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노조’ 말고 ‘근로자’를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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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우린 중기인 “사장님, ‘노조’ 말고 ‘근로자’를 보세요” 사람과사람 박현진 대표, 산업안전 전문 노무법인 포부

기사입력2014-09-25 00:00

김창훈 기자 (ckim2014@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현장 근로자들이 쓰는 정수기가 고장났습니다. 이걸 고쳐달라고 현장의 반장, 과장으로 이어지는 공식적 ‘라인’을 밟으면 부지하세월입니다. 그런데 노동조합 임원이 총무부 간부에게 전화 한 통 넣어주면 득달같이 달려와 고쳐줍니다. 태생적 문제이긴 하지만, 우리나라 노조는 이렇게 ‘민원처리’ 성격이 참 강합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일에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노무법인 사람과사람 대표인 박현진 공인노무사의 지적이다. 인천 구월동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인근의 사무실에서 만난 박 대표는 현장의 업무체계와 같은 ‘공식적인 라인’을 든든하게 세우는 것이 노무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한다.

노무법인 사람과사람 박현진 대표 ©중기이코노미

“노조 간부의 마음만 사면 노무 문제가 만사형통 풀릴 것으로 믿는 사업주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사실 노조보다는 현장의 반장·과장의 목소리를 듣고 권한과 책임도 더 얹어주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공식적이고 정상적인 원칙과 절차가 흔들림 없이 고안되고 작동돼야 근로자들은 회사와 ‘함께 간다’는 의식을 느낄 수 있게 되고, 회사는 ‘노조’가 아닌 ‘근로자’들과 행복한 관계맺기를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 노조의 역할은?

“노조는 노사 공생이라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합니다. 사업주를 포함한 경영진이 보지 못하는 ‘사람’의 문제에 천착하고, 여기에 기반해 더 나은 일터와 생산성 높은 조직을 구축하도록 고민하고 조언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노사정 균형 갖춘 거버넌스형 노무

박현진 대표에게는 노사정 3박자를 아우르는 거버넌스형 노무 전문가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하나은행 통합 이전 서울은행에서는 노조활동을, 노동일보와 노사저널에서는 언론인 역할을, 노사발전재단에서는 고용차별 구제와 개선을 주도하는 역할을 했다. 경력의 스펙트럼이 공인노무사로서는 더 바랄나위 없다.

©중기이코노미

특히 노사발전재단은 노동부 발주로 사용자와 근로자 간의 민감한 이슈를 컨설팅하는 것이 본령이어서 균형감각의 비중이 절대적이었다. 이 지점에서 박 대표 개인과 노무법인 사람과사람의 장점이 서로 만난다.

“실태파악, 대안마련, 교육 및 확대재생산의 과정을 아우르는 체계적인 인사노무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대부분 노무법인의 ‘로망’과도 같지만, 제대로 해내는 곳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기간제법에 따라 일정기간을 넘겨 근로를 제공한 기간제근로자는 정규직화됩니다. 이들 근로자 개개인과 회사의 지향점이 맞는지 평가할 도구나 기준이 필요합니다. 이런 도구들은 하룻밤 새 뚝딱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행착오를 포함한 오랜 경험과 균형감각의 틀에서 조심스럽게 고안됩니다”

이러한 도구를 제시할 수 있는 노무법인이라면, 이를 정규직화 평가도구뿐 아니라 정규직 직원의 평가기준, 임금체계 개선은 물론 장기적으로는 업무분장 개편에도 바로 적용할 수 있도록 고객사 인사노무 부서의 지평을 넓혀줄 수 있다는 것이다.

‘분배’를 넘어서, 산업안전 분야에 주목

사람과사람은 최근 산업안전 분야에 주목하고 있다. 말할 필요도 없이 중요하고 ‘군침 도는’ 분야지만 녹록하지 않다. 노무의 다른 분야와 겹치는 분야도 좁고 용어까지 생소한 전문가의 분야다. 반대로 기업 입장에서는 골치 아프고 돈은 많이 들어가는 분야로 악명이 높다. 최근 사람과사람은 노동부 내에서도 산업안전 분야 전문가로 꼽히던 차상호 공인노무사를 대표로 영입했다. 박 대표와 투톱 체제로 전환되는 셈이다.

