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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우린 중기인
골프 피팅숍 난립, 고객에겐 得보다 失
국내 피팅 1세대, 필던 윤성건 대표
- 기사입력2014-10-18 05:00
김창훈 기자 (ckim2014@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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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건 필던 대표 ©중기이코노미“1990년대 중반 당시로서는 생소했던 ‘피팅(fitting)’을 처음 시도했습니다. 최경주 선수 클럽을 동광산업 샤프트로 교체를 해줬는데 이걸 들고 국내투어 메이저 2승, 일본투어 2승에 미국 PGA 퀄리파잉까지 통과를 해버린 겁니다. 최 선수도 사람이 진국이라, ‘동광 샤프트 들고 우승했다’고 공식적인 자리에서 홍보를 해줬습니다. 제가 피팅에 눈을 뜬 기회였습니다”
“동광 샤프트로 우승했다”는 최경주 선수
국내 골프 피팅업계 1세대인 청담동 필던 피팅숍 윤성건 대표의 기억이다. OEM 골프 클럽 생산업체로는 당시 가장 큰 기업이었던 동광산업을 당숙이 경영하고 있던 터라, 이곳에서 무역과 영업을 담당하고 있었다. 토요일 오후, 인천에서 만든 클럽을 서울 논현동 최 선수 집 앞에서 전달해 준 것도 윤 대표다.
“자연스럽게 생산공정에도 눈을 떴습니다. 덕분에 클럽 생산의 하드웨어적인 측면을 잘 알게 됐습니다. 우리나라 피팅 전문가들 중에서는 유일하다시피 할텐데요… 이렇게 생산을 알면 조금 더 과학적인 피팅이 가능해집니다”
피팅이란 골퍼의 신체조건과 스윙 매커니즘에 견줘 그립, 샤프트, 헤드 등 클럽의 부분을 맞춰주는 것이다. 키, 팔길이, 하체, 스윙의 스피드와 궤적 등이 골퍼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이를 감안한 맞춤 클럽을 만드는 과정과 같다.
“동광산업이 심한 경영난을 겪으면서 저도 자연스럽게 독립을 결정했습니다. 1999년부터 준비에 들어가 2000년 피팅숍을 열었습니다. 주말 골퍼는 물론이고 프로들 사이에서도 피팅의 개념이 알려지지 않았던 시절이었습니다”
청담동 필던 피팅숍을 가득 채운 클럽들. 중앙의 세워진 클럽을 흰색 샤프트로 교체할 예정이다. ©중기이코노미현재는 주말 골퍼의 30% 정도가 피팅을 하고 있다는 것이 윤대표의 추측이다. 물론 미국의 90%나 일본의 80%에 비하면 아직도 이 비율은 낮다. 그만큼 시장의 확대 가능성은 높은 편이다.
“야구 선수들이 배트 직경 1센티나 무게 10그램 차이에 민감한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골퍼들에게 클럽의 각도, 무게, 강도는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피팅이 과학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필드 나가니 당신네 필던 샤프트 일색” 문자 주는 고객들
이렇게 시작된 피팅이 15년 가까이 됐다. SBS 골프닷컴에서 피팅 Q&A를 2년간 쓸 정도로 전문가가 됐다. 지금까지 그의 손을 거쳐간 고객만 5000여명. 한 두 번 스윙을 보면 대충 답이 나온다.
“오늘 필드 나갔는데 라운딩 멤버 4명 중 3명이 윤 대표가 만드는 필던 샤프트 쓰고 있네요”
가끔 친한 고객들에게 이런 문자를 받는다. 제조과정을 잘 아는 그가 고유 브랜드로 처방해내는 필던 샤프트가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메이저 브랜드와 경쟁하기 위해 국산과 일제만으로 최고 소재를 쓴 것이 적중했다. 가격이 저렴해 처음에 반신반의하던 고객들도 이제는 그의 처방을 그대로 따른다. 고객의 95%가 필던 샤프트를 쓴다.
“15년이나 직업으로 피팅을 하면서도 수익모델은 진지하게 고민하지 못했습니다. 큰 재미도 못 봤고 매장 크기도 늘리지 못했고 그냥 이대로입니다. 그래도 한번 저희를 찾은 분은 대부분 단골이 되니까, 내가 무언가를 잘하고 있구나 하는 뿌듯함에 계속 피팅을 하게 됩니다”
필던 피팅숍은 측정비를 따로 청구하지 않는다.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클럽을 손보라는 조언을 하지도 않는다. 마진율도 박한 편이다. 이렇게 한 사람 한 사람 고객을 늘려 5000명이 됐지만, 매장은 그냥 그대로 별 변함이 없다.
“저 스스로도 경영자보다는 기술자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골프를 알고 제조공정을 잘 아니까, 최적의 대안을 제공해 드리게 됩니다. 그런데, 너무 잘 알게되면 불필요한 처방은 잘 못하게 됩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에둘러 장비를 교체하면 저도 고객도 윈-윈 할 수 있는 걸 잘 아는 경우에도 그게 잘 안되더군요”
피팅숍 난립, 골퍼·업계 모두 부작용 우려
최근 우리나라 아마추어 골퍼들 사이에서도 피팅은 하나의 대세다. 당연히 피팅숍도 우후죽순으로 늘고 있다.
대학시절 취미삼아 시작한 골프가 그의 직업이 됐다. ©중기이코노미“너무 쉽게 생각하고 뛰어드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루 4시간씩 4일, 총 16시간 수업 받고 피팅숍을 열기도 합니다. 어떤 경우건 조심해야 합니다. 아직 자신의 스윙을 잘 모르는 골퍼들에게는 아주 안좋은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피팅숍의 난립은 골퍼뿐 아니라 업계로서도 문제다. 짧은 시간에 ‘승부’를 보려고 고가정책을 써서 고객을 혼란시킨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쉽게 매장을 열고 또 쉽게 닫다보니 폐업때는 엄청난 덤핑공세로 시장질서가 무너진다.
“본인 스스로가 전문가라는 자부심이 있어야 합니다. 다른 건 다 맘대로 되는데 자식교육과 골프는 그게 안된다, 골퍼들 우스갯소리 있지 않습니까? 제 조언 하나로 골프가 즐거워졌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 여기에 뛰어들기 잘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수천 명의 스윙을 봐 온 그는 이제 ‘매의 눈’이다. 아마추어는 물론 프로들도 그에게 스윙 교정을 부탁해 온다. 인터뷰를 마친 날도 그는 서둘러 다음 레슨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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