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매거진, 협동조합의 가능성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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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우린 중기인 사진매거진, 협동조합의 가능성을 열다 사진예술전문지 월간 포토닷 박이찬 이사장

기사입력2014-03-23 21:00

글 손채윤 기자/사진 김창훈 기자 (yunic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제가 갖고 있는 모든 것을 투자해 저 혼자서 매체를 만들었다면…글쎄요, 2년 정도 버틸 수 있을까요? 누구보다 그 시장을 잘 알기에 협동조합 형태로 매거진을 만든 겁니다. 수익을 기본으로 하는 기업에서 매체를 발행하다 보면 경영진과 편집국간 갈등이 발생할 수 밖에 없고 결국 이는 사진잡지라는 매체의 정체성과 사명감을 흔들게 만들죠”

포토닷 협동조합 박이찬(51) 이사장은 매체가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이 광고수익이나 구독료일텐데, 이 때문에 발행목적을 외면하고 비즈니스에 휘둘리다 보면 정체성을 잃게 된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사진의 망점들처럼 사진을 매개로 하는 사람이나 단체들이 모인 협동조합으로 사진전문월간잡지 포토닷을 만든다.

사진예술전문 월간지 포토닷 박이찬 이사장 ©중기이코노미

“포토닷은 수많은 점(닷, dot) 다시말해 조합원들이 모여 만드는 사진잡지입니다. 닷 즉 점들이 모인다는 것은 조합원들의 의견과 역량이 모여지는 것입니다. 11월 창간해 올해 협동조합으로 전환하게 된 계기입니다. 주인없는 잡지사 바꿔 말하면 누구나 주인인 잡지사 그리고 독자가 주인인 회사를 운영하기 위해서죠”

사진을 매개로 한 조합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사진전문가나 사진을 취미로 하는 구성원 정도로 생각하기 쉽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미처 생각지 못한 협업이 이뤄진다. 현재 포토닷에는 사진과 관련이 높은 여행사, 출판사 등이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사진인화시 필요한 용지회사, 인쇄회사 등도 들어와 있다. 단순히 조합원으로서 구색만 맞춘 게 아니다.

“예를 들어 사진 인쇄작업을 할 때 우리 조합원인 인쇄회사에 맡기게 되면 비용이 엄청 싸집니다. 또 조합원인 용지회사를 통하면 원활하게 공급될 뿐만 아니라 저렴하게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생각지도 못한 인프라가 만들어지기 시작하거죠. 그때 ‘아 협동조합이 이런 매력이 있구나’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정말 관심을 가져야 할 분야다’라는 판단을 하게 됐죠”

박 이사장은 월간 포토닷은 수많은 점(닷, dot) 즉 조합원들이 모여 만드는 사진잡지라고 소개했다. ©중기이코노미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에 따르면 포토닷을 짧은 시간에 알리는 데 조합원들의 활동이 큰 힘이 됐다고 한다. 대표적인 게 블로그나 SNS를 통한 조합원들의 자발적, 정기적 활동이다. 국외에서도 이런 예상치 못한 조력자들 덕분에 그는 ‘협동조합 포토닷’이 어디까지 커질지 모르겠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조합원들이 십시일반 출자를 하고 마케팅 등 운영에 도움을 준다 해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결국 지속적인 수익이 있어야 영속성을 갖게 되는 게 모든 비즈니스의 숙명이다.

“크진 않지만 광고수익도 있습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서점 판매수익과 구독료가 있죠. 여기에 출판, 행사, 전시기획 등 외부사업을 주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경주문화엑스포가 터키에서 열렸는데 지자체하고 연계해 사업을 진행했죠. 또 사진매체와 관련된 협업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여행전문출판사가 조합원으로 있는데 우리 독자들에게 할인판매를 하고 그 도서를 우리 책에 소개하는 겁니다. 대신 판매액의 일정부분을 기부금 형태로 내는 방식이죠. 이런 다양한 수익구조가 대안이 되고 있습니다”

박 이사장은 그러나 처음부터 협동조합을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처음 창간을 앞두고 스폰서를 찾아 나섰고 투자를 하겠다는 지인도 있었지만 그 결과에 자신이 없었다고 한다. 잡지를 만드는 일은 자본이 있다고 해서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신뢰와 호의를 지키지 못할 것 같아 고민 끝에 선택하게 된 게 협동조합이라고 했다.

“조합아이템은 사실 무궁무진합니다. 제가 열(10)이라면 그 열을 갖고 있는 사람이 모여 순식간에 200~300의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협동조합에 대해 정부에서도 아직은 거기까지 기대치가 없는 듯하지만, 생각보다 커질 수 있을 겁니다. 스페인 프로축구 바르셀로나 구단이 협동조합 형태로 만들어졌는데 매체가 그보다 어려울까요?”

박 이사장 설명에 따르면 매거진 협동조합은 매체의 생명력인 객관성을 구조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지분의 많고 적음을 떠나 1인1표의 권리행사도 그렇지만 1인이 독단적으로 끌고 가지 못하게 여러 사람이 관여해 중심을 잡아나가는 구조다. 경영 외 편집방향은 편집장의 권한으로 이사진 누구도 관여를 하지 않는 게 원칙이지만, 매달 매체 콘텐츠 평가회의를 통해 편집의 객관성을 지켜간다. 수익구조나 사업 등 경영과 관련된 부분은 꾸준한 논의를 통해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다.

“이사장직은 2년 임기를 마치면 연임까지 가능합니다. 혹 ‘틀’을 좀 더 견고하게 만들어 놓기 위해 저에게 다시 책임이 주어지면 할 의향은 있습니다. 그것은 그때 평가를 받을 일이고, 지금은 사회적기업에 관심을 두고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이사장직을 그만두게 되면 취약계층 등을 지원하는 직업교육프로그램, 장학사업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맡는 일을 하지 않을까 합니다”

작년 11월 포토닷을 창업하기 전 박 이사장은 월간사진 편집장으로 10년가량을 근무했다. 월간사진과 포토닷의 차이는 ‘사진정론’이라는 게 박 이사장의 설명이다. 즉 포토닷은 이 시대에 반드시 짚고 갈 것은 짚고 가는 잡지를 표방한다. 그래서 광고구독 등에 휘둘리지 않는 조합이 최적일지도 모른다.

박 이사장은 사진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삶을 살아왔다. 사진을 전공하고 1987년 처음 중앙일보 사진부에서 직장생활을 했다. 1991년 웅진출판사로 자리를 옮겨 ‘요리백과’ ‘마이웨딩’ 등 지금도 귀에 익은 잡지사에서 히트작을 만들었다. 한때 MBC 외주제작사와 시민방송국(RTV) 등에서 방송제작 등을 맡기도 했지만 다시 사진잡지로 돌아와 월간사진을 거쳐 포토닷을 만들었다. 현재 인천재능대학 사진과에서 저널리즘을 강의하고 있다. 월간 포토닷은 한국 사진가 집중 리뷰, 최신 사진작업 소개, 한국 사진계의 다양한 담론 제시, 사진문화와 시장, 사진매체의 역사와 특성 등 사진의 깊이와 넓이 그리고 가능성을 보여주는 콘텐츠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