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월수익 투자금의 4~5%돼야 안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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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우린 중기인 “자영업 월수익 투자금의 4~5%돼야 안정적” 서울신용보증재단 박병목 팀장의 예비창업자 성공조건

기사입력2015-07-11 00:00

윤주희 기자 (jooheey15@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우리나라는 전체 근로자 수 대비 자영업자 비율이 33% 정도 됩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자영업자 비율이 보통 13~15%인 것을 감안하면 꽤 높은 수치죠. 특히 음식점 같은 경우엔 인구 1000명을 기준으로 미국이 0.4개의 식당을 갖고 있는 반면, 우리는 7.7개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서울신용보증재단에서 만난 박병목 서울신용보증재단 기업진흥실 사업운영팀장은 현재 한국의 자영업 시장이 “공급과잉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의 말처럼, 국내 자영업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지 오래다. 지난달 28일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자영업자 수는 546만3000명으로 지난해(551만2000명)보다 4만9000명이 줄었다. 공급과잉으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폐업하는 업체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박병목 서울신용보증재단 사업운영팀장 ©중기이코노미

그러나 빨간 불이 켜진 시장 상황과는 별개로 창업에 도전하는 사람들은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극심한 취업난에, 베이비부머(1955~63년생)의 은퇴까지 맞물린 탓이다. 특히 모아둔 돈은 많지 않고 과거처럼 자식에게 기댈 수도 없는 베이비부머들을 중심으로 생계형 창업(자영업)이 빠르게 늘어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실제 2013년 기준 전체 자영업자에서 5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57.1%로, 2007년(47.1%)보다 10%p 증가했다.

자영업 시장 포화…예비창업자는 신중해야 한다

이처럼 자영업 시장이 치열한 상황에서 예비창업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돌다리도 두들겨보는 신중함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의 창업 아이템이 성공할 수 있을지 직접 진단해보는 과정은 필수적이다. 이는 박 팀장 역시 동의하는 바다.

“창업 아이템이 음식, 숙박, 도소매업처럼 이미 시장이 확보돼 있는 전통업종인 경우엔 기존 상품들과 어떤 차별성을 갖고 있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신규업종의 경우엔 사람들에게 장기적으로 필요한 아이템인지, 어떤 기대감을 줄 수 있는지 파악해야 하고요. 예를 들어 노래방 같은 경우 사람들의 즐거움을 향한 욕구를 충족시켜줬기 때문에 반짝 유행이 아니라 하나의 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템 찾기만큼 중요한 것은 또 있다. 바로 나와 창업의 궁합지수다. 이에 대해 박 팀장은 창업 아이템이 ‘내 몸과 마음이 모두 거북스럽지 않은 일인지 확인해보라’고 조언했다. 자신이 찾은 아이템이 체력적으로 견딜 수 있으면서 정신적으로도 애착을 느낄 수 있는지 살펴보란 뜻이다.

“편의점을 창업한다고 가정해 볼게요. 편의점 주인은 아무리 아르바이트생을 많이 고용해도 하루의 3분의 1 이상은 가게를 직접 돌봐야 합니다. 그런데 창업자가 만일 제한된 공간에 있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라면 열심히 일하기 힘들겠죠? 아무리 머릿속으로 좋아 보이는 일도 실제 몸이 따라주지 않으면 끝까지 해내기 힘들어요. 예비창업자들은 업종을 선택할 때 이것을 꼭 살펴봐야 합니다”

창업 준비할 땐 해당 업종에서 3~6개월 경험해야

그러나 박 팀장은 나와 딱 맞는 아이템을 발견한 순간에도 의심을 멈추지 말라고 강조한다. 무슨 일이든 직접 해보지 않고서는 진짜로 안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예비창업자들이 스스로 창업 마인드를 검증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해당 업종을 3~6개월 경험해 보는 것’이다.

