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보다 이야기보따리 먼저 풀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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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우린 중기인 “상품보다 이야기보따리 먼저 풀어보세요” 굿커뮤니케이션 오기자 대표의 바이럴마케팅論

기사입력2014-02-14 06:30

김창훈 기자 (ckim2014@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굿커뮤니케이션 오기자 대표 ©중기이코노미

서울 강남에서 피부관리실을 운영하던 A씨. 소셜쇼핑을 경유하는 할인쿠폰 판매에 의존해 매출을 꾸려왔다. 이것도 잠시. 매출이 뜸하더니 문을 닫을 지경에 이르렀다. 굿커뮤니케이션 오기자 대표(세종대 CEO 바이럴과정 교수)를 찾아 바이럴마케팅을 배우기 시작했다.

“먼저 블로그와 SNS를 이용한 마케팅을 시작했습니다. 블로그는 판매, SNS는 이벤트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너무 간절해서였는지 아주 적극적으로 따라오셨고, 그만큼 효과도 빨랐습니다. 제대로 시작한 지 1주일만에 SNS를 통해 매출이 났고, 지금은 하루 2000~1만명 정도가 블로그를 방문합니다. 매출이 3배 정도 뛰었다고 하니 저도 흐뭇합니다. 입맛 까다로운 독일 화장품 회사의 홍보 블로그로 선정됐다며 자랑도 하십니다”

‘나만의’ 콘텐츠를 ‘진심으로’ 전달하기

오기자 대표가 전하는 성공 키워드는 ‘진심’과 ‘차별화’다. 간절한 상태에서 본인이 직접 마케팅을 하니 진심이 읽혀졌고, 소비자의 가려운 곳을 찾아 자신만의 장점으로 긁어주니 돋보일 수 있었단다.

“플라스틱 주방용품을 만드는 중소기업의 예를 들겠습니다. 좋다, 예쁘다, 싸다… 소비자는 공급자 혼자 도취되는 장점 소개에는 시큰둥합니다. 오히려 자신들이 ‘의심할 만한’ 포인트를 던져줘야 반응이 옵니다”

이 경우 인체 유해성이나 내구성, 변질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다. 재료와 제작과정을 공개하고, ‘사장’의 가치관과 소망을 서툴더라도 진지하게 전달해야 한다. 세상에 넘쳐나는 것이 주방용품 아니던가? 이런 걸 고를 때 중요한 포인트를 제시해 독자의 자발적 판단을 끌어낼 수도 있다. “좋은 제품이니 구매하시라”고 외치기만 하는 블로그라면? 하필 그곳에만 특별히 신뢰를 보내야 할 근거가 없어 “탈락”이다. 오 대표에게 바이럴마케팅이란 “이러한 세부적인 사례와 기법을 채워나가는 과정”이다.

피부관리실의 사례로 돌아가자면, 블로그를 열고 특성에 맞는 메뉴를 구성하는 것이 첫 단계다. 다음은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내용을 발굴해 글과 이미지로 만드는 단계다. 여기까지만 와도 성공확률이 높아진다. 여기에 SNS 채널과 이벤트로 내용을 확산시키고, 검색 코너 상위에 노출시키면 마무리다.

‘집 짓는 여자’, 간절함과 자부심이 만날 때

오기자 대표는 “간절한 상태에서 본인이 직접 마케팅을 하니 진심이 읽혀졌고, 소비자가 가려운 곳을 찾아 자신만의 장점으로 긁어주니 돋보일 수 있었다”며 ‘진심’과 ‘차별화’를 성공 키워드로 뽑았다. ©중기이코노미

바이럴마케팅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창업교육을 담당하는 관계자마저 “많은 소상공인들이 컴퓨터를 다루지도 못하는데 바이럴마케팅은 시기상조 아닌가?”라는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오 대표는 “현장의 간절함과 열의에 비하면 컴퓨터 활용능력은 부차적 문제”라고 답한다. 생존의 문제라면 컴퓨터가 아니라 더한 장벽도 기꺼이 넘어선다는 것이다. 프랜차이즈 창업교육에서 잠시 만난 인테리어 업체 대표가 그를 따라와 던졌다는 첫 마디는 “살려달라”였다.

“업력이 20년 넘는데다 연예인 집 인테리어를 맡을 정도로 능력도 인정받는 분이었습니다. 알음알음으로 일을 맡아오다가 불황과 불운이 겹쳐 죽을 지경이라더군요. 외주업체가 관리하는 홈페이지와 블로그를 열어보니, 보기는 그럴싸한데 콘텐츠에 매력이 없었습니다. 뻔한 자기자랑을 여기저기 틀에 끼워넣었던 것이죠”

먼저 본인이 직접 블로그를 관리하도록 했다. “나이 50이 넘어 컴퓨터는 못 배우겠다”는 넋두리를 무시하고, 무슨 일이 있어도 매일 매일 블로그에 올릴 글을 직접 쓰기로 약속받았다. ‘주경야독’이 시작됐다. 낮에는 인테리어 현장, 밤에는 컴퓨터 앞. ‘독수리 타법’으로 키보드를 두드리도록 했다. 글쓰기가 어렵다고 푸념할 때면 “잘 쓰려고 애쓰지 말라. 본인이 잘 하는 것, 잘 아는 것을 마음 가는 대로 풀어보라”며 격려했다.

이렇게 닉네임 ‘집 짓는 여자’가 인터넷에 등장했다. 집을 갤러리처럼 만들고 싶다던 그 여자의 꿈에 인터넷 세상이 공감하기 시작했다. 블로그를 통한 첫 거래요청은 세종시에서 들어왔다. 방송사에서는 출연요청이, 출판사에서는 책을 내자는 제안이 들어왔다. 매출도 늘었고 블로거는 “내 인생의 기적”이라고 불렀다.

“글쓰기를, 더군다나 인터넷 공간에서 해내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어느 순간 모든 것이 이뤄진 것입니다. 간절함의 파괴력은 대단합니다. 여기에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이 결합하면 최적의 효과가 납니다”

그에게 간절함이 ‘위기’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그가 대표로 있는 바이럴마케팅 교육실전연구소 회원 중에는 큰 문제없이 업을 꾸려나가는 중소기업 경영자와 소상공인들도 많다. 마케팅에 쓸 비용과 인력이 모자란 사람들에게 바이럴마케팅이 쏠쏠한 대안이기 때문이다.

“좋은 재화나 서비스를 갖고도 마케팅에 고전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럴 때 ‘매출 올리기’ 강박을 벗어던져야 합니다. 먼저 자신만의 ‘스토리’를 세상과 나누는 것도 좋은 대안입니다. 열심히 자신의 길을 걸어 온 사람 누구나 스토리를 갖고 있습니다. 이걸 공유하고 공감하는 것이 바이럴마케팅의 정신입니다. 매출 상승은 뒤따라오는 결과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