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방망이’?…3D 프린터 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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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우린 중기인 ‘도깨비 방망이’?…3D 프린터 아직 멀었다 3D프린터 제조업체 ‘3D박스’ 정선필 대표

기사입력2015-01-24 02:25

이혜원 기자 (dipsy@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3D프린터 제조업체 ‘3D박스’의 첫 제품인 ‘마이스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정선필 대표. ©중기이코노미

얼마전 막을 내린 세계 최대 국제전자제품박람회 ‘CES2015’의 주요 키워드 중 하나는 3D프린터였다. 우리 정부도 3D프린팅산업을 미래의 먹거리로 판단, 적극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나섰다. 일각에서는 3D프린팅이 ‘제3의 산업혁명’이 될 것이라는 핑크빛 전망도 내놓고 있다.

3D박스 정선필 대표는 3D프린터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은 금물이라고 말한다. 3D프린트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만능 ‘도깨비방망이’는 아니라는 얘기다. 정 대표는 “현재 국내 3D프린트 기술로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분야는 중소기업에서 시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외부 업체에 모크업(mockup) 제작을 의뢰하지 않고 자체적인 생산설비를 갖추고 싶은 중소기업에 적합하다고 본다”고 했다.

3D프린터로 일상 제품은 물론, 주택에 인공장기까지 만들 수 있다는 소식이 매일같이 들려온다. 3D프린터만 있으면 뭐든 만들어낼 수 있다는 들뜬 분위기도 감지된다. 자체적인 생산 공정을 갖추기 어려운 창업자들은 3D프린터로 창업을 고려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소재나 가격, 제작 시간 면에서 아직 3D프린터가 넘어야 할 산은 많다는 게 정 대표의 말이다.

“3D프린터에 대해 잘 알지 못한 상태에서 창업을 하는 건 위험할 수 있습니다. 3D프린터가 뭐든 뚝딱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그렇지는 않습니다. 시제품 용도로는 쓸 수 있겠으나 그 제품을 시장에 내놓고 팔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인천 부평구에 있는 3D박스 사무실에는 3D프린터로 출력한 결과물들이 전시돼 있다. ©중기이코노미

현재로선 3D프린터로 시제품을 제작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활용법이라는 게 정 대표의 생각이다. 만약 기업에서 생산용으로 3D프린터를 활용한다면 그 비교 대상은 ‘금형’이다. 금형 생산이란 원하는 형상의 틀을 제작한 뒤 투입구에 플라스틱이나 금속 등의 재료를 부어서 말리는 과정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제품의 대부분은 이 과정을 통해 생산된다. 정 대표 역시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GM의 금형 설계를 하다 3D프린트 업계로 넘어온 경우다.

금형 대신 3D프린터로 생산을 한다면 속도가 문제다. 3D프린터의 출력방식은 기본적으로 적층형이다. 일반 프린터가 X축과 Y축 좌표를 종이 위에 잉크 형태로 분사한다면, 3D프린터는 ‘Z축’이라는 한 차원이 더해져 위로 쌓여가는 구조다. 현재 기술로는 3D프린터가 금형만큼 빠른 속도를 낼 수 없다는 것이 정 대표의 말이다.

“금형 생산은 매우 오랫동안 발전해 온 시스템입니다. 금형을 쓰면 5초면 물건 하나가 만들어지는데, 3D프린터는 한 층씩 쌓여가는 구조라 그만큼의 속도가 나올 수 없습니다. 3D프린터가 금형 생산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소재 개발은 물론, 노즐을 분사하는 장비 개발도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현재 전문가들도 3D프린터가 대량생산용으로 쓰이기 위해서는 20년은 걸릴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3D박스의 ‘마이스터’는 300×300×320㎜, 28.8L까지 출력할 수 있는 중·대형급 제품이다. ©중기이코노미

최근 3D박스가 출시한 3D프린터 ‘마이스터’는 중소기업의 시제품 제작용으로 만들어진 제품이다. 가격은 360만원. 20~30만원대 중국산 3D프린터도 수입되고 있는데 얼마만큼의 경쟁력이 있을까. 정 대표는 “비슷한 사양을 갖춘 제품을 경쟁사에서 구입하려면 1000만원 이상 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마이스터’는 300×300×320㎜, 28.8L까지 출력할 수 있는 중·대형급 제품이다. 적층 두께는 최저 0.06㎜까지 조절할 수 있다. 3D프린터는 적층 두께가 얇을수록 정밀한 출력이 가능하다. 두께가 클수록 적층된 부분이 눈에 띄어 정교함이 떨어진다. 해상도가 낮은 사진은 선명도가 떨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소재 수축현상을 막기 위해 3D프린터를 사방이 막힌 밀폐형으로 제작한 점도 특기할만하다. ‘마이스터’는 네모난 상자 안에 프린터기가 들어있는 형태다. “금형의 경우 틀이 형태를 잡아줘 소재가 변형되는 일이 드물지만 3D프린터는 필라멘트를 녹여 한 층씩 쌓다 보니 굳는 과정에서 서로 밀어내는 힘이 생겨 비틀어지는 일이 허다하다”고 정 대표는 말했다.

“수축현상을 막기 위해선 온도를 섭씨 60도로 일정하게 유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온도 유지를 위해 3D프린터를 이불로 덮는 등 갖은 방법을 다 써봤습니다. 그 과정에서 나온 게 챔버(chamber) 형태입니다. 안정적인 온도 유지가 가능해 필라멘트 형태로 존재하는 거의 모든 소재를 출력할 수 있는 것도 우리 제품만의 장점입니다”

3D박스에서는 직원들이 직접 제품들을 조립해 3D프린터를 제작한다. 정 대표에 따르면 제품 하나를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은 만 하루다. ©중기이코노미

마이스터는 시제품 제작을 염두에 둔 중소기업에서 호응이 좋다고 했다.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정 대표와 직원 세 명이 직접 제품을 조립한 다음 납품하고 있다. 5단계를 거친 사전 테스트도 필수 과정이다. 제품 하나를 조립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만 하루. 지난해 말 코엑스에서 열린 ‘3D 프린팅 코리아’ 박람회에서 중동 바이어가 50대를 구입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왔지만 “시간이 걸릴 것 같다”는 정 대표의 말에 계약이 불발된 적도 있다.

올해는 전시회 위주로 판로를 개척해 볼 생각이다. 주 타깃은 간판 글씨나 실내인테리어 분야로 잡고 있다. 2월에는 경향하우징페어에 나가볼 계획이다. 특히 간판 제작 분야에서 3D프린팅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는 전언이다.

“지난해 ‘3D 프린팅 코리아’에 참여해 보니 전시회만큼 3D프린터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한데 모이는 곳이 없더군요. 올해는 전시회로 판로를 넓혀나가는 동시에 해외 시장으로도 눈을 돌려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