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학생’ 밤에는 ‘대표님’…22살 CEO의 창업성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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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우린 중기인 낮에는 ‘학생’ 밤에는 ‘대표님’…22살 CEO의 창업성공기 앱 개발 전문 벤처기업 ㈜소니스트 김경태 대표

기사입력2015-07-25 00:00

윤주희 기자 (jooheey15@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앱 개발 전문 벤처기업 ㈜소니스트 김경태 대표 ©중기이코노미

“보통 오후 3~4시쯤 수업을 마치고 회사로 출근해요. 밤새 일하다가 새벽 3~4시에 자는 것 같아요. 기말고사 잘 봤냐고요? 학점은 이미 포기했습니다”

말만 들어선 학생인지 직장인인지 아리송한 이 대답의 주인공은 앱 개발 전문 벤처기업 ㈜소니스트의 김경태 대표다. 올해 나이 22살. 경운대학교 모바일공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그는 지난 2013년 손가락 관절의 정상적인 움직임을 체크하는 의료용 기능성 앱 ‘실로폰 게임’을 시장에 내놓으며 벤처기업 CEO가 됐다.

2012년에 교수님 추천으로 청와대에서 진행하는 창업간담회에 참석한 적이 있어요. 그 자리에서 모임문화플랫폼 온오프믹스의 양준철 대표님을 비롯해 다양한 창업전문가들을 만났는데, 제가 나중에 취직하면 이런 저런 앱을 개발해보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왜 꼭 회사에 들어가서 네 꿈을 이루려고 하냐’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게 큰 자극제가 됐어요. ‘그래, 내 힘으로 한 번 해보자’ 결심하게 됐죠”

김 대표는 이와 함께 이른 나이에 경험한 회사생활도 창업을 꿈꾸는 데 한몫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18살 때 학교를 그만두고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에 취직, 1년 정도 핸드폰 설계와 품질관리(QA) 파트에서 근무하며 사회생활을 경험한 바 있다.

“당시 삼성전자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아이디어 공모전을 실시했는데, 카메라에 터치폰 모듈을 결합한 ‘카메라폰’을 제안해서 금상을 받았어요. 부상으로 특채 기회를 얻어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 입사했죠. 그땐 일찍 회사에 취직하는 게 남들보다 앞서가는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막상 회사에 다녀 보니 제 생각이랑 많이 달랐어요. 같은 일만 반복하는 제 모습이 기계 같았죠. 짧은 직장생활이었지만, 많은 걸 생각하게 됐습니다”

대기업 접근 않는 기능성 모바일 게임 앱으로 승부수

일단 창업하기로 마음먹고 나자 김 대표는 거침없이 내달렸다. 창업아이템은 일찌감치 점찍어 둔 ‘기능성 모바일 게임 앱’으로 정했다. 기능성 게임이란 게임에 학습, 훈련, 치료 등의 특수 목적을 접목한 교육용 콘텐츠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기능성 게임 현황 및 활성화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능성 게임 시장 규모는 약 2000억원 정도로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세계적으론 9조6000억원 가량의 규모를 형성하며 유망 산업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제가 모바일공학과이기도 하고, 어렸을 때부터 핸드폰 게임을 너무 좋아했기 때문에 게임 앱에 제일 자신이 있었어요. 게다가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주최하는 포럼에서 한국에 기능성 게임에 전념하는 콘텐츠 기업이 없다는 얘길 들은 뒤론 ‘이거다!’ 마음을 굳혔죠. 엔씨소프트나 컴투스 같은 대형 모바일게임회사들도 이걸로는 수익을 못 낸다는 말이 구미를 당기더군요. 대기업이 못하는 분야라니, 이런 게 바로 벤처가 할 일이다 싶었죠”

그러나 사업하는 사람에게 제일 큰 문제는 결국 돈이다. 김 대표 역시 창업자금을 마련해야 할 순간이 오자 바쁜 걸음이 우뚝 설 수밖에 없었다. 가진 것도 별로 없었던 데다 나이가 어려 대출을 받기도 힘들었기 때문이다. 부모님 역시 도와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런 김 대표에게 날개를 달아준 사람은 뜻밖에도 오래된 친구였다.

