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치 앞 예측 어려운 미 대선…수출 영향 우려

프린트

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한치 앞 예측 어려운 미 대선…수출 영향 우려 수출 외교전 시급…한국 대상 제재 포함 모든 가능성 대비해야

기사입력2024-07-26 00:00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포기하면서 올해 11월 열릴 미 대선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국면이 펼쳐지고 있다. 징검다리 재선을 노리는 공화당의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민주당의 이번 대선주자로 등판이 유력시되는 해리스 부통령의 경쟁이 치열하다. 전세계 경제와 안보에 영향을 미칠 미국 대통령 선거이니만큼 모두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더군다나,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대규모 관세정책은 한국과 같은 수출 중심 제조업 국가경제에 미칠 영향이 너무나 커 보인다.

산업연구원이 25일 펴낸 ‘최근 수출 호조의 구조적 요인과 배경’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최근 수출이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수출 품목이 반도체와 자동차 등에 편중돼 있고, 수출 국가 역시 미국과 중국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상반기 수출에서 반도체 비중은 19.6%에 달했고, 반도체에 자동차와 선박까지 합산하면 34.2%로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

미국과 중국 두 나라로의 수출은 올해 들어 6월까지 전체 수출의 38.1%를 차지하고 있다. 보고서는 “만일 반도체 사이클이 후퇴하거나 미국과 중국의 경기가 위축된다면, 한국 수출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우려했다.

문제는 미중 무역분쟁이 발생할 경우 미국과 중국의 경기가 동시에 위축될 수 있고, 한국의 수출 역시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당선 시 강도 높은 자국 보호무역 정책이 예상”된다며, “10% 보편관세의 도입, 상호무역법 제정 등은 한국의 대미국 수출 호조세 지속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고서는 여기에 더해 “과거 미국은 대한국 무역수지 적자 폭이 커지거나 자국 산업보호에 대한 여론이 고조될 때 무역 제재를 강화”했다며, “최근처럼 대규모 대미국 무역흑자가 지속되면 미국이 한국에 무역 제재를 가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을 타깃으로 한 별도의 정책이 시행되지 않더라도, 보편관세나 미국으로의 생산이전과 같은 압력이 지속될 경우 한국의 대미 수출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중국의 대미 수출에 대한 제재는 미국 정계에 합의가 이뤄진 사안이라,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앞으로도 강도를 높여나갈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한국의 대중수출이 영향을 받는 것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 2018년 시작된 미중 무역분쟁의 추이와 영향은 중요한 판단의 근거다. 무역협회와 IMF 등에 따르면, 분쟁이 극에 달했던 2019년 당시 세계 교역 증가율은 1%에 그쳤다. 2018년(4%)과 2017년(6%)에 비해 크게 줄어둔 수준이다. 미중 무역분쟁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런데 또다시 세계교역이 위축되거나 한국이 수출에 타격을 입을 경우 경제 전체에 미칠 영향이 너무 크다는 점이다. 수출시장 다변화가 요구되는 상황이지만, 미국과 중국은 너무나 거대한 시장이어서 둘 모두를 대체할 시장은 찾을 방법은 마땅치 않다.

결국 해법은 외교에서 찾아야 한다. 대중 수출의 유지를 위해서는 대중 제재의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는 외교적 대응이 필요하다. 대미 수출의 대규모 흑자가 관세인상이나 규제로 연결되지 않도록 하는 대응 역시 외교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미 대선 결과에 따른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미리 수립하고, 어느 때보다도 복합적이고 적극적인 외교전을 벌일 때다. 수출 중심 제조업 국가인 한국에게 이는 생존이 걸린 문제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