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퇴직…궁지에 몰려 창업하면 100% 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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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우린 중기인 “빚, 퇴직…궁지에 몰려 창업하면 100% 망한다” 예비창업자와 무역실무 공유 ㈜글로벌티엔티 황동명 대표

기사입력2015-03-14 00:00

채송화 기자 (songhwa0123@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주)글로벌티엔티 황동명 대표는 대학교 3학년 시절 소호(SOHO, Small Office Home Office)무역을 시작했다. 다니던 대학교를 그만두고 무역업에 매달린 끝에 무역 전문가로 거듭날 수 있었다. ©중기이코노미

“저희가 하는 주요사업은 무역대행업입니다. 쉽게 말해 개인사업자나 업체에서 해외의 특정 상품을 구해달라고 요청하면, 최적의 상품을 찾아 납품하고 수수료를 받는 것입니다. 주력시장은 일본과 중국이고, 2년 전부터는 유럽 시장에도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무역대행업과 함께 여행사 업무도 하고 있고요.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최근 사업이 안정화되면서 지난해에는 개인사업자에서 법인으로 전환했습니다”

무역대행업을 전문으로 하는 (주)글로벌티엔티 황동명 대표가 무역업에 뛰어든 것은 10년전 일이다. 대학시절 일본여행을 떠났다가 소호(SOHO, Small Office Home Office)무역에 매력을 느껴 학교를 중퇴하고 이 업에 몸을 담았다. 질문 하나하나에 생생한 경험담을 술술 풀어놓는 모습이며, 새로운 계획에 대해 확신에 차 이야기하는 모습에서 무역업에 대한 당시의 열정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공대 출신 대학생, 일본과 소호무역에 빠지다

황 대표는 일년에 스무번 이상 일본을 방문한다. 현지 시장조사는 물론 고객이 요청한 제품을 구해서 납품하고 있다. <사진=황동명 대표>

토목공학을 전공했던 황 대표가 무역업에 매력을 느낀 것은 그가 대학교 3학년이었던 2006년부터다. 친구와 함께 일본 배낭여행을 떠나기 위해 올라탄 배 안에서 작은 보따리를 짊어지고 바쁘게 오가는 보따리상들의 모습이 그의 눈길을 끈 것이다. 한국으로 돌아오자마자 인터넷과 책을 뒤져가며 소호무역에 대해 공부했고, 일본을 오가면서 직접 시장조사를 하기 시작했다. 대신 다니던 대학은 포기했다.

“대학교 1학년 때 아버지 사업이 잘 안되기 시작하면서 집안 형편이 안 좋아졌습니다. 3학년이 되니까 제 앞으로 학자금 대출만 2000만원이 쌓여 있더군요. 아무리 계산기를 두들겨 봐도 직장생활 만으로는 나중에 결혼자금이나 양육비를 벌기 힘들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3학년 1학기를 마치고 과감하게 학교를 그만두고 무역을 시작했습니다”

그가 처음으로 했던 무역거래는 일본에서 나이키 운동화 스무 켤레를 들여와 국내 오픈마켓에서 판매한 것이었다. 쉽게 팔릴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이키 운동화는 팔리지 않았다.

“소호무역을 시작하고 처음 2년 동안은 실패의 쓴 맛을 봐야 했습니다. 국내에서 인기 있는 제품들만 골라서 수입해 왔는데도 매출은 거의 없다시피 했으니까요. 문제는 그 당시 소비자들에게 소호무역이 너무나 생소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잘 알려진 기업이 아닌 개인이, 그것도 온라인에서 판매한다고 하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신뢰하기 어려웠겠죠.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 중 하나가 ‘그런데 이거 사기 아니예요?’였거든요”

하지만 그는 끝까지 일본시장과 소호무역을 놓지 않았다. 일본시장의 트렌드가 국내보다 4~5년은 앞서고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매출이 바닥인 상황에서도 한 달에 한 번 일본에 가는 것은 멈추지 않았다. 일본의 골목골목을 다니며 한국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을 찾아냈고, 2008년에는 직원 두 명과 함께 작은 사무실을 차릴 수 있게 됐다.

매출 오르나 싶었는데…방사능 유출에 창고화재 까지

2년 넘게 외로운 싸움을 했던 그에게 억대 매출이 생기기 시작했다.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일본 수출입 대행업과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했던 그는 2009년 연매출 5억원을 달성하며 드디어 탄탄대로를 걷게 되는 듯 했다. 2011년에는 지난 5년간의 경험을 담은 ‘나는 최고의 일본 무역상이다’라는 책을 발간하며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2011년 일본 동북부 지방에서 일어난 대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 타격을 입게 된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2012년에는 창고에 화재까지 발생하면서 큰 위기를 겪었다.

“이제 좀 안정권에 접어든다 싶었는데 위기가 한꺼번에 몰려오더군요. 2008년 사무실을 차리면서 점점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거든요. 연매출 5~6억원을 올리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는데 2011년 방사능 유출사고와 엔고현상으로 첫 번째 위기가 왔습니다. 이 때 일본 시장이 너무 어려워져 중국에도 진출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안간힘을 쓰면서 그 해를 버텼는데 그 다음해에 또 위기가 오더군요. 저자 강연회를 하고 있는데 본사 창고에 불이 났다는 전화를 받게 됐습니다. 그 화재로 1억5000만원 정도 재산피해를 입었죠”

그가 당시 운영하고 있던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하던 제품들이 쌓여있는 창고에서 전기합선으로 화재가 났던 것이다. 사업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냐는 질문에 “물론 힘들긴 했다. 그래도 그동안 주말 없이 일하며 쌓아왔던 것들을 그렇게 쉽게 포기할 순 없었다. 좌절하는 대신 새로운 시작을 위해 기존 일본, 중국시장과 함께 유럽지역에도 나서기 시작했다”고 했다.