“어느 날 고등학교 친구가 만나자고 연락이 왔어요. 저한테 ‘내가 어렸을 때부터 너를 쭉 지켜봤는데, 너 참 재밌는 애 같다’면서 ‘내가 모아둔 돈이 좀 있는데 너한테 투자할까 한다’고 말하더군요. 근데 그게 얼마였는지 아세요? 자그마치 1억원이었요. 처음엔 저도 안 믿었다니까요. 근데 그 친구 덕분에 저희 회사가 탄생하게 됐어요”

김경태 대표가 폐 질환재활 치료용 앱 ‘다함께 후후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1억원 투자한 고교친구 밑천삼아 의료용 앱 개발

영화처럼 등장한 친구는 소니스트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데도 큰 도움을 줬다. 어떤 장르의 기능성 게임을 만들지 고민하던 김 대표에게 “의료용 게임을 만들어 보라”고 조언한 것이 바로 투자자로 나선 친구의 부모님이었기 때문이다.

“그 친구 부모님이 약사였는데, 의료용 게임을 만들면 직접 모니터링을 해주시겠다고 했어요. 기능성 게임에서 제일 중요한 게 ‘얼마나 효과가 있느냐’인데, 전문가가 조언을 해주겠다니 절반은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었죠. 재밌게만 만들면 무조건 돈을 벌겠구나,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소니스트의 첫 작품은 실로폰 게임과 휴지풀기 게임이다. 스마트폰 화면에서 실로폰을 치거나 휴지를 푸는 동작을 반복하면, 손가락 관절의 위치가 정상적으로 움직이는지 확인해 준다. 전문대학 작업치료학과 3곳에 실습용으로 납품돼 매출도 꽤 올렸다.

재활치료 등에 이용되는 의료용 게임 앱…매출에도 긍정적

이후에도 소니스트는 다양한 종류의 의료용 기능성 게임 앱을 개발했다. 최근에는 커뮤니티 맵핑과 다함께 후후후를 출시했다. 올해 초 출시된 커뮤니티 맵핑은 시각장애인의 길 찾기 및 안전한 횡단보도 이용을 돕는 프로그램이다. 사람들이 길거리 신호등을 촬영해 앱에 등록하면, 이를 기반으로 시각장애인들에게 현재 위치와 신호등과의 거리를 음성으로 실시간 서비스한다. 정보를 입력한 이용자들에겐 GS25 할인쿠폰을 보상으로 지급한다. 현재 대구·구미 장애인연합회가 구입해 사용 중이다.

소니스트가 개발한 시각장애인용 길 안내 앱 커뮤니티 맵핑 개념도

지난 1일 출시된 다함께 후후후는 김 대표의 야심작이다. 폐 질환 재활치료용 게임인 이 앱은 현재 보건복지부의 승인을 받아 대형병원과 재활병원 등에 납품되고 있다. 의사가 환자에게 폐 재활치료를 처방하면 환자는 병원 치료실에서 이 앱을 이용해 재활 운동게임을 하게 된다. 관리자 기능이 있어 의사가 환자의 재활운동 상태를 앱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함께 후후후 같은 경우 앱 안에 총 16가지의 폐 치료용 게임이 들어있어요. 이 게임들 모두 국내외 논문을 뒤져가며 만든 게임이죠. 저희가 만드는 의료용 게임이 다 그래요. 처음부터 병원 등에 납품할 것을 목적으로 만들기 때문에 무조건 사실을 근거로 만들거든요. 효과를 증명할 수 없으면 팔 수 없으니까요. 덕분에 일반 앱 마켓에 등록되는 다른 게임들과 비교해서 좀 더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할 수 있어요. 기능성 게임 앱 시장이 유망한 이유죠”

소니스트는 지난 5월 미국의 한 기업과 13만달러짜리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더불어 지난해 출시한 계산 학습 게임 앱 블랭키스트를 인수하겠단 업체도 나타났다.

“벤처회사가 원래 목숨걸고 하는 일이잖아요. 그동안 사업을 하면서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다는 걸 배웠어요. 넘어졌다고 의기소침할 것 없고, 엎어졌다고 울 필요도 없어요. 지금 제 목표는 3년 안에 코스닥에 상장하는 거에요. 그 다음에요? 당연히 코스피 상장을 목표로 뛰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