펌에 당할 재간이 없는 현실을 알고 있어서다.한 골프존 스크린골프 사업자는 애초에 본사와 사업주들이 직접 대화를 했다면, 어쩌면 문제는 쉽게 해결됐을 거라고 말한다. 대형로펌 변호사들이 자신들의 전문지식을 이용해, 골프존이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갈 방법을 찾아내 상황이 더 악화됐다고 설명했다.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공개한 ‘2013~2017 대기업·로펌의 공정위 출입·방문기록을 보면, 대기업 및 계열사 직원들은 총 1470회, 대형로펌은 6644회 공정위를 드나들었다.공정위는 지난해 말 대형법무법인 변호사, 대기업 임직원, 대관업무를 하는 공정위 퇴직자는 공정위에 출입 등록을 하고, 공정위 직원 접촉시 윤리준칙을 준수하도록 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그럼에도 공정위에 대한 대기업, 대형로펌 등의 영향력이 여전하다고 믿는 사람이 더 많다.최근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처분을 받은 한 기업을 담당했던 대형로펌 변호사가 공정위에 거짓 정보를 제출해, 공정위가 과징금을 감경해줬던 웃지못할 사건도 있었다.공정거래 관련다툼에서 대기업은 피신고인 신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형로펌 또한 대기업의 의견을 대변하는 입장이다. 정작 신고를 한 중소기업들은 공정위 조사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모른채, 무작정 기다리거나 공정위에서 부르면 겨우 한두번 방문하는 정도다. 공정위에 불공정행위를 신고한 중소기업인이 공정위가 대기업의 입장을 대변하는 느낌이라고 말하는게 당연하게 여겨진다.변호사들이 의뢰인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야 그렇다고 하자.그러나 대기업의 불공정한 거래가 우리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한다면, 대형로펌도 사회적 책임에 대해 한번쯤은 생각할 때가 된 것 같다. 이미 저지른 악행은 변론해 주되, 같은 상황이 또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사회정의에 부합하는 법률조언을 해주는 일 또한 그들의 역할이다. 단지 의뢰인과 로펌 자신의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만이 최선의 역할인지 자성하는 모습을 대다수 ‘을’에게 보여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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