“산업안전 관련 규정은 뜨거운 감자가 될 수 있습니다. 안 따를 수는 없지만, 잘못 따라 하다가는 비용이 너무 부풀어져 회사 문을 닫을 수도 있습니다. 안전이라는 본질을 훼손하지 않되 법령이 정한 선에서 합리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박 대표는 조심스럽게 ‘산업안전’ 전문 노무법인의 가능성도 제시한다. 금융, 건설 등 업종별 전문성을 표방한 노무법인이라면 모를까 특정 분야의 전문 노무법인은 찾아보기 힘들다. 일단 산업안전은 관련 서비스를 총체적으로 제공할 역랑을 가진 노무법인이 많지 않다.

“사업주 입장에서 가장 골치 아픈 분야입니다. 리스크의 수준 자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사람과사람은 자체적인 산업안전 분야 전문성은 물론, 산업안전 전문 대행기관과의 네트워킹도 좋기 때문에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교육을 포함한 산업안전 모든 이슈를 아우르는 고객사별 맞춤 시스템을 구축해 드리려고 합니다”

차상호 대표의 출사표다. 산업안전은 기업의 생산성은 물론 근로자의 안전과 복지, 기업의 평판과 사회 전반의 수준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분야다. 단순한 ‘분배’의 문제를 넘어서기 때문에 전문가로서의 긍지도 남다르다고 그는 덧붙인다.

사업주-근로자, ‘다름’을 인정합시다

박현진 대표에게는 노사정 3박자를 아우르는 거버넌스형 노무 전문가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중기이코노미

“최근 정부는 노동자 집단과 사용자 간의 관계로 규정되는 집단적 노사관계에는 좀더 강하고 억지(抑止)적인 측면을 보이고 있습니다. 반대로, 물론 보상적인 접근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개별 노동자와 사용자 간의 관계인 개별적 노사관계에는 좀 더 유연한 자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것은 특히 규모가 영세한 사업장의 사업주와 노무 담당자에게 중요한 흐름입니다. 고용차별 같은 개별적 노사관계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으면 큰 문제로 번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박 대표가 최근 노무 관련 흐름을 설명하며 덧붙인 말이다. 누가 뭐래도 가장 뜨거운 주제는 현대차 불법파견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본 법원의 판단일 것이다. 박 대표는 이를 “2년 이상 경과된 불법 파견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의제하는 판단과, 같은 경우 정규직으로 강제화하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설명한다.

고객사에서 노무법인의 업무 파트너가 되는 노무부서 담당자들에게 쓴소리를 해 줄 수 있을지 궁금했다.

“특히 노무부서 관리자들에게는 ‘사장님 마인드’를 버리라고 조언합니다. 사업주 입장을 미리 읽고 좋아할만한 제안만 해서는 곤란하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 무조건 ‘임금인상 불가’ 의견만 낼 것이 아니라 임금인상에 상응하는 생산성 향상방안을 함께 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업주에게는 ‘다름을 인정하라’고 조언한다. 무턱대고 ‘가족끼리…’ 논리로 눙치거나,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시혜’ 베풀 듯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은 피해야 할 영순위다. 기본적으로 노무는 분배의 문제이기 때문에 다름에서 오는 갈등은 피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되, 그 위에서 동반자 관계를 세우라는 것이다.

“동반자 관계의 핵심은 직원들의 자발성입니다. 사업주에게 수직적인 종속성을 느껴서가 아니라, 내 직장의 생존이 나의 생존과 직결된다는 것을 주체적으로 인식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노동의 질과 양이 개선되는 것이고, 또 유사시 임금반납이나 동결과 같은 결정들도 내릴 수 있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