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백 아끼려고 ‘정보보안 방심’ 수억 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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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우린 중기인 몇백 아끼려고 ‘정보보안 방심’ 수억 깨진다 보안SW전문기업 ‘지란지교시큐리티’ 윤두식 대표

기사입력2014-11-08 00:00

이혜원 기자 (dipsy@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지란지교시큐리티 윤두식 대표 ©중기이코노미

“중소기업일수록 정보보안이 중요합니다. 대기업은 개발 과정에 백업 구조가 형성돼 있어 만약 기술이 유출되더라도 보완할 수 있습니다. 반면 중소기업은 한 명의 개발자가 전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유출되면 회사 자체가 망할 수도 있죠. 위험천만한 일입니다”

지란지교시큐리티의 윤두식 대표는 중소기업에게 정보보안이 필요한 이유를 이같이 설명한다. 적게는 수백만원, 많아야 수천만원을 아끼려다 훨씬 더 큰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실제 중소기업의 기술유출로 인한 피해금액은 건당 17억원에 달한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기술유출로 인한 건당 피해 금액은 2009년 10억2000만원, 2010년 14억9000만원에서 지난해 16억9000만원으로 증가했다. 이처럼 매년 피해금액이 늘어나고 있는데도 기술유출 방지를 위한 중소·벤처기업의 투자금액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지란지교시큐리티는 기업의 정보 보안 솔루션을 개발하는 보안SW전문기업이다. 쿨메신저(1998), 파일세이프(1999), 스팸스나이퍼(2002), 오피스하드(2004), 오피스키퍼(2010) 등을 만든 SW기업 ‘지란지교소프트’에서 올해 초 분사했다.

윤두식 대표가 ‘다이렉트 리더 3.0’의 구동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1999년 지란지교소프트에서 개발자로 일을 시작한 윤두식 대표는 자회사 설립과 함께 CEO 자리에 앉았다.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회사여서일까, 윤 대표의 책상 위에는 종이 한 장 없었다. 새하얀 테이블 위에 놓인 건 노트북 한 대, 태블릿PC 한 대가 전부였다. 업무에 필요한 모든 자료들은 그 안에 들어가 있었다.

종이를 찾아보기 힘든 건 그의 책상뿐만이 아니다. 지란지교시큐리티는 자체 개발한 모바일 회의 솔루션 ‘다이렉트 리더’를 통해 수년 전부터 종이 없이 회의를 하고 있다.

“종이 낭비를 줄이고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모바일 페이퍼리스(paperless) 솔루션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다이렉트 리더’를 이용하면 업무용 PC 또는 사내 파일 서버에 저장된 문서를 자신의 모바일 기기를 통해 원격으로 열람할 수 있습니다. 회의 도중 필요한 문서를 앱에 띄우면, 다른 직원의 단말기에도 그 문서가 뜨는 방식입니다”

‘다이렉트 리더’는 최근 심심치 않게 들리는 BYOD(Bring your own device)의 대표적인 사례다. ‘BYOD’란 개인 소유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의 단말기를 업무에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일일이 종이를 출력하지 않아도 되니 자원이 절약되고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으나 보안상의 우려도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은 올해 인터넷 및 정보보호 10대 이슈 중 하나로 ‘BYOD 활성화로 인한 보안 위협 증가’를 꼽았다. 보안에 취약한 개인단말기로 업무를 처리했을 시 정보가 유출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지란지교시큐리티의 다이렉트 리더는 보안정책에 따른 파일접근·사용기능 제한으로 정보 유출을 방지하고 있다. 현재 한국인터넷진흥원, 한국도로공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등의 공공기관과 아시아나그룹, 신한금융지주회사, 대우건설, 현대증권 등의 기업에서 이 솔루션을 사용하고 있다. “앞으로 점차 모바일 회의 시장이 커질 것”이라는 게 윤 대표의 진단이다.

지란지교시큐리티의 고객사는 3800곳, 사용자 수는 1080만명에 이른다. 국민 5명 중 1명은 이 회사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사용자 중 다수는 회사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한다. 기본적으로 B2B(對기업) 회사라서 그렇다.

가령 스팸메일을 차단하는 솔루션 ‘스팸 스나이퍼’의 경우 기업고객은 1500여개, 공공기관은 200여개, 교육기관은 80여개다. 이 기업과 기관의 메일계정을 가진 직원·공무원·학생 모두 메일 스나이퍼의 스팸차단 기능을 사용하고 있으면서도 어느 회사에서 만들었는지까지는 알지 못한다.

지란지교시큐리티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스팸메일 차단 솔루션은 업계 1위다. 윤 대표에 따르면 올해 매출은 약 100억원으로 예상되며 2015년엔 120억원, 2016년엔 15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빠르면 2016년에는 코스닥 상장도 할 겁니다. 코스닥 상장을 하면 고급 인재를 갖출 수 있고 해외 투자도 활발하게 해나갈 수 있겠죠”

최근에는 모바일 기기 관리 솔루션, 즉 MDM(Mobile Device Management) 시장도 넓혀나가고 있다. MDM이란 사용자의 모바일 기기에서 기업의 보안을 위협할 수 있는 기능을 통제하는 솔루션이다. 지란지교시큐리티의 솔루션인 ‘모바일 키퍼’를 이용하면 사내 보안구역에 진입한 직원의 휴대전화에서 사진촬영, 녹음, 와이파이, 파일전송 등의 일부 기능이 비활성화된다. 지란지교시큐리티의 MDM 솔루션은 국정원의 보안적합성 검증을 통과해 금융기관과 공공기관에서도 사용하고 있다.

윤 대표는 “향후 보안시장은 융합보안으로 갈 것”이라고 말한다. 통상적으로 경비라고 알고 있는 ‘물리보안’과 지란지교시큐리티 솔루션 같은 ‘정보보안’이 융합된 새로운 시스템이 등장할 것이라는 얘기다. 산업기밀 유출도 고도화되면서 물리보안 혹은 정보보안 중 어느 한 가지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지란지교시큐리티 역시 본격적인 융합보안 시대에 앞서 물리보안 업체들과의 제휴를 긴밀히 논의하는 중이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