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우주관 유가의 미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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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예술을 읽다 중국의 우주관 유가의 미의식 [그림을 읽다:한국화] ②자기수양의 한 방편 ‘예술’

기사입력2016-02-07 20:17

최익진 객원 기자 (ikchois@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최익진 작가, 중앙대학교 미술학부 겸임교수

미술은 “본다”라는 행위에서 출발한다. 시각적 대상이 되는 여러 환경을 눈으로 보고 인식함으로써 미적 가치판단을 갖게 되고 그에 따른 미의식을 형성하게 한다. 아무리 바라보아도 대상의 뜻이 전달되지 않는 것은 대상과의 감정이입이나 개념화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화, 동양화, 서화는 시대마다 부르는 명칭이 달랐다. 하지만 전통사회에 기반을 둔 예술형식은 각 시대와 연결된 미의식을 통해서 더 깊이 있는 미술 읽기가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

우주와 인간은 서로 연결되어 움직이는 운동태

중국 시각 예술의 시조(始祖)는 팔괘와 문자를 발명한 복희와 창힐에서 유래한다. 팔괘는 하늘의 무늬인 천문(天文)과 사람의 무늬인 인문(人文)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 하늘의 무늬는 해(日) 달(月) 별(星) 날(辰)이다. 중국인들은 천문 자체에 미(美)의 의미가 내재하였다고 생각하였다.

안견, 몽유도원도, 비단에 담채 38.7x106.5cm, 1447, 일본 국보지정, 일본 덴리대 중앙도서관 소장

인문의 근원은 태극(太極)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유협의 문심조룡). 당나라 초기 학자인 공영달은 인문을 시(詩), 서(書), 예(禮), 악(樂)을 통해 인간의 마음을 감화시켜 욕망을 제거하고자 하였다(周易正義). 인문의 작용은 삶의 모습을 주의 깊게 관찰함으로써 천지 만물과 인간이 서로 화해(聖人感人心而天下和平, 周易咸卦)하는 것으로 보았다.

끊임없이 생성하고 변화하는 것이 천지의 원리이고, 이를 사물과 인간에게 확장해 이어주는 힘은 인간의 본성인 선이라고 보았다. 이러한 것을 낳고 또 낳는 것을 일러 역(一陰一陽之謂道, 繼之者, 善也, 成之者, 性也,…生生之謂易. 周易繫辭傳上)이라고 주역은 천지(세계)의 원리로 설명한다.

이 주역에 대한 또 다른 해석으로 북송 중기의 유학자 정이는 천지 세계의 법칙인 원형이정(元亨利貞)을 만물이 생성되는 큰 덕의 상징인 춘의(春意)로 보았다(善便一箇元, 底意思, 元者, 善之長萬物箇有春生便是繼之者善也成之者性也, 二程全書上). 정이는 이처럼 천지(세계)를 만물이 생멸하는 바탕으로 이해하였으며, 화가는 천지 만물을 생명 탄생의 원리(春意)에 천착해서 형상을 기반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그려야 한다.

예술은 그 자체가 목적이기보다 자기 수양의 한 방편

정선, 금강전도, 종이에 담채 130.7x59cm, 1734, 국보 217호, 리움미술관 소장

중국은 예로부터 자연과 환경조건에 의해서 농경문화의 특성을 지녀왔다. 그 자연은 공포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감사의 대상이기도 하다. 중국의 유가와 도가의 철학자들은, 계절에 따라 만물이 변화하고 자라며 또 다른 생명을 낳고, 이렇게 쉼 없이 이어지는(生生不息)의 순환론적 이치(天地之心)를 형이상학적인 인(仁)과 연결하여 이해하였다.

인(仁)은 타인을 사랑하고 사물을 이롭게 하는 마음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타인에게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不認人之心)으로, 맹자가 말한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惻隱之心)이다. 이처럼 중국인들에게 예술은 그 자체가 목적이기보다 자기 수양의 한 방편으로 기능하게 된 것이다.

당나라 서화이론가인 장언원은 “그림이란 인간을 교화함을 이루어 인륜을 조정하는데 도움을 주고, 음양의 오묘한 작용을 깊게 연구하여, 천지자연의 그윽하게 미묘한 진리를 헤아린다(夫畵者成敎化助人倫, 窮神變, 測幽美, 歷代名畵記敍畵之源流)”고 하였다. 이렇게 유가에 기초한 예술론은 인간의 본성을 선한 것으로 이해하려는 성선설에 기초하고 있다. 이 생생불식의 원리에 기반을 둔 천지의 작동 원리를 자신과 동일시하여 형상화하는 것이 예술을 통해 구현하려는 지고지순한 가치라고 생각하였다.