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살 미대생, 10년만에 알토란 프랜차이저로

프린트

라운지 ㅣ 우린 중기인 24살 미대생, 10년만에 알토란 프랜차이저로 250여 가맹점 거느린 외식 전문 SN인더스트리 이상준 대표

기사입력2015-06-20 00:00

채송화 기자 (songhwa0123@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24살. 다니던 미대를 그만두고 학교 앞 16㎡(5평)짜리 무허가 건물을 빌려 장사를 시작했다. 스무살 때부터 대리운전, 오토바이 퀵서비스, 고기집, 카페 등 쉬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해 모은 돈 800만원이 밑천이었다. 그렇게 사업에 발을 들인 후 10년. 그는 국내외 250여개의 가맹점을 거느린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 ‘SN인더스트리’의 대표가 돼 있었다.

“알다시피 미대생들은 특히 학비에 대한 부담이 큽니다. 저도 마찬가지였고요. 아르바이트로 버는 돈을 족족 학비로 쓸 수 밖에 없었거든요. 그런 생활을 하면서 3학년이 됐는데 불현듯 인생에 회의감이 느껴지더군요. 그래서 학교를 그만두고 학교 앞에서 라멘, 초밥, 주먹밥 등 일본식 음식을 파는 장사를 시작했습니다. 사실 장사를 오래할 생각은 없었어요. 1년만 해보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장사가 잘되더라고요”

예상과 달리 시작부터 술술 풀려 승승장구했다. 창업 4년만에 암초를 만나기 전까지는 그랬다. 장사가 잘되자 프랜차이즈 제의가 들어와 가맹점 운영을 시작했다가 덜컥 망해버린 것이다. 3년간 도피성 유학을 떠났다 돌아와 평범한 직장 생활을 시작했지만, 사업에 대한 열망까지 접지는 못했다. 2년 만에 직장을 그만두고 2011년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다시 사업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한 때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쓴 맛을 봤지만, 거기서 다시 살 길을 도모하기로 했다.

창업 실패로 한국 떠나…일본서 아이템 착안해 재도전

SN인더스트리 이상준 대표 ©중기이코노미

“대학 시절 장사를 시작할 때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게 될거라곤 생각 못했습니다. 가게 인기가 좋아지니까 주변에서 프랜차이즈로 운영하자고 제안해 시작하게 됐지만 회사 내에 분쟁이 생겨 문을 닫게 됐습니다. 제가 28살 때였는데, 그 때 제 인생이 끝났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좌절감이 컸습니다”

학교 그만두고 장사하더니 결국 망했네… 이런 얘기를 듣는 것이 두려워 사업 실패 후에도 항상 정장을 입고 다녔다. 홀로 카페에 앉아 와신상담 재기를 노렸지만 한번 떠난 기회는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일본으로 떠났다. 도피성 유학생활은 오히려 재기의 토대가 됐다. 원래부터 일본 식품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관련 전시회, 현지 식품회사 등을 찾아다니며 일본 식품시장의 트렌드를 익혔다. 3년의 일본 생활을 마친 그는 한국으로 돌아와 건강식품회사에서 기획팀장으로 2년간 일했다. 그리고 이 곳에서 함께 일했던 팀원 두 명과 함께 SN인더스트리를 설립하게 된다.

“안정된 직장을 구하긴 했지만, CEO로 기업을 운영하고 제 결정에 따라 성과가 좌우되던 시절이 그리웠습니다. 또 일본에서 봐뒀던 좋은 아이템도 있었고요. 그래서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는데, 그 때 같은 팀에서 일했던 직원 두 명이 따라 나왔어요. 이렇게 세 명이서 SN인더스트리를 꾸려나가기 시작한 겁니다”

국내외 250곳 가맹점 운영, 현지 판매방식 적용 전략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꿀삐 닭강정의 모습. <사진=SN인더스트리>

2011년 설립된 SN인더스트리는 현재 꿀삐 닭강정, 씨앗호떡 부산떡볶이, 가디스(Goddess) 등 총 3개의 브랜드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고 있다. 이 회사의 1호 브랜드는 ‘꿀삐 닭강정’이다. 닭강정. 그가 창업을 결심할 때 봐뒀다던 바로 그 아이템이다. 유학 시절 일본식 닭튀김인 ‘가라아게’에서 착안한 것이다. 닭 한 마리, 혹은 반 마리를 튀겨 파는 것이 일반적이었던 국내에서 순살이나 부분육을 튀겨 파는 닭강정은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꿀삐 닭강정은 인기몰이에 성공해, 순식간에 100개 이상의 가맹점이 생겨났다.

