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0원’ 배달앱, ‘배달의 공룡’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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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우린 중기인 수수료 ‘0원’ 배달앱, ‘배달의 공룡’ 잡는다 한국배달음식업협회 황규성 사업본부장

기사입력2015-04-18 00:00

이혜원 기자 (dipsy@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한국배달음식업협회가 개발한 배달앱 디톡은 입점 업체들에게 등록비, 광고비, 수수료 등을 받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자료=배달음식업협회>

바야흐로 배달앱 전성시대다. 내로라하는 스타들을 광고모델로 전면배치한 배달앱 회사들이 각축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지난 1일 한국여성소비자연합이 발표한 배달앱 실태조사에 따르면 배달앱 시장은 1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소비자들은 앱에서 배달음식점을 찾은 다음 휴대폰으로 결제까지 마치고, 결제금액의 일부는 배달앱 운영사의 수입으로 들어간다.

배달앱 인기 속에 웃을 수만은 없는 이들이 있다. 배달앱 회사에 수수료를 대는 배달음식업체들이다. 소비자가 배달앱에서 음식 값을 치르면 이중 2.5~12.5%는 배달앱회사로 들어간다. 수수료가 10%라 가정했을 때 1만5000원짜리 치킨 한 마리를 주문하면 음식업체에 돌아가는 수입은 1만3500원으로 준다는 얘기다. 카드결제 수수료까지 고려하면 이 금액은 더 줄어든다. 배달앱 입점을 하지 않을 수는 없고, 하자니 마진율이 떨어진다. 스펙터클한 배달앱 광고 뒤로 소상공인들의 한숨은 깊어진다.

그래서 나온 것이 수수료 없는 배달앱 ‘디톡’이다. 지난해 12월 한국배달음식업협회가 이 앱을 개발했다. 등록비, 광고비, 수수료 모두 ‘0원’이다. 배달앱 홍수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아직 물음표 상태다. 그래서 한국배달음식업협회(이하 협회) 황규성 사업본부장을 만나 ‘디톡’의 생존전략을 들어봤다.

한국배달음식업협회 황규성 사업본부장 ©중기이코노미

“배달앱 회사들도 처음에는 소상공인들을 위한다는 기치를 내걸었지만 지금은 거대 공룡이 됐습니다. 그래서 광고비도 들지 않고 수수료도 받지 않는 배달앱을 만들게 된 겁니다. 서비스 면에서 기존 배달앱들과 차이는 없지만 가맹점 입장에서는 알토란같은 사업을 할 수 있는 기회라고 봅니다”

본격적인 홍보는 앱내 결제가 가능해지는 5월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홍보 부족으로 아직 소비자들의 참여가 많지는 않은 상황”이라면서 “부족한 상태에서 미리 홍보를 했다간 소비자들이 한번 써보고 다시는 찾지 않을 수 있다. 정교하게 완성되기까지 공을 들이고 있다”고 황 사업본부장은 설명했다.

최근 포털사이트 네이버와의 제휴도 사업에 날개를 달아줄 전망이다. 황 사업본부장에 따르면 다음 달부터 모바일 네이버 검색 결과에 디톡 앱 연동서비스가 들어가게 된다. 네이버에서 ‘치킨’을 검색하면 배달음식업협회에서 가진 치킨 업체DB가 노출되고, 자세한 정보는 디톡 앱에서 볼 수 있게 되는 구조다. 반대로 디톡 앱에서 네이버로도 연결할 수 있는 길도 마련된다.

중소기업청 산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도 지원에 나섰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배달음식업협회가 자체개발해 비영리목적으로 운영하는 ‘디톡’ 앱을 적극 지원해 활성화시키기로 결정했다”면서 “소상공인 비용 부담은 전혀 없으니 안심하고 신청하라”면서 소상공인들에 안내문을 배포하기도 했다.

한국배달음식업협회 황규성 사업본부장이 디톡 구동 화면을 보여주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4월 중에는 지역별로 배달음식점 정보를 모은 광고책자 사업을 시작할 겁니다. 가맹점들을 대상으로 기존 배달책자보다 50% 저렴한 가격에 광고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소비자들이 배달앱을 많이 쓰고는 있지만 전통적인 전단광고가 여전히 한 축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죠”

앞으로 배달음식업체 광고책자 제작, 식자재 유통, 세무기장 대행 등 다양한 사업으로 손을 뻗을 계획이라고 황 사업본부장은 포부를 밝혔다.

“식자재 유통은 단체의 힘을 빌려 식자재를 저렴하게 유통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겁니다. 빠른 배송도 관건입니다. 지금 농협하나로마트에 주문하면 익일 배송되는데, 오전에 주문하면 오후에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려 하고 있습니다. 현재 농협, 이마트와 식자재 유통에 대해 협의 중입니다”

배달음식업협회의 배달앱도 나중에는 또 다른 ‘갑’이 돼 수수료 장사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앱에 수수료를 부과하거나 과도한 협회비를 요구하는 것 아니겠냐는 물음표다.

“작년에 협회를 만든 뒤 이렇다 할 수입이 없는 게 사실이다. 회원사가 약 7만개인데 아직 협회비는 없다. 사업이 정착되면 약간의 회비는 받을 생각이다. 그러나 적어도 배달앱 디톡에 대해서는 일절 수수료를 받지 않을 것”이라고 황 사업본부장은 ‘절대’라는 표현을 써가며 손사래를 친다.

“회원사들은 생계형 소상공인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들을 이용해 돈을 버는 건 아니라고 봐요. 배달음식업에 종사하는 소상공인들은 서로 뭉치는 것에 대한 요구가 굉장히 강합니다. 그래서 배달음식업협회도 만들어질 수 있었던 거고요. 우리는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는 게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집단입니다. 나중에 어느 쪽에 더 힘이 실릴지는 자명한 일이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