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금융으로 막힌 중기 돈맥 뚫어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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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우린 중기인 “지역금융으로 막힌 중기 돈맥 뚫어줘야” 국회 정무위 김기준 의원…금융시스템 패러다임 전환 제시

기사입력2014-01-13 06:00

글 손채윤 기자/사진 이창호 기자 (yunic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국회 정무위원회 김기준 의원(민주당) ©중기이코노미

“금융은 인체에 비유하면 혈관과 같습니다. 우리 인체 곳곳에 피가 돌도록 하는 역할을 금융이 하는 것인데 인체(경제) 끝 부분(중소기업, 소상공인)까지 피(돈)가 돌지 않고 있습니다. 자금시장의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나타난 것입니다. 은행으로부터 돈이 가장 필요한 곳은 중소기업입니다. 대기업은 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역량도 있고, 지금은 넘쳐나는 사내유보금을 오히려 어디에 투자할지 고민거리이지 않습니까”

국회 정무위원회 김기준 의원(민주당)은 현 금융시스템이 돈이 필요한 중소기업을 충족시키고 있는지 그리고 지속가능한 것인지 정부와 금융당국이 진지하게 고민할 때라고 강조한다. 단순히 고민과 생각에 머물러서도 안된다. 그는 금융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IMF이후 우리 금융시스템은 선진금융 운운하며 되려 반대로 갔습니다. 그래서 심각한 양극화를 초래한 것이죠. 금융기관이 돈이 있는 사람의 돈을 받아 부풀려주는 영업을 하고, 중소기업에게는 위험부담이 크다며 대출자체를 봉쇄해 버린 이 상황을 선진금융이고 금융개혁이라고 외쳤던 것입니다”

틀리지 않은 얘기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중소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중소기업들의 자금조달 창구는 은행밖에 없었으며 여전히 높은 은행 문턱을 실감하고 있었다. 과거와 달라진 게 없다는 평가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금융시스템의 패러다임을 바꾼다는 의지를 명확히 견지해야 합니다. 시장에 이런 시그널을 줘야 하나씩 개선해 갈 수 있는 것이죠”

김 의원은 우선 금융당국이 단기 업적 위주로 은행을 평가하는 시스템을 고치고, 은행의 신용평가 역량을 키우자고 했다. 담보가 있는지 묻고 없으면 신용이 안 좋다며 기계적으로 입력해 처리하고 마는 기존 시스템으로는, 중소기업 대표의 역량이나 기업이 갖고 있는 기술에 대한 가능성 등을 제대로 보지 못하기 때문에 중소기업에 돈이 돌 수 없었다.

“피가 인체의 끝부분까지 가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피(돈)가 한 곳(대기업, 재벌)에만 머물러 있게 되면 인체(경제)는 점점 죽어가는 것입니다. 얼었던 손도 피가 돌면 따뜻해지고 죽어가던 것도 살아나는 게 순리입니다. 아주 간단한 논리죠. 하지만 현 정부가 이를 방치하고 있는 상황이라서 문제가 많습니다. 은행(혈관)이 피를 어떻게 순환시켜야 하고 어디에 보내야 하는지 아주 정교하고 치밀하게 그러나 방향은 분명하게 중소기업으로 돈이 돌게끔 하고 지속가능한 역량을 키워나가야 한다는 점을 정부는 잊어서는 안됩니다”

김기준 의원은 현 금융시스템이 돈이 필요한 중소기업을 충족시키고 있는지 그리고 지속가능한 것인지 정부와 금융당국이 진지하게 고민할 때라고 강조한다. 그는 금융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중기이코노미

지방은행 살려 지역경제부터 활성화해야

김 의원은 금융패러다임 전환과 관련 금융의 지역성과 공공성을 대전제로 제시했다. 특히 그는 경남은행의 우선협상대상자로 BS금융지주가 선정된 것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지방은행을 살려 그 지역의 중소기업에 돈이 흘러가도록 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켜야 하는 마당에 오히려 있던 은행마저 없애려 하는 게 말이 됩니까? 민영화를 하거나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회수할 때는 조기회수, 회수극대화 그리고 금융산업 발전이라는 3가지 원칙을 강조합니다. 공적자금을 투입한 취지는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그게 목적이라면 아예 없애버리지 왜 비용을 씁니까?”

중요한 건 역할이라고 했다.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목적은 그 은행을 살려 금융시스템이 원활이 돌도록 하는 것이다. 공적자금을 투입해 이자 챙기고 뻥튀기해서 회수하려는 게 목적 자체가 아니다. 또 자금을 빨리 회수하면 할수록 물론 좋지만 금융산업 발전이라는 목적이 달성한 시점에 회수하는 것이 타당하다. 본 목적이 이뤄지지도 않았는데 자금을 회수할 것이라면 무엇 때문에 투입했느냐는 것이다.

