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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우린 중기인
설탕 하나 프림 둘…다방커피가 있는 서른살 카페
서울 재동 카페 ‘브람스’ 조영희 대표
- 기사입력2015-03-07 00:00
이혜원 기자 (dipsy@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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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브람스는 서울 종로구 재동에서 30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 동네 터줏대감이다. ©중기이코노미커피 한 스푼, 설탕 한 스푼, 프림 두 스푼. 다방커피의 황금비율 공식이다. 원두커피가 몸에도 좋고 커피 본연의 맛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다지만 이따금씩 떠오르는 게 이 달짝지근한 다방커피다. 다방커피를 팔던 다방들은 하나둘씩 자취를 감추고, 그 수요는 봉지에 담긴 커피믹스가 대신하는 중이다.‘브람스’는 서울에서 다방커피를 맛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카페 중 하나다.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옆에 자리한 작은 카페로 1985년에 문을 열었다. 올해 나이 만 서른 살. 물론 이 카페에도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등 ‘요즘’ 커피도 있지만 역시나 눈길을 끄는 건 ‘28년 된 다방커피’라고 적힌 메뉴다. 코리안 커피(Korean coffee)라는 영어 설명이 달린 이 커피를 주문하면 설탕과 프림이 담긴 그릇을 내어준다. 몇 스푼을 넣을지는 먹는 사람 마음이다.조영희 대표는 20년 전부터 브람스를 운영 중인 안방마님이다. 이 동네에서는 본명보다는 세례명인 ‘마리아 님’으로 통한다. 카페 아르바이트 직원들도 ‘마리아 님’이라고 부른다. 사장님이라는 호칭은 어딘지 모르게 낯간지럽다는 이유에서다.
조영희 대표는 20년 전 창업자로부터 가게를 이어받아 브람스를 운영 중이다. ©중기이코노미예술가들 알음알음 모여드는 ‘거리의 응접실’카페 브람스는 오랜 역사만큼 단골도 많다. 정호승 시인, 김아타 사진작가, 김덕수 사물놀이 연주가 등도 이 가게 단골이다. 조 대표는 “가게를 자주 찾는 손님들 중에는 문학가, 평론가, 음악가, 미술가 등 예술계 인사들이 많다. 좋은 분들이 많이 찾아주신다는 점에 무척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단골들만 챙기는 건 아니다. 인터뷰 전 손님으로 브람스를 처음 찾았을 때 조 대표는 “많이 춥죠? 물 한 잔 마셔요”라며 김이 모락모락 나는 물을 건넸다. 여기는 어떻게 알고 왔냐며 친근하게 말도 걸어왔다. 구운 계란이 있을 때는 손님들에게 나눠주기도 한단다.무례한 손님은 단호하게 내치기도 한다. 20년간 장사를 하다 보니 손님과의 밀고 당기기가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이란다. “자주 오는 손님 중에 올 때마다 무례하게 구는 분이 계셨어요. 처음에 몇 번은 참았는데 결국 한 날은 마음을 먹고 말씀드렸죠. ‘선생님, 다음부터 저희 가게 오지 마세요’라고요. 제가 어떤 점이 불쾌했는지 찬찬히 이야기 했더니 얼굴이 벌개져서 돌아가시더군요” 다시 안 올 줄 알았던 그 손님은 얼마 후 멋쩍게 다시 브람스에 나타났다고 했다. 아주 공손한 손님이 돼있었음은 물론이다.카페 이름이 독일 작곡가의 이름을 딴 ‘브람스’다 보니 본의 아니게 생기는 어려움도 있다. 클래식음악 애호가들의 선곡 요청이다. 물론 이곳에는 늘 잔잔한 클래식음악이 흐른다. 그렇지만 선곡을 받아 음악을 틀어주는 음악카페는 아니다. 선곡은 조 대표의 고유 권한이다.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듣고 싶어 왔던 손님들은 다소 실망을 하고 돌아가기도 한단다.
카페 안쪽에는 오래된 LP음반들이 빼곡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조 대표는 “LP판으로 음악을 틀어주면 좋겠으나 여러 여건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해 손님들에게 죄송스러운 마음”이라고 했다. ©중기이코노미“클래식의 매력? 질리지 않는다는 것”조 대표가 브람스 카페 문을 연 것은 아니다. 작곡가 브람스를 무척 좋아했던 창업자가 클래식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한 카페를 1990년대에 이어 받아 운영을 시작했다. “브람스를 시작하고 얼마 안돼서는 클래식음악 공부를 위해 아카데미에 다녔어요. 연주회도 다니고요. 처음엔 클래식음악을 왜 듣나 싶었는데 듣다 보니 그만의 매력이 있더군요. 가장 큰 장점은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는 거예요”브람스 내부에는 클래식 LP음반과 CD가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LP판으로 곡을 틀어주면 훨씬 좋겠죠. 하지만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있어 그렇게까지는 신경을 못쓰고 있어요. 음향시설도 최고로 갖추면 좋겠지만 비용 때문에 힘들고요. 그런 부분이 손님들에게는 참 죄송스럽죠”카페를 그만두려고 진지하게 고민한 적도 있었다. 이렇게 좋은 공간을 감당하기에 부족한 사람이라는 자책이 첫 번째 이유였고 두 번째는 여행을 즐기는 조 대표의 역마살 때문이었다. 카페 운영을 시작하기 전에는 몇 달씩 해외에서 눌러앉아 지내기도 했는데 그럴 수 없게 돼 답답했다는 것이다. “결국 마음을 다잡고 봉사활동 등 외부활동을 시작했어요. 그러고나서부턴 권태로웠던 생활에 활력이 많이 생겼답니다”
브람스가 있는 서울 종로구 재동 일대에는 최근 프랜차이즈 커피숍이 수십 곳 들어섰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매출도 감소해 몇 년 전부터는 주류도 판매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프랜차이즈 커피숍 범람… “매출 줄고 임대료 올라 힘들죠”최근에는 커피시장이 치열해지며 경영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경 200미터 내에 스타벅스만 2개가 있고 이디야, 커피빈, 파스쿠찌, 탐앤탐스 등 프랜차이즈 커피숍이 줄줄이 들어섰다. 브람스는 경쟁사에 손님을 빼앗기면서 매출이 줄었다. 삼청동 일대 상권이 커지면서 임대료는 크게 뛰었다. 이중고다.“예전엔 늘 손님들로 북적였는데 최근에는 많이 줄어든 게 사실이에요.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오전 10시에 문을 열러 오면 문 앞에서 기다리는 손님도 있었으니까요. 가게가 2층이라 접근성이 떨어지는 점도 불리하게 작용하는 듯 보여요. 장사가 잘될 때만 해도 그런 핸디캡은 생각해본적도 없는데 요즘은 그런 고민들이 많이 들어요”타개책으로 몇 년 전부터는 와인, 칵테일 등 주류도 팔기 시작했다. 늦은 시간까지 가게를 운영해야 하는 어려움은 있지만 단가가 높아 매출 신장에는 도움이 됐다. 차 장인들을 수소문해 가서 전통차 만드는 비법도 배워 메뉴로 추가했다. 브람스가 시대에 뒤처지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고민이 크다는 것이 조 대표의 말이다. 클래식함이 브람스 최대의 무기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발목을 잡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딜레마다.“그래도 수 십 년째 꾸준히 가게를 찾아주는 분들 덕분에 이렇게 꾸준히 운영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정말 감사한 일이죠. 이 자리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인연을 맺고 사귈 수 있다는 거요. 그게 가장 큰 행복인 것 같아요” 그렇게 ‘마리아’님은 오늘도 브람스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