“국내에서 인기를 얻은 꿀삐 닭강정은 필리핀 마닐라 1호점을 시작으로 해외에서도 영역을 넓히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필리핀 11개, 중국 7개, 미국 1개 등 해외에 총 19개 가맹점이 있습니다. 특히 필리핀에서 인기가 높아 가맹점이 가장 많습니다. 올해 하반기에는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점을 개업할 예정입니다”

SN인더스트리가 해외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는 각 국가별 소비자의 특성과 식습관에 맞게 판매방식을 적용했다는 점이다. 닭강정을 반찬으로 먹는 필리핀에서는 접시에 밥과 닭강정을 함께 담아 판매하고, 한국인이 먹는 방식을 그대로 따라하고 싶어 하는 중국에서는 국내와 동일하게 컵 형태로 판매하고 있다.

꿀삐 닭강정의 뒤를 이어 2012년에 두 번째 브랜드 ‘씨앗호떡 부산떡볶이’를 만들었다. 부산 출신답게 부산의 명물인 씨앗호떡을 사업 아이템으로 잡고 호떡과 함께 떡볶이, 순대 등 분식을 판매하고 있다. 현재 상하이와 덴마크에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다. 노점이 합법화 돼 있는 덴마크에서는 현지 분위기에 맞게 매장이 아닌 ‘리어카’에서 팔고 있다. 1년 전부터는 카페 프랜차이즈 사업도 시작했다. SN인더스트리의 세 번째 브랜드인 ‘가디스(Goddess)’는 현재 국내에 3개 가맹점이 있으며, 오는 7월 10호점까지 생길 예정이다.

한류효과로 해외진출 긍정적…국내는 시장 재정비 필요

©중기이코노미

이 대표는 해외에서 한류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해외에서도 한글로 된 간판을 써야 소비자들이 더 호감을 갖고 찾아온다는 것이다. 그는 “아무래도 해외에서 사업하는 데 있어서 한류 덕을 보는 부분이 큽니다. K-POP등으로 한국 제품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졌으니까요. 덩달아 한국인이 먹는 방식, 한국인이 좋아하는 맛 등에 대한 관심이 커졌거든요”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프랜차이즈 시장에 쓴소리도 마다않는다. 다른나라 실정과 비교하면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격이 안 되는 업체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 문제가 많다며,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하기가 비교적 쉬운 것을 원인으로 진단했다.

“개인적으로는 너무 쉽게 프랜차이즈 사업등록을 할 수 있도록 했다고 봅니다. 중국의 경우만 봐도, 중국에서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려면 직영점이 있어야 하고, 일정 기간 이상 운영을 해야 하는 등의 기준이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의 기준은 너무 느슨해 프랜차이즈 시장 자체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합니다”

창업을 염두에 둔 젊은이들에게 그가 던지는 화두는 두 가지다. “먼저 치열하게 고민하고 꼼꼼하게 준비하라고 조언을 하고 싶습니다. 두번 째, 일단 시작했다면 실패에 대해 너무 두려워 하지 말라는 말도 드리고 싶습니다. 제 경우처럼 실패가 다음 실패에 대한 충격을 완화시켜 주는 좋은 약이 될 수 있거든요”

SN인더스트리는 올해 홍콩과 일본 쪽으로 가맹점을 확대하는 한편, 메뉴분석과 관리에 공을 들여 가맹업체의 내실을 다지는 데도 앞장선다는 계획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