“무역, 더 이상 전문분야 아니다”

시장조사를 위해 방문했던 이탈리아 피렌체 가죽시장에서 찍은 사진. 제품 샘플을 구매하고 명함을 교환하면서 찍은 것이다. <사진=황동명 대표>

무역대행업과 여행업 외에도 그가 하는 일은 또 있다.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달에 한번 무역실무 교육을 실시하고 함께 해외에 나가 시장조사를 하고 있다.

“보통 30명 정도의 예비창업자들과 함께 해외시장 조사에 나가고 있습니다. 이들이 사업을 준비하고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겁니다. 무역을 하는데 필요한 실무정보를 제공하고, 현지에서 시장조사 하는 방법과 수입관련 업무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무역은 전공자만 하는 전문분야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지금은 장사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는 것 그리고 해야만 하는 것이 무역입니다”

그는 국내에서 도매상에게 물건을 떼서 판매하는 방식은 더 이상 경쟁력이 없다고 말한다. 소비자들이 온라인상에서 핸드폰 케이스를 구입한다고 했을 때, 최저가 상품으로 나와 있는 제품 대부분이 해외에서 직접 수입한 수입업체의 제품이거나 국내 제조업체라는 것이다. 즉 직접 수입을 해서 물건을 판매하거나 직접 제조해 판매하는 방식만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게 황 대표의 얘기다.

“예비창업자들은 본인이 직접 국내에 없는 색다른 아이템을 찾고 저렴하게 수입해서 창업하려고 하는 겁니다. 이들 중 80%가 인터넷 쇼핑몰 또는 개인매장 등의 소매업을 준비하고 있죠. 또 사업경력이 어느 정도 있는 분들도 현지 조사를 하는데, 직접 판매할 아이템을 찾는다기 보다는 국내에서 인기를 끌 만한 콘텐츠를 찾으러 가는 겁니다. 일례로 어떤 분은 일본 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유명 녹차 브랜드와 독점계약을 맺고 우리나라 백화점과 유통회사에 납품하면서 높은 수익을 얻고 있습니다”

창업 성공률 1%, 궁지에 몰려 시작하면 100% 망해

지난 10년간 수많은 예비창업자들을 만났을 그에게 창업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는 창업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확률이 30%밖에 안된다고 말한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창업을 시작해서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살아남을 확률은 30% 정도밖에 안됩니다. 이 가운데서도 자신이 생각했던 만큼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은 1%에 불과하고요. 하지만 실패할 확률이 더 높다고 해서 꼭 시도하면 안 되는 건 아닙니다. 한 두 번은 실패할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일단 시작하고, 부족한 점을 배워가는 것도 중요하거든요. 다만 빚에 쫓기거나 퇴직할 시기가 다가왔다는 이유로, 한 마디로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급하게 창업을 시작하면 무조건 망한다는 겁니다. 창업에 성공한 사람들은 대부분 본인이 경제적으로 안정기에 있을 때, 예를 들어 직장에서 안정적인 위치에 있을 때부터 차근차근 준비를 합니다”

예비창업자들을 대상으로 무역실무 교육 등을 하고 있을 정도로 업계의 전문가라는 평을 받고 있지만 그는 아직도 무역을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사진=황동명 대표>

그는 예비창업자들에게 처음 창업을 시작할 때 소규모로 투자할 것을 당부했다. 또 창업자금을 준비할 때 단순히 상품 구매비용, 사무실 구축비용 등만 고려해서는 안된다는 말을 덧붙였다. 사업이 안정화 단계에 들어설 때까지 필요할 3~6개월 정도의 생활비도 창업초기비용에 포함해서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무와 이론을 모두 갖춘 무역인 될 것”

황 대표는 2011년 발간한 ‘나는 최고의 일본 무역상이다’ 이후로 세 권의 책을 더 낼 정도로 무역에 대해 쏟아낼 이야기가 무궁무진하다. 일년에 스무번 이상 일본을 방문하고, 일년에 5~6번은 중국을 방문하는 그다. 최근에는 유럽까지 나가게 되면서 일년의 절반을 외국에서 보내고 있다. 그만큼 이들 지역에 대한 정보는 빠삭하다. 예비창업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고 있을 정도로 업계의 전문가라고 할 수 있지만, 그는 아직도 무역을 공부하고 있다. 경영학 석사과정을 마쳤고, 지금은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무역업을 10년간 해왔지만 오히려 제가 알고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역 관련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대학교를 다시 다녔고 석사과정까지 마쳤습니다. 발로 뛰며 몸으로 익힌 무역실무를 전문화된 지식으로 다시 한번 습득하고 또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습니다. 한마디로 실무와 이론을 모두 갖춘 무역인이 되고 싶은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20년 뒤에는 사업과 함께 무역관련 강의를 하는 일을 하고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