서울신용보증재단 박병목 사업운영팀장은 창업을 준비할 땐 반드시 해당 업종에서 3~6개월 정도 경험을 쌓고, 창업자금은 부채가 20%를 넘지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기이코노미

“지난해 창업자들 사이에서 세계맥주전문점이라고, 고객이 직접 냉장고에 진열된 맥주를 가져다 마시는 셀프형 맥주바가 큰 인기를 끌었어요. 겉에서 봤을 땐 물건만 잘 채워놓으면 손 갈 일이 별로 없어 보이니 너도나도 관심을 가졌죠. 그런데 이 가게는 사실 이미 술을 마시고 2차를 하기 위해 오는 손님들이 많아요. 술 취한 고객들을 상대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 거죠. 이런 단점은 직접 해보지 않고는 알 수가 없습니다. 예비창업자들이 자신이 찾은 아이템을 직접 경험해봐야 하는 이유죠”

박 팀장은 만일 사업의 전반적인 프로세스를 경험하지 않고 덜컥 일을 시작할 경우, 당장 한 두달은 의지로 견딜 수 있지만 그 이후부턴 사업을 유지하기가 힘들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준비 중인 창업 분야에 대해 배울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면, 소상공인경영지원센터의 멘토링 사업을 이용해 보라고 조언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이 사업은 예비창업자에게 관련 자영업자를 매칭해줘 20일 가량 현장 업무경험을 쌓게 도와준다.

창업자금은 부채가 20% 넘지 않게, 입지는 퇴근동선 유리

일련의 과정을 무사히 통과하고 창업 의지를 굳혔다면 그 다음 넘어야할 산은 창업자금이다. 이에 대해 박 팀장은 업종과 규모에 따라서 다르긴 하지만, 보통 7000만~8000만원의 투자금으로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일반적으로 볼 때 총 투자금액에서 자기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이 70~80%는 돼야 합니다. 즉, 부채가 20%를 넘지 않는 게 좋다는 뜻이지요. 부채가 20%를 넘어가면 수익률이 낮아질 수 있고, 창업자가 부채로 인해 느끼는 압박감이 클 수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총 투자금의 10~20%는 유동자금으로 확보하고 있으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박 팀장은 초보 자영업자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입지선정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어떤 상품을 팔 것인가에 따라 좋은 입지가 달라집니다. 음식이나 숙박업, 패션용품, 귀금속 등은 공동업종들이 밀집해 있는 상권에 자리를 잡는 것이 좋지요. 이런 업종은 고객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줄수록 사업이 잘 됩니다. 옷가게가 하나만 있으면 50m 이내에서 찾아오지만, 10개가 모여 있으면 500m 이내에서 찾아오거든요. 반대로 슈퍼마켓이나 편의점, 세탁소 등의 생활용품점은 독립돼 있으되 손님의 접근성이 좋은 곳에 자리 잡아야 합니다. 주변에 지하철이 가까이 있는지, 20~30m 이내에 버스정류장이 몇 개나 있는지, 은행이나 공공기관 등의 흡입시설이 있는지 등을 파악해야 하죠. 특히 아파트단지 같은 경우, 잘 보면 출근동선과 퇴근동선이 나뉘어져 있습니다. 이때 출근동선보다는 퇴근동선 상에 상점이 위치하는 게 수익을 내는 데 훨씬 유리합니다”

창업한 뒤에는 수익 계획표로 체계적 관리를

사업을 시작한 뒤엔 먼저 6개월 가량의 목표 수익 계획표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기대수익을 달성해 나가는 게 좋다. 창업자가 초기에 갖게 되는 조급함을 줄일 수 있고, 매출이 나오지 않았을 경우 곧바로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목표치가 설정되지 않았다면 해당 월에 매출이 떨어져도 얼마만큼 잘못됐는지 파악하기 힘들다.

“과거 자영업 시장이 치열하지 않던 시절에는 월 수익을 투자금액의 7%까지 책정하기도 했습니다. 1억원을 투자하면 600만~700만원을 기대할 수 있었죠. 그러나 요새는 그렇지가 못해요. 상황에 따라 사정이 모두 제각각이거든요. 따라서 자신의 업종, 입지, 투자규모 등을 고려해 현재 시장에서 평균적으로 창출되고 있는 수익이 어느 정도인지 먼저 따져봐야 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얼마를 목표 수익으로 할 것인지 정하는 것이죠. 굳이 이야기 한다면, 보통은 창업 후 3~4개월 이내에 투자금액의 4~5% 정도 수익률이 나와야 안정적이라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