“너무나 당연한 것인데 그렇게 되지 못한 이유는 금융당국 관료들이 면피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조기민영화도 실패, 회수극대화도 사실상 실패, 지금 와서 시간이 없다고 회수극대화를 외치며 알량한 경영권프리미엄 때문에 입찰해 가지고 BS금융지주에 넘기면 합병할 게 뻔하지 않습니까? 중소기업 대출비중이 90%에 달하는 데 경남지역 은행은 없어지고 그걸 누가 커버할 것이냐는 겁니다”

김 의원은 각 광역시도에는 지방은행이 하나씩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원, 충청, 경기은행도 모두 없어졌는데, 사실 규모가 작아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마다 거점은행들을 세우고 일정기간 성장할 때까지 정부가 배려를 해주면 독자생존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물론 기존 재벌이나 지방에 지점들이 있는 대형 금융자본은 자신들의 이익기반이 무너지기 때문에 원하는 일이 아니다. 그러나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그리고 경제민주화를 위해서는 지역금융을 담당하는 은행은 있어야 한다는 게 김 의원이 주장이다.

김 의원은 금융패러다임 전환과 관련 금융의 지역성과 공공성을 대전제로 제시했다. 특히 그는 경남은행의 우선협상대상자로 BS금융지주가 선정된 것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중기이코노미

“신협처럼 협동조합도 하나의 대안금융이 될 수 있습니다. 외국의 경우 금융협동조합이 잘 발달돼 있지만 우리는 협동조합에 금융과 보험업을 제외시켜 놓았습니다. 은행이나 저축은행이 무너진 것은 과도한 탐욕 때문인데, 그것만 통제해주고 지역성을 벗어나지 않도록 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김 의원은 각 지역에 금융거점을 만들어서 중소기업에 돈이 흘러갈 수 있도록 하고, 그 목적은 지역경제 활성화라고 설명했다. 그 예로 독일의 관계금융을 들었다. 독일은 지방은행과 중소기업의 관계가 촘촘하고, 중앙의 대형은행은 외국의 글로벌 은행과 경쟁하는 구도라고 소개했다.

이와함께 그는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의 재통합이 이뤄지면 정책금융을 담당하는 국내 주요기관으로서 대내외 금융변화에 대응하는 시장안전판 역할을 비롯해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줄 것을 주문했다. 특히 지난 정권에서 해외자원 개발이라는 명목하에 이뤄진 정부 주도 위주의 금융지원이 아닌 금융소비자인 기업들의 입장에서 정책금융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경제활력 대안은 ‘중소기업’ 불공정시장 개선부터

김 의원은 불공정시장을 개선하고 중소기업들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 역시 지역금융, 금융의 공공성 만큼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상식적으로 볼 때 크고 작은 동물이 같은 공간에 있다면 본의든 그렇지 않든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그렇지 않도록 같이 살 수 있는 시스템을 설계해주는 게 경제민주화입니다. 그리고 재벌이 성장하는데 얼마나 많은 혜택을 받았습니까. 무역금융, 환율이익 심지어 전기료도 값싸게 사용하지 않았습니까. 결국 국민세금으로 성장했는데 국내에 투자하고 국민들에게 과실이 갈 수 있도록 해야죠. 바로 정부가 ‘그렇게 하라’고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간단치 만은 않다. 예를 들어 김 의원은 지난 국정감사 때 현대캐피탈의 할부금융 총액 대부분을 현대기아차의 할부금융이 차지하고 있다고 지적,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하겠다는 답변을 얻었다. 하지만 공정위는 자동차 제조업체의 전속할부체제가 전 세계적인 흐름이라며 보편적인 거래관행으로 부당지원 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그러나 현대기아차가 현대캐피탈에 할부 이용을 강제했는지에 대한 여부와 현대차 영업사원이 현대캐피탈 직원에게 고객정보를 불법적으로 제공한 혐의에 대해서는 조사중이다.

“이 문제는 정부의 의지만 있으면 막을 수 있는 일입니다. 지금 분위기로 보면 대충 덮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경제민주화의 한 부분인데…. 지난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던 남양유업 욕설파문과 관련 이를 방지하기 위한 ‘대리점 거래의 공정화에 대한 법률’ 제정도 해를 넘겼어요. 대리점에 대한 개념과 정의가 모호하다는 법리적 문제도 있지만 정부와 여당의 반대가 원인입니다. 2월 국회에서 다시 논의가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김기준 의원은 금융통이다. 경기고,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외환은행에서 근무했으며 금융경제연구소 이사장을 역임했다. 19대 때 국회에 들어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등 중소기업과 밀접한 정부기관을 소관부처로 하는 정무위원회에 있다. 현재 민주당 서울양천갑지역위원회 위원장, 인권위원회 위원장, 정책위원회 부의장 등을 맡고 있다. 지난 국정감사 때는 국정감사 NGO모니터단이 선정하는 우수 국회의원으로 2년 연속 뽑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